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는 박명광 의원과 권만학 교수···공보엔 이재경·송관호
끊임없이 제기되는 2선 후퇴론과 답보상태의 지지율이 고민
정동영 캠프, 지금의 지지율로 대권가도 판단은 ‘시기상조’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열린우리당이 붕괴는 그를 구석으로 몰기 시작했다. 특히 각종 재보선에서 잇따라 패하고 고건 전 총리가 범여권의 대권주자로 발돋움할수록 그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또 최근 일고 있는 ‘손학규 대안론’은 그의 자존심을 건들만 한 일이다.
그런 그가 대권도전의사를 강력히 피력한 것은 지난달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정국이 어수선했던 시기에 열린 ‘정통들’ 출범식에서다.
정 전 의장은 이날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정동영의 정치를 해나가겠다”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향후 대권가도에 박차를 가할 정 전 의장. 그의 뒤를 받쳐주는 캠프역할을 하는 ‘나라비전 연구소’를 찾아가 보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나라비전 연구소.’ 이 곳은 정 전 의장의 정책 구상을 만드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동영 캠프에 들어가 보면
이 곳은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경선과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그리고 2004년 1월에 치러진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자문그룹이라고 보면 된다.
연구소에는 박명광 의원이 이사장을, 권만학 경희대 교수는 연구소장으로 역임하고 있다. 특히 권 연구소장은 정 전 의장과 서울대 72학번 동기이자 오랜 친구로 알려져 있다.
정무와 공보 업무는 이재경 연구기획실장이 총괄하고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도 이사로 참여했다.
정치·사회 분야에는 황지우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 김관옥 계명대 교수, 안병우 한신대 교수 등이 참여했고 경제분야에는 류근관 서울대 교수와 정갑영 연세대 교수 등이 도와주고 있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에는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와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등이 정책 자문을 해 주고 있다고 한다.
8년간 그를 옆에서 보좌했던 정기남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부소장은 지원사격을 톡톡히 해주고 있고 또 다른 보좌관이었던 전준경 열린정책연구원 연구원도 조언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양기대 전 열린우리당 수석 부대변인, 황세권, 정권수 특보는 지근거리에서 그를 도와주고 있다. 박정 어학원 원장도 자문을 하고 있고 이학노, 정권수씨 등이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물론 그에겐 원내세력 또한 든든하다. 이미 알려진 대로 정 전 의장은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최대 주주라고 보면 된다. 특히 2004년 총선에서 당 의장으로 전체를 지휘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이강래, 정동채 의원이 원내를 책임지고 있다. 김현미, 박영선, 우윤근, 전병헌, 김낙순, 채수찬, 강창일, 최규식, 정청래 의원 등도 친정동영계라고 보면 된다.
물론 밖에서 그를 위해 뛰는 팬클럽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월 21일 공식 출범한 자발적 팬클럽인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은 바람몰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전당대회가 열린 날이자 발렌타인데이였던 이날엔 ‘승리의 날’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초콜릿 나눔 행사도 가졌다.
2선으로 물러나라고?
지난달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여론조사 결과 고 전 총리 이탈표의 최대 수혜자로 정 전 의장이 꼽혔다.
그는 대선후보 선호도는 6.6%로 전주에 비해 3.6%p 올라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승 폭이 가장 컸고 범여권후보군중에서도 전주 6.2%에서 18.1%로 11.9%p 올라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지지층이 겹치는 호남지역의 유권자들이 대거 정 전 의장 쪽으로 쏠리면서 나오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도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타의에 의한 지지율 상승으로 웃을 수만은 없는 형국이다. 우선 당내에선 ‘2선 후퇴론’이 발목을 잡고 있고,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 전 지사에게도 밀리는 낮은 지지율 때문이다.
우리당은 이미 31명이 탈당한 상태고 이들이 탈당을 한 이유가 바로 ‘기득권 포기’라는 명분 때문이었다. 즉, 우리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시민사회 세력 등과 통합신당 추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범여권 대권주자로 유력했던 고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과 손을 쉽게 못 잡은 것도 이 같은 당내 대권주자들의 기득권 때문이라는 것은 세상이 알고 있다.
또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주목받는 새 인물도 당내 기득권 세력들이 지분을 등에 업고 차기주자를 향해 뛰는 상황에서 쉽게 뛰어 들기란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고 전 총리의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의 말과도 일치한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은 몸을 싣기에 그릇이 너무 작았다”며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당내 최고주주들의 기득권으로 공정한 대선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어 독자적으로 신당 추진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탈당을 선언을 한 이계안 의원은 “대권주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여당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 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의장은 중도그룹”이라고 규정한 뒤 “그는 열린우리당의 창당 주역이기는 하지만 이미 실패한 사람들이다. 모두들 그렇게 간주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10%대도 안 되는 정 전 의장의 낮은 지지율은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 전 지사에게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는 고건 낙마로 반사이익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범여권 대권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에게도 밀리는 것은 창피한 일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 연론조사에 따르면, 범여권 후보로 손 전지사는 6.9%를 기록한 반면, 정 전의장은 6.2%에 그쳤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합의 과정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스스로가 주연역할을 하기보다는 조연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러나 정동영 캠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각오로 뛰고 있다. 대선경쟁은 지금부터고, 충분히 만회할 시간이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대권구도를 판가름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