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럼 우린 뭐야"
너무나도 익숙하게 다가오는 극예술 형식에 대해 좀 더 멀찍이서 바라보기로 하자. 결국 모든 극예술 형식은 '타인의 세계관'이 다소간 폭압적인 형식 -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의 당의정을 발라놓아도 결국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니 오히려 당의정을 발라둔 경우가 더욱 압도적으로 침투할지도 - 으로 우리 뇌리에 파고드는, '이입'이라 불리우는 '주입'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모종의 '대안'으로서 등장한 것이 바로 관객과의 공동호흡체계를 마련한 '즉흥극'일텐데, 이 또한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객과 함께 극을 이루어나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극은 과연 통제될 수 있는가, 아니면 방임형태로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인가. 방임형태라면 길거리의 잡담과 무슨 차이를 두는 것이며, 극이 통제됐을 시, 이는 또다른 의미의 '극형태'를 재현한 것에 불과하지 않는가.
현재 공연되고 있는 즉흥극 <그럼 우린 뭐야>는, 이런 의문과 딜레마에 대해 또다른 담론을 추가시킬 수 있을 법한 연극이다. 관객과 서로 호흡하여, 극의 주체가 명확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 아닌, 그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엿볼 수 있는 여러 현상들을 나열하고, 이에 대해 극 형식상의 모든 요소들을 깨어버린 채 나긋나긋하게 극흐름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 과격하다기 보다는 유머러스하고, 도전적이라기 보다는 대중친화적이다. 이렇듯 기묘한 극예술 체험은 좀처럼 맛보기 힘든 것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대중들의 무의식 체계와 고정된 사회통념들을 하나씩 열겨하며 이를 조롱하고 깨어부수는, 그리고 결국은 이 모든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 <그럼 우린 뭐야>는, 동시에 또다른, 의미심장한 화두를 내던지고 있기도 하다. 과연 '극예술'이란 무엇인가.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를 묻고 있는 극 자체를 과연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장소: 대학로 이랑씨어터, 일시: 2004.04.13∼06.30)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