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메이드 인 차이나"
이지나라는 이름은 불과 몇 년 사이에 국내 무대극 연출계를 대표하는 '브랜드 네임'으로 발전했다. 뮤지컬 <그리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뮤지컬 <록키호러쇼>에 이르는 그녀의 연속적인 흥행라인은 '흥행배우'는 있을지언정 '흥행연출가', '흥행극작가'는 없는 우리 무대 풍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했는데, 그녀가 새롭게 내놓은 연극 <메이드 인 차이나>는 '이지나 브랜드'의 흥행곡선을 이을 뿐 아니라, 이지나의 작품 세계를 보다 폭넓게 확장시킬 수 있을 작품일 듯 싶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폭력적 세계에서 살아가는 '하류인생'들의 모습을 면밀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을 영웅시하거나 남성 호르몬의 결정체처럼 다루는 시선 - 그리고 그 시선은 종종 폭발적인 대중적 호응을 얻어내곤 한다 - 에서 멀찍이 벗어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주인공들은, 바로 폭력적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비참하고 치졸한 일면, 자신과 같은 부류들에 대한 '고정관념'에 자신이 자가중독되어 버린 슬픈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아리송한 제목의 의문이 풀린다. 결국 이들은 중국제 싸구려 제품들처럼 의미없고 별 볼 일 없는, 밑바닥 인생에 불과하다는 조롱 섞인 주장이 그것.
가벼운 러브 코미디와 역시 얄팍한 수준의 사회극이 판을 치는 국내 연극계에 '리얼리즘'의 치열하고 에너제틱한 무드를 선사해줄 <메이드 인 차이나>에는 극단 '목화'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우는 중견급 연기자 정원중과 한국 뮤지컬계 최고의 스타 남경주, 차세대 뮤지컬 스타로 꼽히는 임춘길이 '더블 캐스팅'이 아닌 '원-캐스팅'으로 한 달간 펼쳐질 긴 여정을 함께 할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소: 대학로 라이브극장, 일시: 2004.06.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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