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열린우리당 아성 무너지나? 막판까지 첨예한 경쟁 불가피
오는 6월5일 실시될 재·보궐 선거로 인한 열기로 제주도가 뜨겁다. 특히 이번 도지사 재선거는 17대 총선에서 나타난 여대야소 정국 이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로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3개 선거구를 모두를 휩쓸어 열린우리당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참패의 고배를 마신 한나라당은 사활을 걸고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어 과거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진철훈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와 개혁적인 인물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김태환 후보의 높은 인지도를 부각시켜 재건의 발판으로 삼고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끝까지 당락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첨예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도지사 재선거를 두고 뜨거운 빅뱅의 승부수가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
열린우리당이 우세한 반면, 인지도는 김태환 후보가 높아
두 후보는 모두 활동 지역만 달랐을 뿐 서울과 제주지역에서 굵직굵직 한 사업을 일궈내며 일찍부터 정통 관료로서 입지와 가능성을 굳혀왔다. 진 후보가 처음부터 '고시'라는 관문을 통해 25년째 간부 관료의 길을 걸었다면 김 후보는 9급 말단직에서부터 출발해 세 번의 민·관선 시장을 지내는 등 출발과 과정은 현격히 다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와 한나라당 김태환 후보는 모두 자신이야말로 오랜 공직생활을 겪은 풍부한 행정 경험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도민 화합을 이끌어낼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진 후보는 기술고시 출신으로 서울시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중앙에서도 알아주는 엘리트다. 대도시 건축 건축계획을 담당한 경험과 그동안 쌓아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 중앙무대에서 교섭력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서울시 공무원을 뽑은 '가장 일 잘하는 간부 공무원'에 선정되고 제공회(재경 제주출신 공무원 모임)회장을 지낼만큼 공직사회에서 행정능력과 친화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김후보는 도내 주요 행정기관장을 두루 거친 경륜을 앞세우고 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며 익힌 토착 행정경험과 높은 인지도가 자산이다.
제주경제 심각하다는데 인식 같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이견
진 후보는 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명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반면, 김 후보는 시장 재임 시 부하 직원에게 압력을 행사해 신축건물 사용승인을 내주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로 불구속 기소된 데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
이들 후보는 도민사회를 통합하고 국제자유도시시대에 걸맞도록 공직사회의 체질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에 있어서 제주경제가 심각하다는데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을 놓고서는 이견을 보였다. 진 후보는 우선 청년실업문제와 노인일자리 확보 등 고용을 창출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한 반면 김 후보는 무엇보다 민자유치에 각별히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 진철훈 후보(열린우리당) '깨끗한 이미지와 전문행정가로 승부할 터'
참신성과 개혁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진철훈 후보. 그는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 행정가로서 전력과 열린우리당 후보로서의 프리미엄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낼 수 있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79년에 기술고시에 합격한 진 후보는 1000만 서울시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서울시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25년 동안 공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월드컵 경기단장과 도시계획국장, 주택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감을 얻게 된 그는 고향인 제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다 결국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진 후보는 제주에서 학연, 혈연, 지연 등의 인맥과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중앙무대에서 경험과 교섭력을 장점으로 꼽고 제주경제를 살리는데 최적임자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동안 혈연 학연 지연에 얽혀있는 정치문화 경제질서, 사회문화를 공정한 경쟁, 합리적 설득, 그리고 체계적인 지역발전 등으로 바꿔야만 공정한 도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가 국제적인 도시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복잡한 중앙 행정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흠집 한번 내지 않은 깨끗한 인물로 평가받아 왔으며 행정가로서도 이미 검증받았다고 한다. 한 예로 그는 볼모지의 땅이었던 난지도 일대를 월드컵 경기장으로 기획 설계해서 성공적인 생태공간으로 탈바꿈시켰던 것이다. 주요공약으로는 ▲도민대통합실현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 ▲차이나타운 등 관광 인프라 구축 ▲국제회의 스포츠산업과 관광산업의 연계 ▲산남지역 선진교육인프라 확충 ▲북제주군 뉴타운 조성 ▲서울교역관 설치 ▲세계적인 수준의 상설공연장 건립 ▲환경보전 20년 계획 수립 ▲해안도로 순환 경전철 가설을 위한 타당성 검토 ▲ 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 강화 등이 있다.
▲ 김태환 후보(한나라당) '행정능력과 처방전 알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이른 새벽 수행원 없이 분주히 집을 나서는 김태환 후보. 그는 현장에서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새벽시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제주도에서 높은 인지도와 인맥을 쌓은 김 후보는 미래지향적인 정책대결로 승부를 걸겠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그는 제주가 동북아 전략적 기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주도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자신만이 적임자임을 장담했다. 도지사 임기 2년을 남겨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배우면서 일할 사람이 아니라 행정능력을 갖추고 처방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9급 공무원부터 시작해 40년 동안 군수, 부지사 그리고 시장 등을 두루 거쳐 평소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김 후보는 친화력이 높고 결단력을 겸비한 탁월한 행정가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그는 시민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는 나누는 서민형 행정가로 잘 알려져 있다.
주요공약으로 ▲도민주도적 국제자유도시 추진 ▲고용창출적 자립지역경제 추진 ▲참여혁신적 특별자치지역 완성 ▲자립협력적 제주 복지사회 구현 ▲지역특화적 탐라문화예술 창달 등이 있다.
취재 김남규 기자 knk@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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