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으로 서구사회를 살아간다는 것
흑인 여성으로 서구사회를 살아간다는 것
  • 이문원
  • 승인 2004.06.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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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워커의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최근 여성운동을 겸한 내한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앨리스 워커의 수필집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은 기존의 '여성수필'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 워커의 왕성한 활동에 걸맞는 '사회탐구' 서적에 더 가까이 서 있는 작품이다. 그녀가 1966년부터 1988년 사이, 각종 지면과 사회활동을 통해 발표한 에세이, 기사, 리뷰와 성명서 등을 한 데 모아 엮어낸 이 책에는, 제 3세계 유색인종여성들이 끝없이 자행되는 억압과 착취에 대해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를 토로한 힘있고 담대한 주장에서부터, 하루 종일 백인의 집에서 일하다 지쳐 집에 돌아왔을 때에도, 캄캄한 밤의 어둠 속에서 정원의 꽃에 물을 주고 가지를 쳐주곤 했던 워커의 어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회상에 이르기까지 '앨리스 워커'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고, 다듬어내며, 그런 그녀가 마침내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다. 독자들은 이 과정 속에서 '한 여인의 이야기'가 '대표로서의 이야기'로, 그리고 다시 '대표로서의 이야기'가 '한 여인의 자그마한 이야기'로 입장과 위치가 바뀌어가는 독특한 전개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데, 지나치게 딱딱한, 혹은 지나치게 말랑말랑한 수필류에 환멸을 느낀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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