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시대의 요절작가 이달주" 展
'이달주'라는 화가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한국 미술계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이들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매니아'에 속할 것이다. 그만큼 이달주라는 이름은 낯선 이름이며, 잊혀진 이름이고, 더 이상 불리워지지 않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번에 서울 평창동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20세기 한국미술의 힘' 첫 번째 순서를 장식한 <박래경 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황폐한 시대의 요절작가 이달주 전>은 마흔 두 살 나이에 뇌일혈로 생을 마감한, 그 짧은 생애만큼이나 세간에 알려지기 힘들었던 요절작가 '이달주'(1920∼62)를 '추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달주의 미술세계는 분명 모딜리아니의 그것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불과 15점 정도의 작품만을 오늘날 남긴 이달주의 여성상은 모딜리아니의 특징과도 같은 길쭉한 목에 우수로 그득찬, 비딱한 얼굴을 그려내고 있는데, 고독과 우울로 채색된 모딜리아니의 여성상과 다른 점이라면, 이달주의 여성에게선 묘한 안정감과 따스함, 풋풋함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1950년대에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작업한, 그의 일생에서 마지막 7년 간의 작업이 모아져 있으며, 1950년대의 아스라한 생활상이 잘 드러나있어 색다른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소녀의 얼굴', '황소', '샘터', 게와 새우' 등, 향토적이면서도 사색적 요소를 늘상 짊어지고 있는 이달주의 미술세계가 화폭 가득히 펼쳐져 있으며, 1964년의 유작전 이후 처음 열리는 이달주 전이라는 점, 그리고 시대의 때를 입어 퇴색한 작품들을 가나아트갤러리 쪽에서 복원하여 제작 당시의 모습에 근사하도록 되살려낸 전시라는 점 등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장소: 가나포럼스페이스, 일시: 2004.05.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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