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신년사에서 밝힌 재벌가 총수들의 면면을 보면 올해 경영 키워드가 묻어난다.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 시무식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을 비롯, 현대차 정몽구 회장, 구본무 LG회장, 허창수 GS회장 등은 하나같이 임직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수많은 주문들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확인 됐는데, 이것들을 굳이 세가지로 요약하자면 ‘창조적 발상과 혁신’ ‘고객 우선’ ‘미래에의 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들이 맞닥뜨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신년사가 발표됐다는 점에대해서 이견을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했다. ‘당근’이 아닌 ‘채찍’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창조적 발상과 혁신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서울 지역 임원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그룹 시무식에서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맞아 안팎에서 밀려오는 변화의 파고는 높아지고 그 속에서 영원한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삼성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정상의 발치에서 주저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이 최고의 무기
이 회장은 이런 위기의 극복 방법으로 ‘창조 경영’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창조적 발상과 혁신으로 미래의 도전에 성공한다면 정상의 새 주인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아울러 “세계의 인재들이 삼성에서 마음껏 발상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영시스템과 제도는 물론 기업문화까지 시대적 변화에 맞도록 바꾼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와 무선통신의 뒤를 이을 새로운 전략사업의 발굴 필요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무도 강조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신년사에서 “현대그룹의 기업정신을 이어받아 국가경제발전과 남북화해와 협력에 기여하는 국민기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은 이를 위해 “남들이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국민들에게 꿈과 용기를 안겨 줬던 현대정신을 되살려 올 한해도 현대그룹의 도약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 재도약을 향한 성장속도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사업구조는 여전히 외부 환경변화에 흔들리는 사업이 많고, 현대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성장사업 확보도 미흡했음을 겸허하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특히 “2007년 국내외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일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룹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해 올해 새로운 신성장사업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각 계열사별로 수익을 내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올해 ‘고객 우선경영’과 ‘글로벌 경영 안정화’를 화두로 했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 “당장의 판매 대수도 중요하지만 자기적으로 만족하는 고객 수를 늘리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특히 올해 427만5천대의 완성차를 판매해 총매출 106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아주 구체적인 수치를 밝혀 임직원이 단호한 결심으로 새해부터 신발끈을 조여 매도록 주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7년을 ‘자율과 진화를 통해 도전하고 성장해 나가는 해’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SK는 2년 연속 전 관계사 흑자달성과 최대 매출 실현, 인천정유 본격 가동, 중국사업 기반 확보 등의 성과를 거둔 한해였다”고 평가하고 “2007년은 더 높은 도전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도전과 성장의 한 해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우선 글로벌 경영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조직과 제도, 업무과정, 문화 등 회사의 모든 차원에서 글로벌 역량을 확보해야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실행해나가자”고 독려했다.
최 회장은 이어 시스템 경영과 관련해 “자발적, 의욕적 두뇌활용을 통해 우리 행복을 스스로 만들고 키우는 시스템 완성도를 높여가는 노력을 계속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행복경영에 대한 강조도 빼놓지 않았다.
최 회장은 “행복추구는 이제 SK의 경영철학이자 기업문화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며 “협력업체와 상생경영을 비롯해 행복나누기 확산을 더 강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새해 화두로 ‘한화의 신 르네상스’를 제시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새해는 그룹 CI교체와 더불어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해인만큼 일상적인 변화와 혁신에서 벗어나 과거의 불합리한 모든 것들을 일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나 자신부터 그리고 내 주변부터 조금씩 바뀌어나갈 때 한화의 ‘신 르네상스 시대’ 또한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약의 발판을 위해···
김 회장은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돼 온 그룹 CI 변경을 계기로 한화인들의 의식 수준을 철저히 업그레이드하고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여가는 전환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현재 각 사마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경영 추진에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당장 눈앞의 열매 하나를 취하기보다 훗날 수십, 수백 배의 풍요를 기약하며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글로벌경영과 관련해 김 회장은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회사가 자꾸만 머뭇거리고 움츠려서는 곤란하다”며 “형식적으로만 함께하는 척하고 구호로만 시너지를 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STX그룹은 새해 경영방침을 ‘꿈을 해외에서 이룬다’고 정하고 중국내 선박 생산기지의 조기 안정화와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사업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강덕수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STX그룹은 해운·물류 조선 기계 에너지 건설의 3대 비즈니스 축을 중심으로 내실있는 균형성장을 이뤘다”고 한해를 정리한 뒤 “올해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과 미래 신성장동력 확충을 통해 매출 10조원,수출 67억달러, 경상이익 7000억원의 목표를 달성하자”며 글로벌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TX그룹은 이에 따라 중국 조선사업 조기 완성, 에너지 자원 개발사업 확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해외사업 확대, 비즈니스 디벨로퍼(Biz Developer)집중육성, 혁신(PI)을 통한 시스템 경영 등의 ‘개발형 사업경영(Developing Biz)’에 핵심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작년 그룹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한 구본무 LG회장은 “5년 전, 10년 전 관행을 고집하며 실수만 하지 않으려는 타성에 젖은 습관이 있다면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며 직원들의 패기를 역설했다.
구 회장은 “이제 ‘고객에 대한 열정’과 ‘미래를 향한 도전정신’으로 100년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 고객이 인정하는 일등 LG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신년사에서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화두로 내놓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실수가 두려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가장 큰 문제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경영은 치밀하고 과학적인 경영임을 명심해야 한다. 성공을 위한 가치 있는 실패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지난해 대우건설이 그룹의 일원이 된 것은 새 시너지 창출을 위한 좋은 기회”라며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아름다운 비상(飛上)을 하자”고 당부했다.
남중수 KT 사장은 “격변의 통신·방송 융합 시대를 맞아 2007년을 고객가치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고객창조, 고객밀착, 고객친화 경영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동부·CJ·LS그룹은 글로벌 경영을 강조했다.
유병택 두산 부회장(비상경영위원장)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앞으로 달리는 세계 시장보다 더 큰 보폭과 더 빠른 걸음걸이로 달려가 기회를 잡지 않으면 패자가 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바쁘다 바뻐~
김준기 동부 회장은 “하루빨리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고 경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세계 각국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미국.중국.동남아에서 더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경영에 대한 전사적 이해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구자홍 LS 회장은 “지난해엔 투자를 통해 해외 생산기지를 강화하는 등 해외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올해는 성과를 창출해 내실 있는 성장을 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