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국회장에 대비되는 마린온 순직자 영결식
노회찬 국회장에 대비되는 마린온 순직자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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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이번 달 들어 지난 17일 마린온 헬기에 탑승했던 해병대원들부터 23일 정의당의 노회찬 의원, 25일 정미홍 전 대한애국당 사무총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비보를 대하는 정치권과 여론의 자세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을 만큼 참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과거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손을 마주잡고 위로하던 그들이 과연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 추락사고 이후 사고 장병 유족들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태도는 무관심하다 못해 심히 냉담하다고 표할 수 있을 정도다.

무려 해병대 장병 5명이 순직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청와대가 사고 하루 뒤 고작 처음 내놓은 반응이라곤 어처구니없게도 “우리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내용의 김의겸 대변인 브리핑뿐이었고, 그토록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권이 헬기개발업체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런 이율배반적인 논평을 내놓을 수 있는지 그 자체로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발표에 여론이 악화되고 유족들까지 반발하자 졸렬하게도 김 대변인은 이틀 뒤인 20일 성의 있는 사과는커녕 ‘박근혜 정부의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새로 발견된 사실이 나와 국민들께 설명 드리겠다며 뜬금없이 상황판까지 내놓고 ‘시선 돌리기’에만 급급한 추태를 보였다.

비단 이 뿐인가. 같은 날 대통령 영부인이라는 김정숙 여사조차 헬기사고에서 간신히 생존한 군인이 사경을 헤매는 와중임에도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청와대에서 직원들과 함께 영화 관람이나 하고, 22일엔 이 내용을 홍보하듯 청와대 페이스북에 올려 실로 만인의 공분을 자아냈다.

청와대의 인식이 이 수준이니 내각 역시 다를 게 없는 모양새인데,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유족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자 “유족들께서 의전 문제에 있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는데, 이처럼 무심한 행태 하나하나를 보면 과연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했다던 이전 정권과 다를 게 무엇인지 직접 묻고 싶을 정도다.

계속 침묵하는 문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성토가 이어지자 사고 뒤 엿새가 지난 23일에야 겨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묵념을 하는 정도에 그쳤고, 이날 포항에서 엄수된 마린온 순직 장병 영결식에도 김현종 국방개혁비서관 한 명만 보내 뒤늦은 조문으로 유족들의 화만 돋웠다.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와 다를 게 없어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과 김병기 국방위 위원이 조문을 온 것 외엔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어느 누구도 나타나지 않아 야당임에도 대거 찾아왔던 자유한국당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렇듯 장병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엔 다른 나라 소식 보듯 대하던 정부여당은 마린온 순직장병 영결식 날 일어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투신자살엔 극명하게 비교될 만큼 즉각 조의를 표해 그 죽음의 무게도 각기 다르게 인식하는 것인지 통탄하기 그지없다.

마린온 순직 장병들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던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님 힘내세요’란 청원엔 직접 생방송으로 답변하겠다며 희희낙락하다가 노 의원 사망 소식을 접하자 이건 중대하다고 느꼈는지 돌연 일정을 취소한 데 이어 ‘비통한 심정’이라고 직접 입장을 내놓은 것은 물론 25일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까지 노 의원의 빈소에 보내 조문케 해 ‘외면 받던’ 마린온 유족들을 두 번 울렸다.

심지어 노 의원은 유서에서 드루킹의 경공모 측으로부터 4천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본인 스스로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 때가 오버랩 되는 듯 ‘자살’이란 비극적 형태 때문인지 도리어 노 의원 관련 의혹을 수사해오던 특검이 해명을 하게 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정의당 내에서도 출당 논의가 일부 있었을 만큼 의혹의 중심에 있던 노 의원이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단지 자살로 ‘공소권 없음’ 처리되면 그게 곧 결백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자살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는 현 제도는 분명 개선될 필요가 있고, 그가 살아온 삶과 드루킹 관련 의혹은 별개임에도 금품 수수 때문에 압박받아 자살한 자를 이토록 미화하고 국회장까지 치러주는 점 역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품 수수 압박 끝에 자살한 정치인을 추모하는 소식은 연일 지면을 도배하며 성대한 국회장까지 치르고 있는 반면 아직 보름도 안 지난 마린온 사고 관련 소식이나 폐암으로 투병하던 정미홍 전 대한애국당 사무총장과 관련해선 노 의원보다 이틀 뒤 별세했음에도 벌써 잊히고 있어 문 정권 하의 대한민국에선 죽음에도 차별이 있는 것인지 쓴웃음이 나온다.

전역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한 해병의 죽음은 보이지 않고 특검의 수사망이 조여오자 자살을 택한 정치인의 죽음만 눈에 들어온다면 누가 이런 나라를 위해 의무를 행하고 애국을 할 것인지 자살자 추모 열풍에 휩싸인 작금의 정치권은 부디 자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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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2018-07-28 11:37:43
다른일은 모르겠지만 이번 헬기 사고를ㅈ보며서 너무 의아하게 생각하는 지극히도 평범한 국민입니다.
청와대의 이런모습이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