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결정시 '노출'수위 크게 문제되지 않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던 정마담이란 강렬한 캐릭터, 숨을 멎게 만들 만큼 농염하고 대담한 노출 연기, 700만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은 힘... 영화 ‘타짜’는 배우로서 스스로를 다그쳐온 김혜수의 노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었고, 최고의 스타성과 화제성, 흥행력을 스스로 입증한 작품이기도 했다.
때문에 ‘타짜’ 이후 첫 영화인 ‘바람피기 좋은 날(감독 장문일, 제작 아이필름)’에 임하는 김혜수의 어깨는 무겁다. 한동안 자극적인 노출과 높은 수위로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노출’에 관한 선입견을 잠재우기라도 하듯, 그녀의 연기는 역시나 노련하고도 천연덕스럽다.

어깨를 시원하게 드러낸 붉은 색 드레스가 더욱 섹시하만 느껴졌던 이 날, 김혜수는 사랑과 바람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주부 ‘이슬’이 되어 여자들만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나갔다.

올해로 연기생활 21년째 접어든 김혜수에게 언제부턴가 ‘섹시’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다.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 자체가 섹시하긴 하지만 스크린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더욱 도발적이다. 때문에 작년, ‘타짜’의 요염한 정 마담이 되어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던 김혜수가 바람난 유부녀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기본적으로 ‘타짜’와는 케릭터가 완전히 달라요. 물론 영화를 보면 수위를 알겠지만. ‘노출’에 대한 선입견이 있기에 때로는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해요. 여배우들의 노출에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죠. ‘노출’도 하나의 연기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작품을 결정할 때 굳이 노출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진 않거든요.”
‘바람 피기 좋은 날’...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남녀간의 ‘바람’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노출수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던게 사실. 하지만 김혜수는 이런 말들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물론 이번 같은 영화는 소재의 특성상 남녀간의 농도 짙은 로맨스가 소개 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런 수위는 영화를 보시고 다시한번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김혜수는 ‘바람’ ‘불륜’ ‘노출’ 이라는 어쩌면 여배우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단어들을 함축하고 있는 이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며 그녀가 맡은 바람난 유부녀 ‘이슬’ 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불륜 자체를 탐닉하진 않죠.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로움, 사랑을 주고받고자 하는 의지, 자유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바로 ‘이슬’이죠. 불륜을 조장한다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이슬처럼 살기는 힘들지만(웃음) 여자들의 열망이라는 점에 공감하게 됐고 애정이 많이 갔어요.”
당당한 그녀만큼이나 ‘바람’에 대한 정의도 역시 쿨~하다.
“누구에게나 ‘바람’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기 마련이죠. ‘바람’이라는 말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의미가 있는 말이라 생각해요. 생에 있어 어떠한 ‘활력’을 주는 것이 바로 ‘바람’ 이죠. 극 중 ‘이슬’을 보면 알 수 있듯이... ”
솔직하고 섹시한 매력을 가진 주부 ‘이슬’은 김혜수의 말처럼 어쩌면 여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모두가 공감하는 가벼운 일탈에 대한 자유를 꿈꾸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언제나 자신의 생각에 거짓없이 솔직한 김혜수. 때로는 그런 솔직함이 ‘얼마나 파격적인 노출을 보여줄 것인가’ 에 대한 사람들의 얄팍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오늘도 여전히 아름답고 섹시한 자태를 뽐내며 보란 듯 성큼성큼 제 갈길을 걸어간다.
녹록치 않은 연기로 오랜 세월동안 시원스런 웃음과 당당함으로 대표되던 배우에서 이제는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진 몇 안 되는 ‘섹시 스타’로 자리잡은 그녀. 과연 그녀의 ‘섹시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 맹철영 기자 of_photo@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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