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네거티브 공방’···MB “1대 9로 싸우는 듯하다”
줄선 의원들의 몸부림, 지지층 겹치지 않아···빅2, 결국 분열?
독주체제의 식상함과 범여권 후보 가시화 되면 거품 빠지나?

박 전 대표 측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 논란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종료됐지만 둘의 사이는 이미 너무 멀어져버렸다.
이명박 전 시장측은 박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역공에 나섰고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박 전 대표 측도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태세다. 박 대표 측은 오히려 싱거운 폭로내용이야말로 박 전 대표와의 무관함을 방증한다는 입장이다.
검증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향후 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어떠한 사안이라도 신경전으로 이어지고 진흙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형국이다.
새해 첫날부터 지지도 1위를 석권함은 물론 대의원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의 향후 대권가도에 네거티브 공방은 먹구름이나 마찬가지다.
대선정국이 미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여야가 따로 없다. 오직 ‘이명박과 반(反)이명박’만이 있을 뿐이다.
계속되는 네거티브 공방
전통적으로 ‘여당후보와 야당후보’의 대결은 눈에 띠지 않는다. 그만큼 여권엔 눈에 띠는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이 전 시장이 40%대의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는 데 따른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일단 ‘대세론’을 꺾어놓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이고 한나라당 경쟁자들은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이 전 시장이 “마치 1대 9로 싸우는 듯하다”고 말한 것도 자신에게 날을 세운 여야를 막론한 모든 대권후보들을 두고 한 말이다.
이런 상황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정 변호사의 검증 기자회견이었다. 정 변호사는 법률특보직을 사퇴한 뒤 윤리위에 자료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 전 시장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의 원내 대변인 격인 정두언 의원은 정 변호사 뒤에 박 전 대표가 있다며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즉,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퍼뜨려 불리한 상황을 반전하려했다는 것.
이방호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이 전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있으면 차라리 검찰에 고발하든가 하지 언론에 돌아다니면서 의혹만 제기하고 있는 데 한마디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저쪽에서 내놓으면 이쪽에서도 뭔가 안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맞불작전이 임박했음을 알리기도 했다.
강재섭 대표는 “집안싸움이 동네 싸움 되고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가 그 꼴이다. 서로 얼굴을 할퀴는 수준으로 넘어가기 반보 직전에 있다”며 대권주자들에게 경고하고 나섰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정 변호사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전략은 이 전 시장에게 독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증 논란’ 이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조금씩 빠지는 추세인 반면, 박 전 대표 지지율은 정체 현상을 보이다가 정인봉 법률특보의 ‘파일 공개’ 논란 후 오름세를 보인 것.
이택수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논란이 집중적으로 보도되면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는 박 전 대표가 네거티브 공격의 효과를 본 셈”이라고 전했다.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이미 양측은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분위기다.
불안한 동거···언제까지?
일각에서는 여당이 붕괴되고 여권주자 군이 지리멸렬하면서 한나라당의 분열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조건하에서는 범여권의 후보는 9~10월 이후에나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여당 후보의 부재는 빅2의 분열가능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대세론에 휩싸인 대권후보들은 누가 나와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진 듯하다. 대권보다 당내 경선이 더욱 치열해 짐에 따라 빅2의 전면전은 진흙탕싸움으로 번질 태세다.
최근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발 정계개편을 주장하며 ‘판 흔들기’에 나선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의 분열가능성이 당내에서 부추기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우선 대권주자 캠프에 줄을 선 의원들이 분열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당내에는 ‘희망모임’ 등 당내 줄서기를 지양하고 중립을 내건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미 줄서기에 나선 의원들이 대부분이라 이름만 연명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당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수요모임 등 소장파들마저 빅2의 캠프로 쏠려가면서 당내 정체성이 우익으로만 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의원들은 생존을 위해 정체성마저 집어던진 꼴이라 자신들이 미는 후보가 무조건 돼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만도 하다. 차기 대통령은 향후 2008년과 2012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보장받기 위해 자신이 미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만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고 각자출마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빅2의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 다는 것도 한몫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시장의 지지층은 중도와 진보성향의 30∼40대의 고학력·중산층 이상인 반면 박 전 대표는 순수보수 세력과 50애 이상의 여성, 20대 여성이 주력군으로 꼽힌다.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 다는 것은 이들의 분열을 쉽게 모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현재는 이러한 상반된 지지층이 한나라당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단 하나의 분열적 요소가 생기면 완전한 결별도 가능하다.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둘의 독자출마를 이미 모색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나라당 주자 중 원희룡 의원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한나라당 경선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라고 말한 후보는 없다. 다들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속만 하고 있어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봐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명박, 거품 빠지나?
향후 지속될 네거티브 공방, 범여권 후보의 가시화 등은 이 전 시장을 더욱 조일 것으로 보인다. 비록 그의 지지율은 견고하다고 하지만 그의 이른 독주 체제가 국민들에겐 식상함을 느낄 수 있고, 새로운 인물을 요구하는 흐름으로 바뀔 수도 있다. 2007 대권. 진짜 하이라이트는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