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당권 도전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과 영남을 매일같이 오가며 다시 대권주자 못지않은 광점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오 전 시장이 지나왔던 정치행로를 돌아보면 오로지 당보다 개인을 위한 선택뿐이었다는 점에서 입당한 지 두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그가 보이는 이 같은 모습 역시 순수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오 전 시장은 소속정당이 일명 ‘차떼기’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위기에 처했을 땐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거리를 두는 한편 현실적 측면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오세훈법’이란 정치자금법 개정안으로 자신이 ‘깨끗한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키는 데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위 이 ‘오세훈법’이 합법적인 정치자금의 통로가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 법정 선거비용 상한선도 막아놓은 탓에 후원금 모금이 쉽지 않았던 정치신인이나 일부 초선 의원들은 세비로 충당하기 어려운 지역구 사무실 운영 등에 드는 자금을 대느라 은행대출까지 받는 지경으로 몰렸고, 결국 거마비, 강연료 등의 형태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부작용까지 일으켰다.
여기에 중앙당 후원회도 폐지시켜 사실상 부유한 인사나 거대정당에게만 유리한 법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지구당 제도 또한 폐지하면서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지역구 사무소를 아예 운영하지 못하게 돼 많은 이들로부터 ‘오세훈도 지키지 못할 법’이란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법인·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도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게 한 모호한 규정은 소액 후원금을 받은 것조차 해석 여지에 따라 얼마든지 불법으로 볼 수도 있다 보니 일각에선 오 전 시장이 개인 이미지를 위해 현실 정치에 대한 고민 없이 ‘범법자 양산법’을 만들어버렸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이 뿐 아니라 그의 행보 하나하나를 대권을 염두에 둔 개인 정치적 행보로밖에 바라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로 2004년 1월 정계은퇴를 선언한 지 불과 2년 3개월 만에 정치권으로 돌아와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하는 입장 번복을 보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 2005년 11월만 해도 스스로 “출마하지 않는 쪽”이라고 밝힌 지 반년도 안 돼 2006년 4월경선 참여를 선언하며 뛰어드는 모순된 행보를 보였으며 시장 재임 중 그가 자신의 직까지 걸었던 무상급식 투표는 그 모순의 극치라 할 수 있다.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그가 MB정부에서 만5세 무상보육 정책을 발표해 처지가 궁색해지자 “무상급식보단 무상보육이 우선”이란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물론 서울시의회까지 당시 무상급식 예산은 서울시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오 전 시장은 1년 700억 원 안팎의 무상급식 추가비용을 막고자 182억 원의 비용이 드는 주민투표를 굳이 실시하겠다고 선포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4.4%에 불과해 가능성도 희박하던 그가 돌연 그 시점에 차기 대선후보 불출마까지 선언한 점 역시 줄곧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반증하고 있는데, 무상급식 투표에 자신의 직까지 거는 배수진을 치면서 정치적 승부수로 삼았지만 최종 투표율 25.7%로 끝내 개표가 무산되자 시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1000만 서울시민의 행정을 담당하는 직을 무책임하게 버리고 떠나갔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란 개인 이미지라도 지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서울시장직을 내던진 그의 결정은 시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무리수 여파로 결국 민주당 출신인 박원순 후보에게 시장직이 넘어가게 만들었고, 국무회의 자리에 야당 인사가 참석케 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향후 이어지는 보수진영 균열의 전조를 촉발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권에 미련이 남았는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에 나서서 평소 호형호제하던 박진 전 의원과 진흙탕 싸움까지 벌이며 종로구 출마를 강행해 정계 복귀를 노렸는데 끝내 현직인 정세균 의원을 넘지 못하는 결과에 그쳤고, 이에 자성하기는커녕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진행되던 2017년 1월엔 바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갈아타는 기회주의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본인 일신만 고려한 그의 ‘감탄고토’식 정치행보는 바른정당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당에서 오 전 시장을 위해 기존 원외당협위원장 몫이 아닌 한 석을 따로 추가하면서까지 최고위원으로 추대했음에도 점점 당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완전 돌변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이후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논의되자 2018년 2월 바른정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대권에 대한 집착은 숨길 수 없었는지 바른정당 소속으로 활동했던 이 짧은 기간 동안에도 그는 ‘새누리당이 사당화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내지 못했던 제 무능과 무책임함을 통감한다. 국정운영에서 비정상적인 요소들이 발견될 때에도 제때 지적하고 바로잡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라면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적이 있는데, 이미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그 해 대선에서 야당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그저 자신을 대중에 대선주자급으로 인식시키고자 다시금 정략적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비쳐졌다.
이렇듯 탄핵 정국으로 한국당이 어려웠을 때는 타 당에 몸담고 있던 그가 한국당이 차차 수습되고 바른정당이 기울자 이젠 한국당으로 다시 돌아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 과정에 있어서도 과거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데 대한 책임 추궁을 피하고자 한동안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가 내홍이 잦아들 때쯤 “보수 단일대오에 기여하겠다”면서 한국당에 발을 들였고, 입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비대위의 전당대회 불출마 호소에도 오히려 이달 내로 출마선언을 하겠다면서 상당히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대권주자급 후보들은 당권 도전하지 말라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요청에 “대권주자 감들은 이번에 나오지 말라든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당원 판단을 받아야 하는 문제”라며 다분히 대권을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응수했는데, 과거 여론 동향에 아랑곳 않고 무상급식 투표를 밀어붙이자 “대권병 환자가 서울시민의 서민복지를 볼모삼아 대권 놀음하는 상황”이라고 박주선 의원이 쏘아붙였듯 오 전 시장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일단 대통령병의 환상에서 깨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