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밥그릇 싸움’ 그만하고 ‘6.13선거백서' 부터 내놔야
한국당 ‘밥그릇 싸움’ 그만하고 ‘6.13선거백서' 부터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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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최근 한국의 보수가 왜 몰락해 가고 있는가를 돌아보면 결론부터 말해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먼저, 박근혜 탄핵. 이한구 공천심사위원장을 통한 비박 제거, 친박 공천이 비박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탄핵을 찬성하게 했고, 그 탄핵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결국 박근혜의 탄핵은 박근혜 자신이 만든 사천으로 인한 결과물이다.

물론, 아무리 사천을 강행했다고 할지라도 탄핵에 동조 하는 것에 대해 잘한 것이냐 잘못한 것이냐 하는 문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재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6.13 지방선거의 패배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사천에 불만을 가진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와 그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 박근혜의 사천으로 인해 정권을 빼앗겼음에도 반성 없이 또 다시 사천을 강행한 홍 대표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게 주요 패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건 분명하다.

또 보수진영은 외교능력과 이슈선점에 있어 문재인 정부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데 반해 정부여당 측은 적극적으로 이런 부분을 잘 풀어나갔다는 차이에서 상호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오게 것이라 분석되고 있다.

이는 선거 전 있었던 ‘북미정상회담 이슈’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6월말 또는 7월쯤으로 연기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국빈은커녕 장관급 대우도 못 받으며 불과 20분의 초라한 정상회담을 하는데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6.12일에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벌써 트럼프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트럼프 본인이 사업가 출신의 백만장자인데다 군수물자를 제조하는 주류 기업들로부터 선거자금 등을 지원받지 않은 채 노동자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미국 내 주류 군산복합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알고 북한의 아름다운 해안 또는 관광명소 등을 개발하면 전쟁으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부동산 개발로 인한 이익이 크다는 것을 먼저 설명했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 본인이 부동산 재벌이기에 북한 개발 이야기는 그의 부동산 감각을 자극했으며 김정은과 문재인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문재인의 이 전략이 먹혀들었는데, 이미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6.12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6·13지방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던 문재인은 그야말로 북미 정상회담에 지자체 선거의 운명을 모두 걸고 한판 승부를 벌였던 것이다.

실제로 이를 보여주듯 서울지역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했던 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선거 목전이던 지난 9~10일 이틀간 유권자들에게 전화설문 ARS방식으로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95%신뢰수준에±3.09%포인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3.7%포인트나 앞설 만큼 당선이 유력했으나 사흘 뒤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의 영향을 받아 바로 다음 날 치러진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비단 이 뿐 아니라 선거 직전까지 의혹이 계속 터져나왔던 드루킹의 김경수 사건, 이재명 불륜 사건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그들 두 후보조차 압도적인 승리를 하게 된 것만 봐도 결국 야당이 여당에 비해 이슈선점에 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거 전부터 야당은 머리를 깎고 단식을 하고 무릎을 꿇을 게 아니라 국내 언론 및 방송, 인터넷 언론 심지어 지역 언론까지 총동원을 해서 어떻게든 이슈선점을 위한 대국민 홍보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하니 사실상 많은 국민들은 드루킹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지 못했고, 이재명의 불륜사건도 그저 야당의 트집 잡기 정도로 우습게 생각하며 넘어가 버렸던 것이다.

물론 정권에 장악된 것이나 다름없는 방송들도 마찬가지다. 12일부터 13일까지 대부분의 방송국들은 고의적으로 추미애 대표를 인터뷰하는 한편 여야 차별 없이 방송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막말’ 이미지가 굳어진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도 매시간 재방송을 했으며 아직 성과나 별 다른 결과도 없는 북미회담에 대해서도 당장 남북 평화나 가져올 것처럼 과도하게 방송시간을 할애하였다.

이 같은 방송으로 인해 심지어 국민들은 더 이상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며 당장 남북통일이 오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과거 현 여당은 야당시절 해외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여 외신기자들, 외국 기자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한국의 실상을 해외에 널리 알리도록 노력을 했으며 진보 언론도 지원해 그들의 목소리가 국민의 귀와 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선거를 앞두고 친보수적 성향이라 할 수 있는 MBN마저 당 대표가 적으로 돌리는 등 언론 대응에 있어 낙제 이상의 행동만 해왔고 제대로 이슈 선점조차 하지 못했는데, 불과 선거 이틀 뒤인 15일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 밑으로 떨어지며 8년여 만에 최악 수준을 기록하고 청년실업률도 10.5%로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던 것만 봐도 이런 데이터를 미리 홍보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에만 편중된 취약한 수출구조나 최소한 종부세 세율 인상, 보유세 인상을 위한 공시지가 현실화 등 세금 인상 관련 이슈만 확실하게 파고들었다면 강남, 송파까지 돌아서는 참패가 일어났을까.

이밖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등 이런 민감한 경제 이슈들을 일찌감치 포착해 친야(親野) 성향의 언론·방송으로 홍보했더라면 분명 이번과 같은 처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졌는가’를 먼저 알기 위해 선거 패배에 대한 백서부터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분석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당최 무엇을 반성해야 될지도 모르면서 그저 입으로만 반성한다고 하며 한편으로는 다시 밥그릇 싸움에나 매진하고 있는 실정이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사실 이 판국에 친박, 비박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친박도 탄핵이 억울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명예회복 시키고 싶다면 내분만 일으킬 것이 아니라 우선 비박과 힘을 합쳐 정권을 어찌 찾을 것인지 논의해야 하는데 이를 도외시하니 아무리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고 주장해도 결국 국민들에겐 한낱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쳐질 뿐이다.

친박 측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되었고 무죄라고 주장하려면 일단 비박에 읍소해서라도 정권을 찾아온 후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국민들에 호소해야지 정권을 되찾지 않고서 어떻게 박근혜 탄핵이 잘못되었다는 게 받아들여질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비박 측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복당파, 탄핵파, 친박으로 편 가르며 누군가를 내쫓으려 할 필요 없이 그저 진심으로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만이 국민들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솔직히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 내에서 친박, 비박, 복당파란 범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외교력, 이슈선점, 언론방송 대응, 여론조사 대응 등에서 여당에게 밀리고 있는 현실부터 바로 직시하고 지금은 밥그릇 싸움을 할 때가 아닌, 서로 이해하고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가야할 때라는 것을 부디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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