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면 빚 청산 끝~
5분이면 빚 청산 끝~
  • 김봄내
  • 승인 2007.01.27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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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리스크 우려에 신종사기까지 기승

개인파산 신청자의 속출로 법원 문이 닳을 지경이다. 신청기준의 완화와 99%에 달하는 면책허가율로 파산신청이 주민등록등본을 떼는 것만큼이나 쉬워진 탓이다. 그러나 면책만 있고 갱생은 없어 개인회생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뿐더러 각종 신종 사기까지 범람하게 만드는 지금의 개인파산제도에 청진기를 대야 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파산을 택하는 사람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개인파산신청건수는 12만 2천608건. 이는 재작년에 비해 4배, 처음으로 신청건수가 천 건이 넘어선 2002년에 비해서는 무려 90배가 증가한 수치다.


파산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자체에 거부감을 느꼈던 과거와 비교한다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개인파산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그 수 또한 늘고 있는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개인파산 권하는 나라

먼저 파산신청에 필요한 절차나 노력이 예전에 비해 쉬워졌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이는 개인파산을 장려하는 정부차원의 제도에 따라 규정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4년 파산자 수가 인구 1만 명당 2.6명으로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에 비해 적다는 근거로 통합도산법을 개정, 개인파산 신청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이에 변호사와 법무사 등이 편승해 파산자 유치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오늘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파산신청을 할 경우 5분 이내에 신청이 이뤄질 정도로 절차가 간소화됐다. 수 백 만원에 달하던 신청비용이 70~8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도 파산신청 증가에 한 몫을 차지한다.
또한 법원이 개인파산을 결정한 뒤 금융거래 중단 등의 각종 불이익을 없애는 면책허가율을 지난 2000년 57.5%에서 작년 99%로 높이는 등 개인파산 신청을 쉽게 받아주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파산신청자가 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충분히 빚 청산이 가능한데도 파산신청을 통해 빚을 갚지 않으려는 신용불감증이 만연한다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그 중 하나. 개인파산신청을 하고 버티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생각이 사회전반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인대출의 원금회수가 어려워지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어 금융산업의 리스크가 우려된다.
법무사 ‘좋은사람들’의 이종훈 실장은 “채무란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돈인데 이자 한 푼 내지 않고 몇 년을 끌어오다 파산신청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며 “개인파산을 생각하기 전 도의적 책임을 다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개인파산을 신청한 후에도 신용을 되찾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빚 탕감은 받았지만 직업을 얻는 등의 갱생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것. 많은 파산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개인파산제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채무에 대한 변제책임을 면제 받아 경제적으로 제기,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파산제도는 면책만 부여할 뿐 그 이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지는 못하는 것이 실정이다.
개인파산신청자를 겨냥한 신종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인파산을 대행하는 시장규모는 작년에 이미 천억원을 넘어섰고 이 중 일부 브로커는 탈법, 편법 파산을 부추기고 있다.


빚에 허덕이다 결국 개인파산신청을 결정한 40대의 이모씨는 전봇대에 붙어 있는 파산대행 광고지를 보고 브로커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모씨는 서류와 계약금 30만원을 건냈지만 몇 주 후에도 그들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낮은 비용에 이끌려 악덕 브로커에게 덜컥 돈을 주고 만 것이 이씨의 실수였던 것. 일부 브로커는 법원에 카드사용 내역서를 내지 않아도 되고 심문절차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파산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을 악용해 진술서를 허위로 대신 써주거나 채무금액을 올리는 등의 불법을 저지르기도 하고 있어 사회적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면책을 위한 면책, 손질 필요 시점

위기에 몰린 서민의 경제를 구원하기 위한 마지막보루로 선택해야 할 개인파산제도. 낮아진 문턱과 인식의 변화로 인해 생겨나고 있는 각종 역기능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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