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길의 "달밤에 몰래 만나다"
<그 여자를 찾아가는 여행>, <적들의 사랑 이야기> 등의 작품으로 이미 '고정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독창적인 작가 원재길이 펴낸 세 번 째 소설집 <달밤에 몰래 만나다>에는 2000년부터 2003년에 걸쳐 발표한 12편의 단편을 수록한 책이다.
여러 장르적 요소들을 모두 단지 안에 집어넣은 뒤 기발한 상상력을 첨부하여 한 번 휘저어 전혀 다른 모양새로 다시 꾸며내는 원재길의 글쓰기는 이 소설집에서도 여실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데, 타이틀 단편인 <달밤에 몰래 만나다>에 등장하는, 뒷산 등산로에 갑자기 나타난 일각수와 <한잠순 여사 약전>에 등장하는, 일평생을 잠으로만 보내고 있는 한잠순 여사 등의 설정은 원재길이 지니고 있는 마술적 상상력과 넘치는 재치, 냉소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따스함을 잃지 않는 작품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정상과 비정상의 사이, 자신이 원하는 자신과 자신 그대로의 자신, 현실과 몽상이 뒤얽혀 그 형체를 잃어버린 현대 사회를 일갈하고 있는 원재길의 세계가 여전히 흥미를 끄는 것도, 단순히 그의 상상력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이런 '따스함'이 배어있기 때문인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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