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시한폭탄’ 만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방치·부실점검’
‘땅속 시한폭탄’ 만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방치·부실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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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동 사고 열 수송관, 사고 당일 점검 일지 ‘이상무’ 기록
백석동 열 수송관 1991년 매설 이후, 교체가 단 한번도 없어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배관 파열 사고 현장을 소방대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번 온수관 파열로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화상 등의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뉴시스.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배관 파열 사고 현장을 소방대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번 온수관 파열로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화상 등의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땅속폭탄, 발밑지뢰로 불리고 있는 열 수송관. 지난 4일 발생한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열 수송관 사고의 원인이 노후화된 열 수송관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도 내년 초 정밀진단에 기반한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위험예상구간을 조기에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후화된 관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노후관 방치, 부실점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윤한홍 의원(마산회원구)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 수송관 누수관련 상황 보고’ 및 ‘사고발생지역 최근 1년간 열 수송관 점검내역 및 점검관련 법령’ 등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지난 1991년 매설된 사고 열 수송관은 지난 27년간 단 한번도 교체를 하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특히나 해당 지역에 대한 일일점검 및 연 2회 열화상 관로진단 등을 실시했지만, 특이사항이 없다고 기록하거나, 일지도 따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노후 열 수송관 교체는 관련 규정이 없으며 교통혼잡 및 민원발생 등이 우려돼 교체를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했다.

노후 열 수송관을 교체하지 않은 것 보다 큰 문제는 부실한 점검이다. 해당 열 수송관은 일일 점검 및 연 2회 열화상 관로진단(열수송관 누수 등으로 지반온도가 올라가는지의 여부를 확인)을 실시하고 있었다.

일일점검의 경우, 단 2명이 고양시 일산동구에 매설된 총 123KM 길이의 열 수송관을 눈으로만 점검하는 형태였으며, 사고당일 점검 일지에는 이상무로 기록했다. 열화상 관로진단은 일산동구를 포함한 고양시 총 341KM를 단 2명이 담당하고 있었으며, 사고 열 수송관에 대해서는 특이사항이 없다며 따로 일지도 작성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운영하는 열 수송관 중 설치한지 20년 이상된 노후 관은 전체의 30%가 넘는 상황이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일 밝힌 ‘열수송관 현황’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는 노후 열수송관 교체 및 유지보수를 위해 2013년~2017년까지 총 832억원을 집행했지만, 같은 기간 총 8건의 열수송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7건은 20년 이상 된 수송관의 부식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된 노후 관을 땅속 시한폭탄으로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이번 사고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노후관 방치, 부실점검이 원인이 된 전형적인 인재”라며, “부실점검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전국의 모든 노후 열 수송관에 대한 일제점검과 교체, 교체 관련 근거 마련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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