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공생회' 운영하며 복지사업에 헌신하고 있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 송월주 큰스님
송월주 큰스님은 우리 불교계의 '큰 어른'이자 '개혁자'로 알려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송월주 큰스님은 그간 '산중신앙'으로만 여겨지고 있는 우리 불교계에 혁신을 가해, 직접 중생들 속으로 뛰어들어 사회복지사업을 확충하고, 포교를 현대화했으며, 당시 종교계로선 쉽지 않았던 정치적 중립을 확립시킨 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중 '문화적 포교'의 한 방향으로 이루어진 '연등축제'는 서울시의 문화축제로 자리잡아 삭막하기만 한 대도시에 피어난 자그마한 기쁨으로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렇듯 왕성하게 활약하던 송월주 큰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직에서 은퇴한 뒤, 으레 큰 일을 해 온 스님들이 그러하듯 조용히 자기수양에만 몰두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여겼으나, 큰스님은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 바쁘고 기운차게 새로운 '대중에게 다가서기'를 계획하고 있다. 바로, '지구촌 공생회'라는 복지단체를 통해, 국내의 저소득층, 소외계층은 물론, 북녘과 중국지역의 동포, 더 나아가 생면부지의 제 3세계 소외계층들까지 모두 한 품에 안아보겠다는 포부로 웅대한 복지사업을 펼치는 있는 것. 이번에는 '지구촌 공생회'의 송월주 큰스님을 만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한국 불교계의 나아갈 바와 중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현 정치상황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고, '지구촌 공생회'의 복지사업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현재 한국 불교계가 산중불교에서 도심 속의 대중불교로 거듭나고 있는 가운데, 21세기를 향해 불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한국의 불교는 인도와 중국의 전래과정을 거쳐오면서 '많은 사람을 구제하여 태우는 큰 수레'라는 뜻으로, 일체중생의 제도를 그 목표로 하고 있는 대승불교로써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량한 중생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무량의 복을 주는 이타의 마음인 사무량심과 보살이 중생을 제도할 때에 취하는 기본적인 태도 사섭법을 토대로 한 자리이타 정신으로 자비행을 실천하는 것이 불교라 할 수 있으며 더욱더 중요한 것은 자기가 수행해서 깨닫고 이와 더불어 다른 사람들도 깨닫도록 돕고, 고통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근본인 것이다. 이런 불교의 근본이 고려시대까지는 유지되다가 조선시대 배불숭유 정책으로 불교는 산중으로 밀려나 수행에 치우치고 기도와 경학연구, 가람수호에 역점을 두게 되었다. 이 때부터 불교는 사회 참여적인 요소가 현격히 줄어들었고 정치, 사회 상황 또한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개항 이후 서구 종교가 들어오면서 이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고등교육 기관과 의료기관이 설립되었고, 6.25이후 각종 피해에 따른 경제원조와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루어졌는데, 불교는 여기서 제 몫을 하지 못해 사회에 깊게 파고들지 못했고 대중과 호흡을 같이 하며 고통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같이하는 역할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불교는 타 종교에 비해 대중과 함께 하는 종교적인 역할이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불교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 중 교육사업으로 많지는 않지만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설립해 32곳 정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또 종립 동국대 병원을 비롯, 각종 의료사업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복지사업이 시급하다면 생각에, 과거 총무원장 임기 중 불교복지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6년 전에, 복지법인도 설립하고 정부나 시도 단위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복지기관 관리권을 인수해 관리, 설립도 하고, 유치원과 탁아소도 개설했다. 앞으로도 불교는 각종 복지사업을 계속 전개해 대중과 같이 호흡하고, 아픔을 나누고, 즐거움을 주며,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불기 2548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출가자와 일반대중에게 법담 한 말씀을 하신다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이번에 내세운 표어는 부처님 같이, 부처님처럼 살자이다. 부처님이 어떻게 살았는가....항상 마음을 비우고, 중생들에게 진리를 가르치며 무명심을 타파하고 진리를 깨닫게 했다. 또 국가 간의 분쟁을 해소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라 했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세상을 함께 더불어 살면서 베풀어주고 나누어 주라 했다.
이는 곧 '자비'이며, 말보다도 실천을 강조했듯이 마음을 비우고, 오직 중생과 함께 고통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주는 보살행을 출가승이나 대중들이 모두 함께 하길 바란다.
한국정치가 한 차원 성숙된 정치로 나아가도록 불교가 해야할 일이 있다면.
지금은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의 상황에 놓여있고, 또 당연히 변화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변화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해야지, 급속한 변화를 추구하다가 자칫 국가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개혁은 오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개혁을 지나치게 서둘다 보면 혼란이 오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법질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법이 잘못되어 문제가 생겼을 시에도 법을 개정할 생각을 해야지 절대 법을 뛰어넘을 생각을 해선 안 된다. 헌법이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국민에게 주었지만, 공공질서를 해치는 경우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개혁이나 변화는 매우 위험스런 일이다.
정부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국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법질서를 수호하려는 노력을 병행해 국민들을 자연스럽게 계도해야 한다. 이에 우선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해 정치인들은 솔선수범해서 법질서를 지켜가며 국민들을 계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개혁과 변화를 이뤄가야 하는 법이다. 여야 간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역지사지해가며 개혁과 변화가 되도록 모두가 협력하고 따르는 것의 시대의 순리에 맞춰 가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리라 본다.
