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하며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란 경제정책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문재인 정부가 굳건히 표명하고 있지만 이에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미 작년에 최저임금을 역대 최고치인 16.4% 인상했다가 격한 반발에 직면하자 일자리안정자금이란 명목으로 세금 3조원을 풀어 잠시 무마해보려던 정부는 올해 역시 10.89%라는 두 자릿수 인상에 당장 소상공인들부터 ‘최저임금 불복종’을 천명하자 이번엔 가맹점 수수료나 상가 임대료, 카드 수수료가 문제라면서 본질을 흐린 채 ‘물타기’에만 나서고 있다.
이 난리가 일어난 1차적 원인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마치 다른 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간질에만 바쁜 모양새인데, 다른 부문을 아무리 낮춘다고 한들 인건비가 높아지면 현 정부에게 가장 절실한 고용지표가 어찌 개선될 수 있겠으며 인건비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어떻게 대처할 셈인가.
시장경제는 변화에 민감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이미 물가는 상승한데다 그간 정부가 25조를 퍼붓고도 17년 만에 최악의 고용쇼크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안 보이고 있으며 소비심리 역시 얼어붙어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8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01.0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인데, 그럼에도 가스비 인상을 단행하고 건보료 인상을 예고한 데 이어 경유세 인상도 검토하는 등 세금까지 ‘악착같이’ 올리고 있으니 최저임금 효과는커녕 내수경기가 침체되지 않고 배겨내겠나.
이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기미는 일찌감치 감지됐음에도 이번엔 미·중 무역갈등이란 대외요소를 앞세우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올해 1분기 하위 20% 계층의 가계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줄어든 걸 확인한 청와대가 지난 5월에야 경기부진의 원인을 놓고 긴급회의를 했었다지만 결국 내놓은 결과는 이전과 다를 게 없는 미봉책 투성이인 것 보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정부는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서 눈을 돌려 카드 수수료나 임대료 등 곁가지를 지목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카드수수료는 인하되어왔고, 상가임대차 보호법도 임차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올해 한국감정원의 1·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피스와 상가 모두 공실률이 전분기 대비 상승하고 임대료도 하락했을 만큼 상가시장도 침체되고 있어 이마저 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하니 고용문제도 개선되지 않는 것인데, 최저임금을 한참 초과하는 대기업 근로자들은 전체의 10% 내외에 불과하고 나머지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으로부터 고용창출이 이뤄지는 것임에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선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정작 억대 연봉도 받는 대형 노조단체들의 일방적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다.
금속노조 산하의 현대차, 현대중공업 노조 등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단행하는 바로 이 귀족노조들이 사실상 우리 경제를 이렇게 악화시키고 있는 주범인데, 대기업 뿐 아니라 세금을 투입해 만들어진 공기업의 경우엔 이보다 한 술 더 떠서 경영난이 발생하면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연봉을 올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일례로 광주광역시의 광주도시공사, 광주도시철도공사, 광주환경공단,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은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기업 매출, 당기순이익 등과 관계없이 직원 평균연봉, 신규 직원 초임 연봉을 대폭 올린 끝에 일부는 인건비 비중이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어서기도 했으며 이들 중 한 기업은 적자를 기록 중임에도 직원 연봉은 올리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공기업은 작년 기준으로 남성의 경우 1인 평균 급여액이 상위 10개사 모두 9천만원을 넘고 있는데, 한국전력의 경우엔 노조가 인사권까지 개입하는 등 사실상 경영에도 손을 대고 있어 경영자의 갑질로부터 노동자 인권을 보호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하는 노조의 본래 결성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더구나 현 정권은 소위 촛불혁명으로 세워졌다 보니 이를 초반부터 주도했다는 명분을 내세운 민주노총의 전횡엔 마냥 눈을 감고 있어 위로는 대기업부터 아래로는 중소기업까지 모두 시름을 앓고 있다.
최소한 정부가 지금이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와 생각이 있다면 일단 억대 연봉을 받는데도 파업 등 임금과 관련된 노동쟁의를 하는 노조의 악·폐습부터 근절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그러려면 최고임금 상한제를 만들어서 법제화해야 한다.
지금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벌어진 편의점주와 알바들 간 갈등이 ‘을과 을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갑은 오히려 민주노총과 같은 노동조합이며 대기업도 을이고,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은 이보다도 못한 병이다.
그렇다고 노조를 없앨 수야 없겠지만 당장 최고임금 상한제라는 제동이라도 걸어두지 않는다면 지금도 어려운 우리 경제는 머지않아 IMF사태를 넘어서는 파국의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