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이모씨 “발령과 징계가 어떻게 같을 수 있나”

[시사포커스 / 김경수 기자] 종교계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연이어 터진 가운데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가 성폭력 목사 관련 행정 처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여성시민단체들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문 앞에서 ‘기독교대한하나님성회(기하성) 성폭력 목사 면직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후 기하성 여의도총회는 3일 후인 지난달 31일 재판위원회를 열어 “가해 목사인 박씨가 성폭력 사실을 시인한 사실이 있고, 피해자가 강력 처벌을 원해 오늘부로 목사직을 면직하고 제명한다”고 주문했다.
이로써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피해자 이모씨가 재판위에 제출한 재심청구서에는 박 목사와 관련 유00 목사 중징계 요청 건도 포함돼 있었다.

피해자 이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교무국장이던 유 목사는 박 목사가 저지른 성폭력 사실을 알고도 감추며 교회를 개척시켜준 업무 과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2015년 유 목사에게 큰 외삼촌인 박 목사가 자신에게 가한 성폭력에 대해 알렸고, 그로 인해 3자 대면까지 진행 했지만 유 목사는 박 목사를 단순히 개인사유 사직처리와 함께 전라북도 익산의 한 교회로 개척시켰다”며 “재심의청구에서 유 목사 징계 건을 넣은건 지난 3년 간 유 목사의 편파적인 일처리로 인해 받은 2차 피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고 싶어 요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판위 판결문은 달랐다. 지난달 31일에 열린 재판위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별첨. 유 목사 중징계 청원 건은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이첩하기로 하다'로 명시돼있다.
이씨는 “재판위가 열리기 10일 전 유 목사는 이미 다른 지역성전 담임목사로 발령이 났었다" "어떻게 재판위가 열리기 전에 발령이 났는지 모르겠다"며 교회 행정절차에 다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기하성 여의도총회 관계자는 “해당 목사 인사 문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소관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이첩을 시켰다"고 말했다.
이첩으로 명시된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국 관계자는 "기하성 재판위에서 판결나기 전 이미 교회는 어떤 결과들이 나올지 인지하고 있었다" "피해자와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선 잘 아실 것이라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유 목사가 다른지역 성전의 담임목사로 발령된 것은 맞다" 하지만 본 교회에서 국장직을 역임하시다 다른 지역성전으로 발령된 것은 피해자가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큰 의미로 봤을 땐 징계와 같은 징벌적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 이모씨는 "징계와 발령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같은 성폭력 문제를 놓고 다른 행보를 보인 교단이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는 조카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 소속 목사 박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에 소속 교단 총회는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또 다른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살피겠다" "성적 차별과 혐오, 폭력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고 이와 관련한 정책과 교육, 제도의 보완이 절실함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기회에 법과 제도, 교육과 피해자 지원체계들을 면밀하게 검토해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