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화 개인전 "소리 없는 외침"
1970∼80년대를 살아온 이들이 그 시대를 추억하는 방식 가지각색이겠지만, 적어도 그 시절에 대해 막연한 낭만적 노스탈지아만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당시 한국의 정치 상황이 그러했고, 빈곤과 열악한 환경이 그러했고, 그런 시대를 어떻게든 '사람답게' 살아보려 발버둥쳤던 우리의 마음이 그러했다.
그린포토갤러리에서 6월 7일부터 열리는 사진작가 류동화 개인전 <소리 없는 외침>에는 1970∼80년대에 '맹활약'했던 어느 폐공장의 모습이 흑백화면 가득 담겨있다. 얼핏 '경제성장기의 추억'이라거나 '고통스런 시대에 대한 회고'와 같은 식으로 바라볼 수 있을 법하지만, <소리 없는 외침>의 진정한 주제는 인간이 목적성을 가지고 만들어낸 인공구조물이 그 용도를 다한 뒤, 어떻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가이다.
류동화는 줄기차게 폐공장의 벽면만을 담아내면서, 담쟁이 넝쿨이 벽면을 따라 기어올라가는 모습을, 그리고 마침내 시멘트의 색채를 감추어 버릴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 공장의 벽면을 '지배'해 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이 스며들고, 자연과 동화되고, 결국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 속에서 새로운 기능을 담당할 듯 보이는 이 공장은 전경은, 그래서 안타깝다기 보다는 두렵고, 피로해 보인다기 보다는 오히려 역동적이며, 무거운 운명성과 절대적 존재에 대한 경외심으로 그득차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공장의 벽면은 마치 땅이 갈리듯 갈라져 숨을 내쉬기 시작한다.
흔히 사회적 입장, 시대에 대한 통시적 입장을 내세우는 사진들이 주목받고, 나름의 각광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류동화의 사진들은 우리의 아픈 과거와 고통들의 귀착점은 결국 '자연'일 수 밖에 없으며, 자연과 친화되는 것이 아닌, 자연에 의해 지배받음으로써 비로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대담한 주장을 묵직한 모노톤의 사진을 통해 들려주어, 사진예술이 보탤 수 있는 자연주의적 철학성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해주고 있다.
(장소: 그린포토갤러리, 일시: 2004.06.0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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