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열 수송관 1991년 매설 이후, 교체가 단 한번도 없어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땅속폭탄, 발밑지뢰로 불리고 있는 열 수송관. 지난 4일 발생한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열 수송관 사고의 원인이 노후화된 열 수송관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도 내년 초 정밀진단에 기반한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위험예상구간을 조기에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후화된 관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노후관 방치, 부실점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윤한홍 의원(마산회원구)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고양시 백석역 인근 열 수송관 누수관련 상황 보고’ 및 ‘사고발생지역 최근 1년간 열 수송관 점검내역 및 점검관련 법령’ 등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지난 1991년 매설된 사고 열 수송관은 지난 27년간 단 한번도 교체를 하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특히나 해당 지역에 대한 일일점검 및 연 2회 열화상 관로진단 등을 실시했지만, 특이사항이 없다고 기록하거나, 일지도 따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노후 열 수송관 교체는 관련 규정이 없으며 교통혼잡 및 민원발생 등이 우려돼 교체를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했다.
노후 열 수송관을 교체하지 않은 것 보다 큰 문제는 부실한 점검이다. 해당 열 수송관은 일일 점검 및 연 2회 열화상 관로진단(열수송관 누수 등으로 지반온도가 올라가는지의 여부를 확인)을 실시하고 있었다.
일일점검의 경우, 단 2명이 고양시 일산동구에 매설된 총 123KM 길이의 열 수송관을 눈으로만 점검하는 형태였으며, 사고당일 점검 일지에는 이상무로 기록했다. 열화상 관로진단은 일산동구를 포함한 고양시 총 341KM를 단 2명이 담당하고 있었으며, 사고 열 수송관에 대해서는 특이사항이 없다며 따로 일지도 작성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운영하는 열 수송관 중 설치한지 20년 이상된 노후 관은 전체의 30%가 넘는 상황이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일 밝힌 ‘열수송관 현황’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는 노후 열수송관 교체 및 유지보수를 위해 2013년~2017년까지 총 832억원을 집행했지만, 같은 기간 총 8건의 열수송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7건은 20년 이상 된 수송관의 부식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된 노후 관을 땅속 시한폭탄으로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이번 사고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노후관 방치, 부실점검이 원인이 된 전형적인 인재”라며, “부실점검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전국의 모든 노후 열 수송관에 대한 일제점검과 교체, 교체 관련 근거 마련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