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국회 청문회, 요식화 하려면 차라리 없애라
‘유명무실’ 국회 청문회, 요식화 하려면 차라리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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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칼럼니스트
박강수 칼럼니스트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집권 초엔 공직자 인사배제 7대 원칙을 스스로 내세우며 철저한 인사검증을 자신하던 청와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이번 조 장관 후보 때에도 당연할 정도로 자녀 위장전입부터 불법증여와 다운계약서 작성 등 줄줄이 의혹이 터져 나오자 급기야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내세워 ‘인신공격’, ‘비방’을 운운하면서 인사청문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전 정권 당시 야당 시절 그 송곳 검증하자던 민주당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손바닥 뒤집듯 인사청문제도를 손대자는 얘기까지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내로남불’ 아닌가. 스스로 그런 인사들이나 내정하고 있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점부터 되짚어보거나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문 정권의 ‘좁은 인재풀’부터 돌아봐야 되는 거 아닌가.

비록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는 국무위원은 아니라지만 남북철도 연결 추진위원장 자리에 개그우먼인 김미화 씨를 앉히고 현 대통령의 팬 카페인 ‘문팬’ 카페지기가 정부 공공기관 자회사의 비상임이사로 취임한 사례만 봐도 그토록 공정사회를 외치던 현 정권이 능력보다 친소, 성향을 중시하는 코드인사나 하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나. 직무 관련성도 없다시피 한 인사를 임명할 만큼 얼마나 인선기준이 편협하면 이런 ‘코미디’까지 일어나겠는가.

이런 시혜성 인사야 말로 당장 청산해야 할 적폐 아닌가? 비단 공공기관 뿐 아니라 이제는 주요 국무위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장치인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개선’하자고 주장하니 어느 누가 이를 순진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이미 직무역량과는 무관한 인사를 곳곳에 단행해온 현 정권이 이제 와서 직무역량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청문회를 바꿔나가자고 요구하니 그간의 의혹을 덮어보려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꼼수라 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그러려면 솔직하게 인사청문회를 없애자고 하라.

작년만 해도 민주당에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 인사 강행된 사례가 이명박 정부 때는 17번, 박근혜 정부 때는 10번이나 됐었다는 핑계를 들며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끝내 임명했다.

당시엔 새 정부 출범하는데 야당이 고작 한 두명 가지고 초반부터 발목 잡으려 든다고 강변하면서 밀어붙이더니, 아직도 집권한 지 반환점을 채 돌기 전인데 송영무 전 국방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에 이어 이번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단행된 장관급 인사만 벌써 7명째다.

그것도 유 부총리를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지 고작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일방통행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자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비단 청와대 뿐 아니라 인사검증 부실에 책임지고 민정수석을 사퇴하라고 촉구한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오히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지 않느냐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집권여당도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는데, 야권의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그리 고깝다면 가식적으로 ‘협치’를 운운할 게 아니라 앞으로 국회에서 요식행위 같은 청문회를 아예 하지 말고, 대신 ‘마이웨이’ 인선에 대한 책임도 정부여당이 분명하게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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