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안정 기반 인사 단행
투자 가로막는 규제와 정책 여전해 불만 높아
![재계 10대그룹.[사진 / 시사포커스 DB]](/news/photo/201812/198467_233887_756.jpg)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올해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 여부와 석방 이후 내놓을 당근책과 행보에 이목이 쏠렸다. 더불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석방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와 함께 4대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 및 내년 경영 향방을 가늠할 조직개편 규모도 집중됐다. 각 그룹들이 조직 정비에 나서는 것과는 반대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세대교체를 통한 인적 쇄신과 젊은 피 수혈로 젊어진 조직을 만들어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 등 각 기업들마다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통상압박에 각종 규제와 기업들을 옥죄는 反기업정책으로 내년에도 올해만큼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올해 정부의 눈치(?) 때문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그룹들은 내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에 따라 투자 계획대로 집행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도 지난해만큼 다사다난했던 재계의 주요 뉴스를 정리해봤다.
◆이재용·신동빈, 석방 이후 같은 듯 다른 행보
지난해 2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뇌물공여죄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고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후 1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면서 삼성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이목이 쏠렸다. 이 부회장의 행보가 곧 삼성의 행보인 만큼 곧 바로 경영에 복귀해 그룹 현안을 챙길지 그 반대로 재판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아 곧 바로 경영에 복귀하기보다 여론의 촉각을 봐가며 어느 시점이 돼서 복귀할 것이란 등 전망이 분분했다. 이 부회장은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해외 출장 외엔 한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대외 행동에 나설 경우 구설수에 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여론이 아직 삼성에 호의적이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즉, 집행유예 신분이다 보니 여론의 부담스런 시선에 ‘잠행모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대외활동에 시동을 건 시점은 지난 7월 인도 노다이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우)[사진 / 시사포커스 DB]](/news/photo/201812/198467_233888_97.jpg)
당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부탁에 이 부회장은 통 크게 화답했다. 3년 간 투자 규모만 총 180조 원으로 국내에는 총 130조 원을 투자한다. 연 평균으로 따지면 43조 원으로 국내 그룹 중 압도적인 규모였다.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문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지만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에는 현재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최종 선고가 내려진 이후에나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활동은 자제한 채 현장 경영에 집중했다. 지난 9월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며 AI, 반도체 중심의 전장사업, 자율주행, 5G, 바이오 등 차세대 기술 개발 현황과 전략 등을 점검하며 선행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앞서 8월에는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DS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최첨단 EUV(극자외선) 개발 라인을 둘러보며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당부한 바 있다.
현재 삼성은 ‘삼바 사태’로 인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칼끝이 겨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또 다른 위기에 놓인 형국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 여부와 검찰 수사의 그물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후에나 본격적인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처지에 놓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과 달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곧바로 경영 일선에 복귀해 그룹 현안을 챙겼다. 지주사 전환이 급한 롯데로선 신 회장이 복귀하면서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주식 796만여 주를 약 2조 2천억원에 매입했다. 광폭행보도 이어갔다. 10월 석방된 이후 일본 출장길에 올라 日롯데 상장 재추진 등 그룹 현안을 챙기고 12월엔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롯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도 신 회장 앞에 놓인 숙제다. 인사 규모와 조직개편에 따라 내년도 사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데 재계 안팎에선 최근 이미 임원 인사를 단행한 그룹과 마찬가지로 안정에 기반을 둔 소폭의 변화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 회장 역시 아직 대법원 재판이 남아 있고, 장기간 경영공백으로 비상경영 상태를 유지한 상황에서 곧 바로 변화를 주기에는 부담이 갈 수 있는 측면 등 어려 변수를 고려해 안정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임원인사, 안정 기반 세대교체·미래먹거리
올해 두 그룹의 총수의 행보에 이목이 쏠렸다면 임직원들은 연말에 진행된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에 이목이 쏠렸다.
4대그룹에서 나타난 인사 기조를 보면 50대 ‘젊은 피’를 수혈한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과 동시에 조직안정에 무게를 뒀다.
내년도 국내외 경기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며 소폭의 인사로 변화를 줬다. 50대 사장단으로 젊은 인재를 등용하며 미래 먹거리에 대비하는 포석을 두면서 성과주의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3부문장 CEO를 유임하고 김기남 DS부문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내년도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사장단 승진자는 2명 뿐으로 조직 안정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박성욱 SK하이닉스를 비롯해 4명의 CEO를 교체하며 변화를 준 것 외에는 안정 기반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미 2년간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부분이다. 특히 4명의 사장 승진자는 50대의 젊은 경영진을 내세워 미래를 대비했다는 평가다. 연중 수시로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정의선 체제를 본격적으로 알린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안정감과 균형감을 유지한 인사라는 평가 속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인적 쇄신을 추진하며, 전문성과 리더십이 검증된 경영진들을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외부 수혈 등 파격적인 인사 스타일 속 1명을 제외하고 5명의 부회장과 핵심 계열사 사장을 대부분 유임시키며 그룹 수뇌부에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 다만 역대 최대 상무 승진자를 배출하는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구 회장의 관심사인 AI, 전장사업 등 미래 먹거리에 맞는 인재를 등용했다는 분석이다.

◆불만 여전…反기업정책·규제 과감히 풀어야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며 실적이 예전만 못한 기업들은 각종규제와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정책으로 재계의 불만도 끊이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도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들이 많아 경영 활동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현장의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며 “투자가 확대되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상의는 최근 경영상황이 시계제로인 가운데 일부 법안은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대할 우려가 있어 새로운 제도 도입보다는 기업자율과 시장규범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입법 3건·조속입법 3건 등 6大 현안을 국회에 건의한 바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인 2.9~3.0%에서 2% 중후반대로 낮춰졌고, 상장사 영업이익 증가율도 3분기 6.9%까지 떨어지며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것,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反기업정책까지 더해질 경우 경영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근로시간 단축,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와 같이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상법 개정 관련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여러 제약이 기업의 경쟁력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감독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며 “오늘날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 속 기업들의 내년도 수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11월 3일부터 12월 3일까지 제조업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도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와 유사할 것’이라는 응답비율(58.0%)이 가장 높은 가운데,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23.6%)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18.4%)보다 많았다.
내년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내년도 사업계획조차 어떻게 짜야할지 벌써부터 한숨소리가 나온다는 말이 기업의 임직원들에서 심상치 않게 들린다. 한 A그룹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더 힘들어져 계획을 수립하는 데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며 “현재로선 긴축 경영 기조로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