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청와대부터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등 기강해이 기류가 곳곳에 만연한 가운데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출범한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미 한 지자체에선 산하기관장의 65세 정년제를 슬그머니 삭제해버리고 72세의 인사를 버젓이 지역 체육센터장으로 임명하고, 그동안 정무직도 조례상 2명만 가능했는데 정무직으로 채용해오던 운전기사를 정규직으로 바꾸고 여당의 갑, 을 지역구가 1년씩 돌아가며 해오던 민원실장직을 혈세만 축낸다고 주민들의 비난이 거세어지자 민원실장직은 아예 공평하게 갑, 을이 한자리씩 나눠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에 대한 시혜적 차원에서 기존 조례를 바꿔가면서까지 24세의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청년을 7급 정무직으로 특채 하는 등 정무직을 7명이나 뽑기 위해 무리수를 둘 정도로 지자체장의 권한 남용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 뿐 아니라 공직자들에 대한 근무평정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져 평정 최상위권에 있는 1등에서 3등까지를 이유없이 탈락시키고 지자체장이 낙점한 인사가 근평 결과와 관계없이 승진하고 있는데 이러려면 대체 왜 근평위원회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어디 그뿐인가?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동장이나 주민자치위원장은 관계법규에 위반될 우려가 있으니 주최, 주관에서 빠지고 각 동별로 직능단체와 관변단체를 동원하여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송년회를 하도록 하여 구청장이 직접 인사를 다니겠다고 한다.
물론 윗물이 맑지 않은데 아랫물이 맑아질 수 있겠냐마는 지난 지방선거 직후만 해도 선거결과야 여당의 압승이었지만 청와대에선 지방권력이 해이해지지 않아야 한다며 대통령 지시로 검경, 국세청, 관세청, 감사원까지 총동원해 새로 들어선 지방정부 감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었는데 당시의 전면 감찰 계획이 무색하게 지역 최일선에선 이미 현 정권 못지않은 캠코더 인사를 비롯하여 지자체장의 전횡이 천태만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가히 대한민국이 뿌리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혈세로 운영되는 지자체를 사유화하는 이런 일부 지자체장들의 몰지각한 행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감사원 지방분원 활성화가 시급하다.
우리 정치가 대개 정당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번처럼 야당이 지리멸렬할 정도로 집권여당이 압승했을 경우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저지할 방도가 없고 심지어 비리를 저질러도 자당 소속이라면 덮어주거나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온정주의도 있어 이 같은 구태가 여태 개선되지 못한 채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단적으로 이번에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데 있어서도 정국 경색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 스스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방패가 되어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정의당마저 돌아서자 겨우 백기를 들지 않았었나.
어느 선거를 막론하고 유권자들이 후보들에게 표를 준 것은 당선 뒤 무슨 일을 해도 용인하겠다는 의미가 아닌데 아직도 우리 정치문화는 ‘자리 나눠먹기’ 등 과거 전리품 분배 식의 후진국식 정치문화에 머물고 있어 최소한 이 부분에 있어선 정치권 모두 대오각성할 필요가 있고, 문 대통령 역시 지난 20일 지자체 인허가 비리 등을 포함한 지역토착 비리를 9대 생활적폐 중 하나로 스스로 지정했던 만큼 장차 지자체에 대한 감찰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분명하게 보여주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