요즘 IMF때보다도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민생이 먼저냐 개혁이 먼저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민생문제 해결과 개혁은 병행되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민생문제 해결과 개혁 추구, 이 두 가지가 양 날개라고 생각한다. 한 쪽만으론 안 된다. 통제와 자유의 균형을 바탕으로, 민생 문제 해결과 함께 여러 종류의 개혁, 즉 공공개혁, 언론 개혁, 사법개혁, 노사간 개혁 등을 감행해야 한다.
특히 노사간 개혁의 경우, 대기업의 노조원들은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지만,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기업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려면, 먼저 양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금도 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실제로 해고도 당하며 살아간다. 다시 말해 대기업의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 처우 개선 문제를 주장하려면 자신들부터 임금을 덜 받는 '양보'를 해야하고, 그러다 보면 기업 경쟁력이 올라 정규직도 임금상승이 이루어지고,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의 임금도 그에 상응할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 경쟁력이 떨어져버리면 노동자가 필요없어 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기업주는 기업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을 통해서 투명한 노사 관계가 이루어지고, 투명한 사회가 이루어진다. 결국 기업주는 '투명 경영'을 이루고, 노동자는 서로 양보하는 것만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길이라 하겠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 이후, 상생의 정치를 주장하는 여야가 앞으로 펼쳐가야 할 정치적 방향이 있다면.
이번 대통령 탄핵안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국민정서를 철저히 거역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도 잘못한 건 사실이고, 그가 한 마디 사과라도 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대통령에게도 '잘못'이 분명 있다는 사실은 헌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는가. 대통령과 국회가 감정과 위신에 집착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 나는 원로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탄핵을 철회하고 노 대통령도 사과를 진지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결국 탄핵안의 기각은 잘 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승리'라고만 여기지 말고, 이번 일을 계기로 대통령을 비롯, 국회나 여야당 그리고 국민들 모두 한국의 정치를 민주주의 정치로 한 차원 더 성숙하게 하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여당과 야당에서 총리임명 문제로 의견이 분분한데, 이는 국회 청문회를 통해 인물의 이모저모를 면면이 파악하고, 국민여론에 부응하는 인물로 결정지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대표로 계신 '지구촌 공생회'는 어떤 단체이며, 추구하는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인지.
사단법인 '지구촌 공생회'는 국내외 기아와 각종, 질병, 전쟁과 천재지변, 각종 환경파괴와 오염으로 인해 삶을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정신적 물질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와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지구촌 복지 공동체 실현과 인류평화를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 2003년 10월에 창립한 사회단체다. 앞으로는 해외구호(보건의료, 질병, 기아, 난민구제 등) 및 봉사활동 지원, 세계 빈곤지역 교육을 위한 지원, 북한 및 재외동포를 위한 인도적인 지원, 국내 사회복지 지원사업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사업은 크게 국내와 해외 사업으로 구분되는데 우선 국내 지원사업으로는 극빈 결손가정,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가정, 극빈 독거노인 등을 도시 또는 농촌의 관공서를 통해 우선 추천을 받아 현장방문 확인 후 지원대상자를 선정하고 극빈가정 또는 독거노인 가정을 연간 15세대를 선정해 생활비, 교육비, 치료비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난치병 어린이는 연간 10명을 선정하여 치료비를 지원하고, 외국인 노동자 및 국내거주 재외동포는 불법 체류자 신분에 따른 산업재해 보상 무혜택자를 연간 10명을 발굴, 선정해 질병, 부상치료비 및 의약품을 지원하고 생활거주지 및 보호시설 5곳을 선정해 개선지원을 한다.
해외사업으로는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네팔,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각 국가의 수도를 중심으로 반경 100km 이내의 빈민촌과 국제 구호 단체가 없는 지역, 해당 정부의 지원이 용이한 지역을 선정해 보건의료시설을 지원하고, 초중등학교 개보수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외지원사업은 라오스의 비엔티엔 지역에 유치원 설립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4월에 공사를 시작했으며, 캄보디아는 앙코르왓트 톤레삽 호수 인근에 보건의료 및 의약품 지원과 교육(환경개선, 교재, 교구, 학용품 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앞으로 미얀마의 바간과 베트남의 다낭 지역에 한국의 자원봉사자를 파견해 각종 보건의료 및 의약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 국가에 한국의 구호사업이 보다 더 활성화되고 한국불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국가 당 3곳을 선정하여 학교보수, 기술교육센터 설립, 보건소 설립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지난 4월20일 대규모 열차사고로 인해 막대한 재난 피해를 입은 북한 룡천에 민간차원으로 55개 단체와 함께 소학교를 비롯, 육아원(탁아소), 군 유치원, 병원을 건립하는데 동참할 것이다.
끝으로, '지구촌 공생회'를 설립하여 국내 및 해외의 빈곤국가에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지난 1980년대 불교의 최대 탄압으로 기억되고 있는 10.27 법란으로 인해 총무원장 임기 7개월만에 퇴임하고, 미국에 건너가 구미 선진국의 문화와 복지시설을 돌아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 그리고 태국, 스리랑카, 대만, 홍콩의 불교계를 돌아보면서 동남아 여러 나라들이 의료산업, 노인복지, 아동복지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참고를 많이 하였다. 그 뒤에도 몇 차례 동남아 여러 불교 국가를 순회하던 중 이곳의 불교가 의료, 교육 등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어 한국불교계도 대중포교와 사회복지 사업을 해야 한국 불교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느낀바 있었다. 한국 불교도 이젠 국내외적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불교를 홍포해야겠다는 마음이 동요된 것이 계기가 됐다.
민경범 기자 mkb@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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