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잡으려다 애꿎은 중소기업만?
짝퉁 잡으려다 애꿎은 중소기업만?
  • 하준규
  • 승인 2007.01.20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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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핫이슈로 등장한 ‘부품인증제’

건설교통부가 저질부품 유통방지 등의 이유를 들어 올 하반기부터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도(부품인증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부품인증제란 말 그대로 ‘자동차 안전에 저해되는 저질 부품의 제작·판매를 방지하고 리콜 및 보상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전설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건교부는 이에 국회에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계에서는 부품인증제가 업계부담을 가중시키고 자동차 산업에 전반적인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전면 반대에 나서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건교부가 이른바 ‘짝퉁 부품 근절’ 등의 이유로 올 하반기 도입키로 한 ‘자동차 부품 자기인증제’에 대해 국내 부품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연초 자동차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건교부 국회에 개정안 제출

건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동차관리법개정안’에 포함된 ‘부품인증제’는 “자동차 안전에 저해되는 저질 부품의 제작·판매를 방지하고 리콜 및 보상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건교부의 이 같은 방침은 최근 국내 자동차 부품시장에 중국산 짝퉁 등 저질 부품들의 유통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불량부품에 대한 소비자의 리콜 보장을 위한 새로운 보완책이다.

건교부는 ‘부품인증제’를 통해 브레이크 호스, 헤드램프 등 등화장치, 시트 벨트, 브레이크 액, 경음기, 창유리, 타이어, 유아용 보호장구, 이륜차 헬멧, CNG탱크 등 우선 16가지 자동차 안전 관련 부품에 대해 부품업체가 자체 시험설비를 갖춰 스스로 건교부가 정한 품질기준에 맞추거나 관련 시험기관에 의뢰해 인증을 취득하도록 의무화 할 방침이다.

하지만 건교부의 이 같은 방침에 국내 자동차업계들이 일제히 반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신달석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국내 부품업체 대표단체인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사장 신달석)은 “건교부의 ‘부품인증제’는 환율하락과 채산성 악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부품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명백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미 지난 2003년 완성차 인증제 도입 이후 완성차 업체들이 리콜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납품업체의 안전 및 품질관리를 강도 높게 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품인증제’ 도입은 불필요한 중복규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건교부의 개정안은) 중복규제라는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통상 인증 합격기준은 사용하기 적정한 최저 수준에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최저 기준을 통과한 해외 저가 제품이 ‘짝퉁’의 허물을 벗고 버젓이 정식으로 대량 유통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존에 짝퉁으로 유통되던 부품 중에는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야 안전상 문제를 노출하는 것이 많은데, 이들 해외 부품이 초기 인증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국 저가·저질 해외 부품의 대량 유입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해 국내 부품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관계자들은 특히 개별 부품도 자동차 안전기준과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소음진동규제법, 제조물배상책임법, 산업표준화법 등에 의해 이미 준인증 안전검사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건교부의 이번 ‘부품인증제’는 기존 규제책보다 실효성이 없는 ‘겹치기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뿐 아니라 휴대폰, 시계 등 산업전반에 퍼져있는 불법 짝퉁 유통이라는 현실이 ‘부품인증제’로 근절될 수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밖에도 국가간 상호인증 불인정에 따른 불필요한 통상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마저도 나오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 및 일본 등 대부분 국가들이 주도해서 만든 1958 협정에 가입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후관리제도인 건교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국가간 상호인증이 불가피하고 결국 불필요한 통상마찰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2만여가지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된 자동차인 만큼 자동차 안전에 대한 검증은 완성차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도 자동차 리콜 현황을 살펴보면 부품자체에 의한 리콜(6건)보다는 완성차 상태에서의 조립, 설계에 의한 리콜(21건)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완성차 시스템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자동차 가지인증제도’가 개정안에 담긴 ‘부품인증제’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계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사항은 바로 국내 부품업체의 경쟁력 저하와 대량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국내인증을 겨우 만족시킨 저급 부품들이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대량으로 국내에 공급될 경우 품질면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는 국내 중소부품업체들의 시장경쟁력은 약화될 것이고 이는 곧장 중소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다분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중소부품업체들은 자동차 부품업체 중 약 91%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부품들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해외 부품들을 정부가 인정해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도산에 따른 경제약화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부품업계 결사항전 나서

건설교통부의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도’는 이처럼 원래 취지와 달리 국내 업계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건교부가 비록 올 전반기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당국과 업체들 간의 ‘길고 긴 줄다리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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