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믿을 수 있나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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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미북간 비핵화 협의가 사실상 교착상태로 접어든 판국에 국제 정세도 읽지 못하는지 정작 국내에선 때 아닌 3차 남북정상회담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출처 불명의 '설'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는 13일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다뤄질 주요의제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여당 대표는 벌써부터 “발전적인 3차 회담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일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한 데 이어 10일엔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남북철도조사단 2차 회의가 열리고, 오는 11일엔 서울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13일 평양에선 남북한 선수들이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가지는 등 비핵화 진척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마치 이미 통일이라도 된 것인 양 교류사업만 무조건 추진되고 있는 모양새다.

보다 못하겠는지 최근 신속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가능케 하는 새 가이드라인을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한 것을 계기로 한국 정부의 800만 달러 대북지원 집행이 빨라질 거란 전망이 나오자마자 미 국무부 관계자가 10일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경제 또는 외교적 압박을 조기에 완화하는 것은 우리가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즉각 경고하고 나섰겠는가.

이미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선 비핵화를 시행하겠다는 듯 호언하던 게 언제였냐는 양 자신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그토록 내세우던 미군 유해 반납조차 상당히 시간을 끌던 끝에야 진행하더니 이젠 그나마 핵 관련 시설 중 언제든 재건이 가능하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은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정도로 비핵화를 매듭지으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북한은 평양을 3번째로 찾은 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6~8개월 이내 핵탄두의 60~70%를 이양하라고 제안하자 앞선 방북 때와는 달리 김정은조차 만나주지도 않은 채 빈손 귀국하게 만든데다 도리어 북한 외무성은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미국을 비난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인 것은 물론 리용호 외무상은 9일 미국과 대치중인 이란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적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핵 지식을 보존하겠다”며 대놓고 CVID를 거스르는 입장까지 표명했다.

이러니 미 백악관 내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이 언론에 나서서 “제재의 효과가 약화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경하게 못을 박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그럼에도 현 정권은 그토록 바라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 단추인 한반도 비핵화부터 이렇듯 어그러지고 있는 상황인데,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김치국부터 마시는지 남북 교류사업부터 관심을 두고 있으니 미국에선 아무리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어찌 한국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죽하면 한국으로 북한산 석탄이 밀반입됐다는 의혹이 나오자 공화당 소속인 테드 포 미국 하원 테러리즘비확산무역소위원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석탄 밀반입에 연루된 기업이 한국기업이라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부과해야 되느냐’는 질문을 받자 일말의 주저도 없이 “그래야 한다”고 일갈했겠나.

일단 우리 정부에선 미국이 주시하고 있는 이 석탄 밀반입 사안과 관련해 개별 업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러시아산보다 값싼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개인 일탈 사건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런 ‘꼬리자르기’식 마무리에 국민은 속일 수 있을지언정 미국까지 속일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앞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비밀리에 김정은과의 2차 남북정상회담을 단행할 당시에도 미국엔 누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정확히 알리지도 않은 채 두루뭉술 통보하고 추진했던 전력을 가진 청와대였던 만큼 이미 미국이 의구심 품은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선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을 쉽게 흘려 넘기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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