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거요.”
“뭔데?”
“크리스마스카드 겸 연하장이에요.”
“무슨 카드를 이제서 주는 거야?”
큰 딸이 내민 카드는 앙증맞았다. 작았다. 카드는 일정하다고 고착되어 있는 내 생각에는 조금도 부합되지 않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얼핏 보아서는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아이의 면전에서 핀잔을 할 수가 없어 머뭇거렸다. 그런 눈치를 알아챘는지 아이는 바람처럼 사라져버린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어정쩡한 태도로 인해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후회가 앞선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존중해주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아이의 얼굴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아이가 건네준 카드를 다시 들고 자세하게 보았다. 크기가 작아서인지 거기에 써진 글씨 또한 깨알 같았다. 얼마나 작은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돋보기를 가져다 보니 알아볼 수가 있을 정도였다. 글자의 크기는 작았지만, 또박또박 써진 문자에는 아이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들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였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였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서도 카드를 직접 만들었으니, 그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가. 시간이 부족하여 카드를 만들고 내용을 쓰는 것을 한꺼번에 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후회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작은 글자 하나하나에 아이의 사랑이 그대로 배어나고 있었다. 아이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면박부터 하였으니, 그 경솔함이 가슴을 치게 한다. 집사람까지 옆에 앉아서 변죽을 올린다. 아이의 사랑이 온몸으로 전해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질 뿐이었다.
“딸아. 사랑해.”
공부를 마치고 들어서는 아이에게 양손을 들어서 포옹을 해준다. 처음에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아빠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환하게 웃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다. 아이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임에 틀림이 없다.
<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