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지뢰밭 제거, 대체 왜 서둘러야 하나
비무장지대 지뢰밭 제거, 대체 왜 서둘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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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평양에서 열렸던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를 내세운 현 정권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유엔의 꿈이 한반도에서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사실상의 대북제재 해제 필요성을 호소한 데 이어 미국을 향해선 “언제든 취소 가능해 손해 볼 게 없다”며 종전선언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뭐가 그리 급한지 한편으로는 9월 평양공동선언을 놓고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고 자평하면서 국제 제재가 여전한데도 오히려 한국이 이와 별개로 가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남기고 있어 많은 이들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남북 군사 분야 합의도 유엔사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포함돼 있는데, 당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유엔군사령관 겸임) 지명자부터 비무장지대 내 GP 축소 문제를 꼬집어 “비무장지대 내의 모든 활동은 유엔군사령부의 관할”이라며 “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모든 관련사항은 유엔사의 중개와 판단, 감독을 통해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우리 정부에선 그간 유엔사와 모든 군사합의서 내용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왔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남북군사합의 내용 중 서해 평화수역 범위를 놓고도 남북 각각 40km씩 도합 80km라고 발표했다가 80이 아니라 135km였고 북측은 50km인데 반해 우리 쪽은 85km로 더 많이 양보한 셈이란 일부 언론의 지적이 나오고 나서야 입장을 번복한 전례에 비춰 볼 때 과연 신뢰할 만한 발언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언론과 야권의 지적을 받고난 뒤에야 사후약방문식 조치를 한 북한산 석탄 논란도 있었던 만큼 오로지 국제적 흐름보다는 자신들의 시간표에만 대북관계를 맞춰나가려는 현 정권의 모습은 조급하다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안보 불안을 유발케 하고 있다.

실제로 남북이 철도 연결을 위해 추진한 남북의 철도 공동조사는 올해 8월 유엔군 사령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는데, 그럼에도 지난달 28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착공식을 연내 개최한다고 했으므로 이를 위해 10월 중 현지 조사에 착수한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큰 줄기와 가닥이 잡혀 있으므로 실무적 협의도 원활하게 추진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 김 대변인은 이 철도 연결 사안이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상정됐느냐는 질문에 “사안 하나 하나를 논의했다는 게 아니라 두 정상이 평양공동선언 내용과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충분한 교감이 있었으므로 큰 틀에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는데, 워딩대로라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얻었다기보다 청와대가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포괄적으로 확대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굳이 철도 연결 문제를 거론한 이유는 이게 오늘부터 시작된 DMZ 내 지뢰제거 작업과도 연계된 사안이기 때문인데 지난 2000년 남북 동-서해선 육로 연결 사업 역시 지뢰제거 작업부터 시작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비무장지대 내 지뢰 제거도 경원선 복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핵실험장이나 언제든 재건 가능한 미사일 발사장 폐기 정도에 그칠 뿐 아직 핵리스트를 비롯한 북한으로부터 확인된 비핵화 조치는 어느 것도 없는데도 철도 연결을 위해 지뢰 제거부터 하자는 건 북한에서 남하하기 쉽게 길 터주는 격 밖에 더 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지뢰는 적을 직접적으로 살상도 하지만 부상을 입혀 적 전력을 부상병 관리로 약화시키게 하는 전술적 효과도 있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무기로 지난 반세기 이상 우리나라를 북한의 남침 위협으로부터 묵묵히 지켜온 비대칭 전력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남북이 통일된 것도 아닌데 지뢰 제거부터 착수하겠다는 건 대체 어떤 의도에서 나온 발상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미 우리 군조차 지난 2015년 북한의 DMZ 지뢰 도발 사건으로 당했던 목함지뢰만 봐도 2001년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하면서 탐지되지 않는 지뢰는 새로 매설하지 않기로 했던 우리와 달리 북한은 금속제가 아니어서 탐지되지 않는 지뢰를 다량 운용 중인데, 이를 어떻게 탐지하겠다는 것인가.

단지 탐지되는 지뢰를 매설한 우리 측만 지뢰제거가 이뤄지고 탐지되지 않는 지뢰를 묻어온 북한은 미탐지 이유를 핑계 삼아 기존 지뢰를 그대로 유지하는 건 아닌지, 부디 기우이길 바라지만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해온 북한의 과거 행태를 생각하면 환영보다 우려부터 앞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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