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노무현-이명박 연대 신호탄인가
개헌, 노무현-이명박 연대 신호탄인가
  • 김유승
  • 승인 2007.01.10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의 개헌 제안, 이명박이 받을 가능성

꽃놀이패, ‘개헌’으로 레임덕 버티기

▲ 노무현 대통령, 개헌 추진 담화문 발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추진 대국민담화가 발표된 9일 오전을 기점으로 ‘개헌’과 ‘노무현’이란 키워드가 다시 모든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듯하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 모든 미디어는 각계의 반응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넘어 개헌 절차와 추진 일정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9일 조간신문 정치섹션의 키워드는 ‘열린우리당 탈당과 해체’, ‘야권 대선후보간 경쟁’이었다. ‘개헌’과 ‘노무현’이라는 뉴스가 가히 ‘열린우리당 내분, 탈당, 해체, 노선투쟁’ 뉴스와 ‘야권 유력후보’ 뉴스를 순식간에 잠재우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국민 저변에 개헌에 대한 긍정적 공감대가 비교적 폭넓게 자리 잡고 있고, 무엇보다 현실화의 키를 쥔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 그리고 유력 대선후보들도 시기에 대한 이견만 있을 뿐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어 무시하지 못할 꽃놀이패 승부수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한 한나라당으로 인해 개헌카드가 무위로 끝나면 다시 한 번 대통령 권위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 ‘거국내각 구성’ ‘임기 중단과 하야’등의 극단적인 승부수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기 못 마치는 첫 번째 대통령에서 민주화 이후 개헌한 첫 번째 대통령으로

연일 정치적 논란거리를 제공해온 노 대통령은 레임덕과 식물대통령이기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이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임기내 뭔가 업적을 챙기려는 집착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진행되는 한미FTA와 병역 복무 기간 단축 등이 그런 사례인데, 4년 연임제 개헌 추진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기를 다 못 마치는 최초의 대통령’이란 우려를 표했던 노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개헌을 주도하고 개헌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으로 남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정가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번에 대통령이 주도하고 발의한 개헌이 성공하면 성격은 다르지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역사적인 개헌을 이룬 네 번째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민주화 이후 민주적 개헌을 주도하고 성공시킨 첫 번째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정국주도권 쥐고 열린우리당 운명을 좌지우지

노 대통령의 다소 뜬금없는 개헌 추진 발표는 이슈를 주도하고, 여론과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어 분열 양상의 열린우리당 상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선 투쟁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각 계파가 개헌이라는 공동목표를 공유하고 추진하면서 그동안 전개된 분열 양상을 완전 봉합할 것인지, 아니면 진정시켜 소위 ‘아름다운’ 결론으로 가는 데 역할을 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8일 김근태 의장이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노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위해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개헌이란 공통분모를 노대통령이 직접 화두로 던지면서 일단 탈당과 분열, 노선투쟁에 집중된 여론의 관심을 되돌리는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여 공교롭게도 김 의장의 요청에 즉시 화답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개헌카드로 정국 주도권을 선점한 노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재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도권까지도 틀어질 수 있느냐는 회의적이다. 한 자리의 지지율로 떨어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 실제로 개헌 추진 동력과 정치력이 남아있는지도 역시 매우 비관적이긴 마찬가지다. 결국 키를 쥔 한나라당의 태도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반대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이 지난 대연정 제안 등에서와 같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게 되면 담화를 통해 개헌을 공식 제기한 대통령의 권위만 다시 상처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분열로 대선구도 흔드나?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단 반대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최근 올 대선 예측에 관한 책을 낸 전영기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는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개헌 논의를 아예 부정하는 한나라당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원포인트 개헌이 결코 한나라당에 불리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당 내외에 상당해 개헌을 주도적으로 해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위 한나라당 빅3는 ‘차기 정권에서 논의’라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실제 추진 여부는 상당히 부정적이지만, 한나라당내 소장파 및 일각의 개헌추진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노대통령 담화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아주 나쁜 대통령’이란 즉각적이고 격한 반응을 보여 가장 강력한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현재의 대선구도 및 정계 구도를 흔들려는 악의적 의도로 보는 것이다.

만약 개헌이 추진되면 원포인트 개헌을 전제로 대통령 임기 문제와 함께 자연스럽게 국회의원 선거구 제도 변경 등이 같이 거론된다면 의원간 이해관계까지 얽혀 그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이명박 연대, 노무현 개헌카드 이명박이 받는다

▲ 개헌 입장 온도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이명박 전 서울시장
2006년 여름, 박 전 대표는 유세중 부상에도 불구하고 5.31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선거 승리를 견인함으로써 박 전 대표의 지도력과 대중성을 재검증받으며 주가를 한껏 높였다. 이러한 박 대표의 인기와 당내 영향력은 가을까지 이어졌고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박빙을 보였지만 당내 기반이 탄탄한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판단되던 시기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동시에 ‘이명박-노무현 연대론’이 거론되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노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의 이명박 사무실 방문이 있었다는 보도와 함께 노무현-이명박 연대설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이 전 시장 진영은 펄쩍 뛰며 부정했다. 당시 연대설은 박 전 대표의 당내 기반에서 밀린 이 전 시장의 한나라당 탈당과 지역주의 청산과 대연정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노 대통령이 연대해 이 전 시장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여 한나라당 박근혜, 통합신당 고건, 열린우리당 이명박의 3파전을 통해 대선을 치른다는 ‘설’이었지만 이 전 시장 진영의 강력한 부정에 의해 사실이 확인 안 된 채 ‘설’로 끝난 이야기다.

그 당시 연대설에 비해 9일 발표된 노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의도적 연대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노무현-이명박 양자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들어맞는 이슈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묵시적 연대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데에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현재 50%대의 대선후보 선호도를 넘다드는 이 전 시장으로서는 노 대통령 임기내에 연임이 가능한 개헌이 된다면 첫 번째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높아 보인다. 개헌에 대한 시중의 우호적인 여론이 분명히 존재하고, 여야를 떠나 개헌 추진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정치세력이 실존하고, 그것이 다수라고 판단된다면 추진하지 못할 사안도 아니다. 게다가 이 전 시장의 추진력과 결단력, 지도력에 대해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첫 번째 정치적 결단이란 측면도 간과하기 힘든 효과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5년 단임에서 4년 연임으로 개헌이 되면 차기 대통령은 최장 8년까지 집권할 수 있고, 장기적인 정책 추진과 임기내 결과를 확인하고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은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노대통령의 담화후 각 대선캠프의 반응에 명확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노 대통령이 차려주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으로도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과 한나라당내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규합하면 개헌 가능 의석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섣불리 노 대통령의 제안에 손을 들어 주었다가는 감당하기 힘든 역풍을 만날 수도 있다. 이번 노대통령의 개헌카드가 절묘한 승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야당 진영 유력 대선후보간 이견이 충돌해 상호 일전불사로 갈라지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