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지역난방공사의 배관 교체작업…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이 지난 4일 파열돼 사망1명, 중상4명, 경상 29명 등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 노후화된 배관으로 지목되면서 인재(人災)라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특히 2016년에도 이번 사고 인근지역인 고양시 백석동 현대밀라트 옆 도로에서도 장기사용(22년)한 850㎜ 열수송관이 부식돼 열 공급이 중단된 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의 안전이 의심되고 있다.
5일 지역난방공사와 고양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쯤 백석역 인근도로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파열된 열 수송관에서 고온의 물이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도로를 덮쳤다. 수송관 파열 지점 위를 지나던 송모씨(69)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인근 도로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 됐고 파열된 열수송관 근처 도로에 있던 시민 25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인근 4개 아파트단지 2861세대의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올 겨울 들어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간밤이라 난방 중단으로 떨었을 시민의 피해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파열된 배관에 대해 이진상 지역난방공사 소장은 사고 직후 현장 브리핑에서 “1991년 설치된 열 수신관 노후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배관의 노후화가 지목된다.
문제는 지역난방공사가 관리 중인 열수송관 중 686㎞(전체 32%)가 20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열수송관 현황’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열수송관 총 2164㎞(2열) 중 32%인 686㎞가 20년 이상 된 것으로 5일 나타났다.
기간별로 10년 미만은 37%(797㎞), 10~15년 16%(359㎞), 15~20년 15%(322㎞)였다.
지역난방공사는 노후 열수송관 교체 및 유지보수를 위해 2013년~2017년까지 총 832억원을 집행했지만, 같은 기간 총 8건의 열수송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7건은 20년 이상 된 수송관의 부식 때문이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009~2012년,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열수송관 기대수명 연구결과를 근거로 열수송관의 기대수명을 공급관 40년, 회수관 50년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수송관에서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곽 의원은 “매년 150억원 이상이 열수송관 유지보수와 교체에 투입되고 있지만, 20년 이상 된 배관에서 지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관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2016년 백석역 인근에서 850㎜ 열수송관 부식으로 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인근지역의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5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마디로 인재(人災)”라고 규정했다.
정 대변인은 “낡은 것을 방치하면 터지고 사고가 난다. 오래된 배관을 점검하고 교체해야한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이다. 너무나 기본이라 언급할 이유조차 못 느낄 이 기본을 지키지 않아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 온수관 파열 사고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난방공사는 사고가 난 지금에서야 배관 교체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칠 건가”라며 “노후 된 온수관이 점검받지 못한 채로 방치되고 있는 지역이 어디 고양시 백석역 인근 한 곳이겠는가. 전국토를 대상으로 전 방위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온수관과 상수도관, 통신선, 전력선 등 중요한 생활 공급시설은 지하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며 “국민일상의 안전이 달린 국가기반시설이 이렇게 소홀하게 관리돼서야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 안보 모든 것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당국에 발 빠른 실태점검과 보수작업을 조치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