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가족 “1년씩 재계약하는데 계약 연장 않는 건 사실상 해고”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콜센터 업무를 보던 아웃소싱업체 직원 130~140명의 해고를 예고했다. 은행 측은 해고가 아니고 아웃소싱 계약 종료에 따른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해당 내용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인과 인터뷰를 진행, 해고가 예정된 콜센터 직원 가족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봤다.
- 인터뷰 전문 -
Q(기자), 해당 청원글은 어떻게 올리게 됐나?
A(청원인). 11월 2일에 은행으로부터 그 얘기를 들은 아내가 집에 와서 내게 들려줬다. 너무 답답하고 황당한데 은행 직원도 아니고 아웃소싱업체 직원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었다. 어딘가에라도 알리고 싶었다.
Q. 은행 측은 해고가 아니라 계약 종료라고 하던데?
A. 그렇게 말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아내가 일한 지난 9년 동안 아웃소싱업체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러나 업체만 바뀌었을 뿐 같은 직원이 같은 업무를 진행해왔다. 또 장기계약이 아니고 매년 1년씩 계약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느닷없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다.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 직고용이 아닌 아웃소싱 계약을 하는 것 같다.
Q.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한데.
A. 여러 콜센터를 한 곳에 모으는 걸로 알고 있다. 내 아내가 일하는 선릉역 콜센터만 해도 130~140명의 주부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끼리 규합이 되면 힘을 보태고 싶은데 아웃소싱업체가 한 곳이 아니고 활동력이 약한 주부사원들이기 때문에 힘을 합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 아내라도 지키려고 한다.
Q. 이후 은행 측으로부터 더 들은 얘기는 없나?
A. 없다. 시티은행 은행장이 연봉킹이라는 기사를 봤다. 어려운 일들은 월급 적게 받는 아웃소싱업체 직원들을 데려다 총알받이로 쓰고 할 일을 다 하니 힘없는 직원들을 용도폐기하려 한다. 외국계 기업이라 해고가 자유로운 풍토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있나?
A.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년 2월 8일에 자동으로 해고된다. 아내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암에 걸려 수술을 받기도 했다. 아내가 직접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아 내가 움직이려한다. 시티은행 본사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할 계획이다. 강남구청, 고용노동부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볼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A. 시간이 얼마 없다. 을도 아닌 병으로 사는 비정규직 주부사원의 억울한 상황을 사회에 알리고 싶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돕는 데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웃소싱업체에서 본사로 파견나간 직원들은 본사, 본사 노동조합, 아웃소싱업체 어디에서도 보호를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 형태로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 많지만 이들 직원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아웃소싱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