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대원군 숨결 깃든 도심 속 ‘운현궁’
흥선대원군 숨결 깃든 도심 속 ‘운현궁’
  • 박주연
  • 승인 2007.02.14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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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한 장으로 떠나는 역사기행

반들반들 세월이 빚어낸 진정한 "앤틱" 운현궁
별다방, 콩다방 대신 길다방 즐기는 운현궁 산보


민족최대의 명절 구정 설 연휴. 비록 올해는 짧은 연휴이긴 하지만 구정 설을 기점으로 양력으로나 음력으로나 본격적인 2007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어느 해보다 짤막한 올 구정 설은 그만큼 귀성 행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해외여행 계획을 세운 여행객들로 휴양지 비행기 티켓은 구하기 힘들 정도로 설 풍경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주로 20~30대 젊은연령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아무래도 도심지가 고향인 사람들은 오히려 짧은 설 연휴가 모처럼의 휴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땅히 떠날 곳이 없는 사람들은 사흘의 연휴기간동안 교통카드 한 장, 길다방에서 마실 커피 값을 챙겨들고 고궁 나들이를 나서보자. ‘외국인용’으로 치부해 버린 우리의 고궁에는 첫사랑의 추억도, 한 것 없는 듯 저무는 한해를 다독여 줄 따뜻함도 한줌 숨겨져 있다.



종로를 숱하게 지나면서도 한번도 들어가 볼 엄두를 내지 않았던 운현궁.
경복궁, 덕수궁 등의 ‘유명 궁’에 비해 이름마저 낯설어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운현궁은‘경복궁’과 같은 궁궐이 아니라, 흥선대원군의 사저이자 조선 26대 임금인 고종의 잠저(:임금이 되기전까지 출생, 성장한 곳)였던 곳이다. 여느 궁들과 규모와 구조가 다를 수 밖에 없었던 셈.


고종의 생가 ‘운현궁’
그래서 일까. ‘700원’의 소박한 입장료를 내고 들어선 풍경은 생경하다.
화려한 색색깔 단청 대신 오랜 시간 바람에 깎이고 비에 쓸린 기둥과 마루가 우아한 빛깔로 "기품"을 드러낸다. 네모기둥의 민흘림 기법, 처마의 홑처마와 겹처마, 팔작지붕. 중·고등학교 시절 언젠가 배웠을 전통가옥 양식을 더듬더듬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 보자.
운현궁의 탄생은 이렇다.
운현궁은 고종이 즉위한 지 한달쯤 지나 대왕대비의 하교로 시작됐다고 한다. 공사 9개월만에 뚝딱 노안당과 노락당 준공이 이뤄졌다. 흥선대원군의 사저였을 때 운현궁 위치는 창덕궁과 경복궁의 중간부근으로 지금의 운현궁과 덕성여대 자리에 해당된다.
운현궁은 노락당과 노안당, 이로당으로 구성됐다. 운현궁에 들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도 바로 이 노락당. 노락당은 운현궁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로 가족들의 회합이나 잔치 등 큰 행사 때 주로 이용했다. 덕분에 규모가 궁궐에 비해 손색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웅장했다. 노안당은 대원군이 사랑채로 사용하던 건물. 그가 임오군란 당시 청에 납치됐다가 환국한 후 세도정치 아래서 운둔생활을 했던 건물이기도 하다. 노안당은 전형적인 한식 기와집으로 추녀 끝이 한복의 소매깃처럼 섬세하고 곱다.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꼼꼼히 둘러보는 건축학도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운현궁의 위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4대문을 빼놓을 수 없다. 한창 전성기였을때는 정문, 후문 경근문(敬覲門), 공근문(恭覲門)의 4대문이 있었지만 현재는 후문 하나만 남아 있다. 규모와 구조가 웅장하고 화려했던 대원군이 권좌에 있을 때를 짐작케 한다.
그저 한바퀴 마실 삼아 둘러보는 것으로는 욕심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역사 강좌를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운현궁에서는 개인 또는 단체 신청을 받아 역사강좌를 마련중이다. 설날과 대보름, 추석세시절에는 전통 놀이 행사도 마련된다. 전통혼례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대목. 실제 운현궁은 조선26대 고종의 잠저이며 운현궁에서는 국모 명성황후 민비가 가례를 올린 유서깊은 궁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사대부가 올리던 전통 혼례방식으로 한국적 예식의 풍취를 만끽 할 수 있다.


풍부한 역사강좌도 마련 돼
모두가 귀성길에 오른 한적한 서울 도심. 그동안 도심 한켠에서 우리 역사의 숨결을 지켜오던 고궁들. 민족의 명절 설 연휴동안 한적함과 나른함이 베어있는 고궁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운현궁>
개장시간:11월~2월: 오전 9시~오후 6시
3월~5월, 9월~10월 오전 9시~오후 7시
8월 오전 9시~오후 8시
휴관일: 월요일
입장요금: 일반 700원(단체 550원), 청소년, 군인-300원(단체 250원)
교통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출구 50m 앞/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4번출구 300m 앞
버스: 창덕군(비원앞) 현대본사 하차 (노선: 171,162, 272, 601, 109, 151, 1012, 7025)
마을버스: 운현궁 앞 하차(노선: 01, 02)
문의: ☏02)766-9090 http://www.unhyungung.com/
주변 볼거리: 가회동 한옥군, 북촌 한옥마을, 경복궁, 묘각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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