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부활 신호탄 올랐다?
호남부활 신호탄 올랐다?
  • 이준기
  • 승인 2007.02.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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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발 ‘3·1절 특별 대사면’ 내막

경제인·정치인 등 최대규모 특사···한나라당은 반대 천명
동교동계 몰락시킨 노 대통령의 DJ 향한 화해의 손짓?
호남세력 대결집과 대권판도 대반전 노리는 노(盧)의 승부수?

▲ 노무현 대통령. 사진 맹철영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발 3·1절 특별 사면’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경제인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검토키로 했다. 일각에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전 의원, 권노갑 전 의원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기업 규제도 하나 제대로 못 풀면서 특정 기업인만 풀어준다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고 정치인의 경우 세탁성 사면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호남 민심잡기’가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게 퍼지고 있다.

‘3·1절 특사’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호남정당’이라고 격하시켰고, 호남 출신의 고건 전 총리를 낙마시키는 데 일조했던 노 대통령이 호남 속으로 파고 들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민주당 분당사태’와 ‘대북송금특검’을 통해 사이가 서먹해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사이를 의식해서 일수도 있다는 논리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호남에선 아직 파워가 막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대거 사면시켜 막힌 정국을 돌파하자는 것은 노 대통령만의 ‘승부사적 기질’에 부합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정부가 국민통합과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내달 중 대·중소기업 경제사범과 일부 정치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지난달 31일 확인됐다. 사면 검토 대상에는 정치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3·1절 특사, 누구누구?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현재 특별사면의 시기와 대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법무부 관계자도 “시기와 대상을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3·1절에 맞추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최근 각 지방검찰청에 경제사범을 중심으로 특별사면 검토 대상자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중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2∼3월은 돼야 할 것”이라며 “정치·경제인 등 특사 건의가 들어온 여러 인사들에 대해 검토한 뒤 대통령께 의견을 올릴 생각”이라고 밝힌바 있다.

특별사면 대상으로는 경제 5단체가 지난해 말 청와대에 사면을 청원한 김우중, 박용성씨를 비롯해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등 분식회계 관련자 51명과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 김관수 한화S&C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인들 중에는 정치자금법 위반자 8명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 최고 실세였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홍일 씨 등이 당사자다.

그러나 문제는 야당의 발목잡기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지난 31일 논평을 통해 기업의 발을 꽁꽁 묶어두면서 특별사면하는 것도 앞뒤에 안 맞고 정치인의 사면은 세탁성 사면이라서 안 된다고 밝혔다. 나 대변인은 “경제 되살리기는 기업이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선 규제철폐, 후 특별사면’을 주장했다. 특히 정치인 사면의 경우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 왜 하필 이때?
특별 사면이 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딱 한가지로 좁혀진다. 우선 노 대통령은 내심 ‘영남후보론’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는 호남민심잡기는 쉬워 보이지가 않는다.

우선 참여정부는 ‘동교동계’의 몰락을 재촉했다.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박지원, 권노갑 씨 등 DJ의 최측근들이 구속됐고, 도청수사를 통해서는 임동원 전 원장이 구속됐다. 박·권씨가 DJ의 분신이었다면, 임 전 원장은 DJ 햇볕정책의 전도사였다.

노 대통령은 최근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국민들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김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적이 모조리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부정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만하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의 파워는 호남에선 대통령이상이다. 정가의 핵심관계자는 “호남에서 그의 영향력은 아직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강조했다.
즉,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호남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김 전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정국을 풀어가고 재집권을 하기 위한 해법에서 전략적 차이가 존재한다. 김 전 대통령은 먼저 호남의 지지층을 복원한 뒤 개혁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노 대통령은 영남세력을 먼저 아울러 지역주의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이후에 호남세력을 포괄하자는 것이다.

이런 두 전·현직 대통령의 시각차는 노 대통령의 내년 대선정국 구상에 걸림돌이 되기엔 충분하다. 아쉬운 것은 노 대통령 쪽이다. 정치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파워는 ‘대권주자를 낙마시킬 수 있을 정도’임에 반해 김 전 대통령의 파워는 ‘대권주자를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힘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는 고 전 총리의 낙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그가 김 전 대토령의 ‘무호남 무국가’ 발언 한 방에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즉,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호남민심을 잡기 위해선 김 전 대통령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보면 무방하다. 호남의 민심을 좌지우지 하는 김 전 대통령의 중심추를 어떻게 청와대 쪽으로 당길 수 있는지가 노 대통령의 숙제일 것이다.

결국 일각에선 ‘3·1절 특사’를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몰리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자를 대상으로 한 정치인 사면은 노 대통령 스스로가 정치자금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정동영, 김근태 전현직 열린우리당 의장들과는 달리, 대통령 당선으로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물러남과 동시에 정치자금법 위반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3·1절 특사는 일석삼조?
결국 3·1절 특사는 정치자금 화살을 피할 수 있고, 김 전 대통령의 심중은 물론 성난 호남민심까지 복원이 가능하며 향후 대권판도까지 흔들 수 있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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