
문재인 정부가 지금 대북관계에 몰빵 정치를 하고 있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종합예술이기에 어느 한 곳에 치중하더라도 결코 나머지를 버려선 안 된다. 먹고 사는 경제 문제부터 환경 등 여러 방면으로 두루두루 하면서 일부에 관심을 갖는 거야 가능하지만 일부에만 관심을 갖고 나머지를 다 버리면 그 정권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4대강 사업에만 관심을 쏟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런 경우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지난 2000년 초 국내 최초로 4대강 살리기 운동을 했었던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강이 대체로 오염되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식수원이자 홍수·가뭄 방지 역할은 물론 농·공업용수로도 활용되어온 4대강의 역할에 비추어 어느 곳보다도 이 강들을 우선 정비하는 국책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문제는 이미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뒀던 이 전 대통령이 민생경제나 사회복지 등의 제반 요소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은 채 4대강 사업에 말 그대로 ‘몰빵정치’를 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스스로를 국정 실패의 늪으로 빠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기 중 치적을 쌓으려는 데에 연연해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마무리 지으려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이처럼 큰 국책사업은 3차 5개년 계획이라든지 장기 플랜으로 설계해 차기 대통령에게 문을 열어뒀어야 했는데, 성급하게 몰아붙이는 우를 범하면서 끝내 사업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국민들한테 지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후대의 대통령들은 반복하지 말아야 하건만 현 문재인 정권은 오로지 대북관계에 ‘몰빵 정치’를 하고 있어 과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만 집중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학습효과가 높은 사람인데다 검·경, 언론 등 기성 권력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서민 권력으로만 집권하고 국정을 운영해나가려다 기득권의 역공으로 거꾸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를 보고 고민을 많이 하면서 무엇보다 힘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돼 검경, 법원, 언론 등 기성 권력기관들부터 철저하게 장악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정권은 군부 독재 당시에도 한겨레신문 등 야당 성향 언론매체와 기자들이 있었던 반면 당시 여당을 하다 야당으로 몰락한 자유한국당은 현재 야당 성향 언론이나 방송은 물론 기자 조차 없어 야권 측 목소리를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느낄 만한 전직 대통령 두 명에 대한 구속마저 전격적으로 단행한 면만 봐도 그 어느 재벌이나 언론사조차 현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죽하면 야권 일부에서 군사독재 정권 시절보다 더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학습효과로 인해 문 대통령은 끝까지 권력을 쥐고 가야 성공한다고 믿기에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이고 있고, 아무 효과도 없으며 놀랄 만한 성과도 보여주지 못한 북미정상회담을 내세워 일찌감치 이슈를 선점하면서 드루킹 사건과 이재명 불륜사건,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경제 난국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를 결국 승리로 이끌었다.
이에 반해 야권은 대체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면 문 정권과 달리 이미 이슈선점이나 국민 공감을 얻어내는 부분부터 약했고, 현 정권을 출범시킨 JTBC의 비상으로 허탈감에 빠진 TV조선이나 채널A 등 보수성향의 종편방송들과도 우호세력으로 공조하지 못한 채 광화문 가서 태극기 들고 집회하는 것이 전부가 되어 버렸고 여야가 아닌, 같은 야당끼리의 싸움에만 집중해왔기에 국민이 이들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못 느끼게 만들었다.
물론 문재인 정권 역시 평화를 바라는 국민 염원에 발맞춰 대북관계란 이슈를 적시에 선점했을지언정 현재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경제 위기 신호를 도외시한 채 성과도 불분명한 대북관계에만 오직 ‘몰빵’하는 기조를 앞으로도 이어나간다면 독선에 사로잡혀 실패를 면치 못한 과거 정권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