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조각공원’부터 지하통로까지 “이런 곳도 있었네!”
‘함바집’ ‘조각공원’부터 지하통로까지 “이런 곳도 있었네!”
  • 문충용
  • 승인 2007.01.16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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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1번지 국회, 이색지대 탐방

▲ 국회의사당
우리나라 정치 1번지 국회. 주변에 줄지어 주차돼 있는 전경버스들의 행렬, 그 사이를 오가는 전경들 그리고 ‘국가 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하는 1인 시위대 모습 등 ‘대한민국 정치 1번지’ 국회는 다양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정문 밖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국회 안은 사뭇 다르다. 확 트인 잔디밭과 하늘을 향해 내뿜는 분수대는 자유롭고 시원스럽다. 거리를 바삐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선 활력이 넘친다.

쇼핑 명소 ‘후생관’

만남의 장소로 알려진 의원회관 옆 ‘후생관’은 이런 분위기에 친근감을 더해준다.

대학가의 카페테리아와 비슷한 후생관 건물엔 라면과 김밥을 판매하는 분식점, 원두커피 전문점, 베이커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차 한 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출출할 때 가볍게 간식을 먹기 좋은 장소다.

후생관은 또 국회 내 쇼핑의 명소다. 식료품 가게, 비디오 대여점, 전자제품 전문점, 기념품점, 서점, 꽃집, 화장품가게, 약국 등 30여개의 점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남대문 시장처럼 저렴한 옷과 신발, 생활필수품들을 가판에 차려두고 판매하는 일도 흔히 눈에 띤다. 대부분의 물건을 10~30%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 국회 후생관
그러나 국회의원이 직원들만을 위해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금물. 방문객들도 이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국회 후생관이 처음 문을 연 88년도부터 일을 해온 가방집 주인 김경자(58)씨는 “주로 사무처 직원들이 이용하는데 오랫동안 봐온 사이라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장사하고 있다”며 “의원들은 급히 출장 갈 경우에 여행 가방을 사기 위해 자주 들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 방문객들도 외부보다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이점으로 후생관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서점 판매원은 “요즘 의원들 사이의 베스트셀러는 ‘2010년 대한민국 트렌드’와 ‘다빈치 코드’”라며 “일반 서점보다 10%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특별히 주문한 책은 3일 내에 가져오기 때문에 직원들도 외부 대형서점보다 후생관 서점을 애용한다”고 소개했다.

비록 크지는 않지만 국회를 찾은 일반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국회도서관 이용을 위해 국회에 왔다가 친구들로부터 후생관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들렸다”는 대학생 정희은(21)씨는 “국회는 왠지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고 한 번 들어오는 것도 대단히 복잡한 절차를 거칠 것 같았다”며 “막상 후생관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둘러보니 ‘국회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생관을 찾은 소감을 전했다.

후생관 옆엔 작은 산장 모양의 야외 찻집이 눈을 사로잡는다. 5평 남짓한 크기의 이 찻집은 10여가지의 차와 음료를 판매한다. 바깥바람을 쐬며 차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지는 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점심시간이면 의원회관, 본청, 도서관 등 국회 내 식당가는 늘 붐빈다. 그런데 17대 국회 들어 구내식당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곳이 생겼다. 다름 아닌 ‘함바집’이다.

공사현장 근처에서나 볼 수 있는 함바집이 어떻게 국회 내에 있을까?

그 이유는 국회도서관 확장공사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일하는 공사현장 인부들의 식사를 위해 도서관 옆 가건물이 마련됐다.

건설현장에 있는 간이식당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점심땐 국회직원들은 물론 의원들의 행렬까지 이어져 빈자리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식당 밖에도 파라솔을 설치해 두고 손님을 받고 있다.

금배지들의 ‘함바집’

열린우리당은 유인태, 유시민, 김부겸 의원이 한나라당은 배일도, 박찬숙 의원이 민주노동당은 천영세 의원이 단골로 꼽힌다.

하루 평균 20~30명의 금배지들이 이곳을 찾는다. 저녁땐 동료의원과 함께 술 한 잔 걸치러 오는 의원들도 꽤 있고 정당대표의 기자간담회 자리로도 이용된다.

함바집 직원은 “생긴 이래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다녀간 것 같은데 열린우리당 의원이 가장 자주 오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여기서 모임을 갖기도 한다”며 “저녁에는 국회 내에 있는 식당이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위해 오는 의원들이 많다”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았다.

한 끼 식사가격은 4천원대이며 전골과 찌개류도 있다. 평소 가까이 하기 힘든 의원들과 뒤섞여 밥을 먹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국회 경내는 참관을 통해 대부분 관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회 본청 내부, 의원회관을 들어가는 데는 제한이 따른다. 찾아온 용무와 신원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본청 내엔 이발소, 미용실이 있다. 이발소는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큰 방에는 3명 이상의 이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작은 방에는 개인의 면도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개인 이발을 위한 작은 방은 간부석, 의원석 등의 구분이 있고 이발비는 1만2천원이다. 미용실은 88년도에 지어져 시설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하지만 여성의원들과 직원들의 이용이 잦은 편이다.

▲ 국회 지하통로
국회본청 지하 2층에는 외부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감춰져 있다. 지하통로다. ‘비밀통로’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본청-도서관-의원회관이 연결 지하도를 통해 연결돼 있다.

통로를 지키고 있는 국회 경위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울 때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며 “하루종일 통로를 개방하지는 않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통과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통로는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앞 옆 벽에 문화일보 김연수 기자의 ‘두루미’, ‘해 뜨고 지는 마을’이라는 제목의 일출사진 등 유명 작가들이 작품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또 박관용, 이만섭 전 국회의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한나라당 박명환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서예작품도 전시돼 있다.

본청에서 지하통로를 이용해 의원회관으로 가면 의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장소가 나온다.

여성전용 사우나 생기기도

‘건강관리실’로 알려진 국회의원 전용 사우나다. 원래 남성의원들만을 위해 마련됐지만 16대 국회 중반쯤 여성의원들의 반발로 여성 전용 관리실이 추가됐다. 내부에는 사우나 시설 외에도 간단한 헬스시설과 미용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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