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盧’ 때 아닌 이념전쟁?
‘DJ-盧’ 때 아닌 이념전쟁?
  • 이준기
  • 승인 2007.02.23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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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 불붙은 ‘좌·좌 논쟁’ 대해부

참여정부는 전통 진보진영의 비주류···좌파 학자 대거 이탈
분열된 여권속 대선 앞두고 벌이는 대통령 간의 주도권싸움?



▲ 노무현 대통령.
역대 어느 정부보다 탈이 많은 참여정부에 또 한번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이번엔 이념논쟁이다. 지난해 불붙었던 좌·우 이념논쟁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이제는 좌·좌 이념논쟁으로 불똥이 튀었다.

계기는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설연휴가 시작된 지난 17일 청와대브리핑 기고문을 통해 진보진영을 강하게 비판한 것.

진보학자들 간에 진보논쟁이 불붙은 것은 당연했고 정치권에서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고 비판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의 전·현직 참모들까지 가세함에 따라 청와대와 진보세력 간의 일전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 대통령을 불끈하게 만든 장본인은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최장집 고려대 교수.

좌파끼리 싸운다고?
진보진영에선 없어서는 안 될 대표 학자이자 민족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최 교수가 참여정부의 실패를 거론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어 노 대통령이 직격탄을 날리며 좌·좌 이념논쟁은 더욱 불붙었다.
그는 작년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탄핵을 받았다”며 “현 정부는 처음부터 개혁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비전, 아이디어를 가졌던 리더나 정치세력이 아니었다”고 말해 참여정부를 전체 좌파 진영의 비주류로 설정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 진보가 달라지기를 희망한다”며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필요하면 그것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채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 2005년 대연정 제안, 한미 FTA 추진 등은 노 대통령을 지지하던 좌파 학자들을 대거 이탈케 했다. 즉, 민주화 이후 최초의 과반의석을 받은 개혁세력이 민주개혁은 등지고 신자유주의 개혁에만 몰두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현 시점에서 여당은 몰락한 것과 마찬가지다. 각종 재·보선에서 40대 0이라는 치욕적인 수치로 졌고, 집단탈당 등으로 당의 존폐조차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놓쳤고 이러한 상황에서 좌파 논객들을 비롯한 학계에선 더 이상 여당을 바로 볼 수많은 없는 입장이다. 물론 좌파학계 내부에서도 입장은 갈라서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에 대해 “그들(좌파 학자)은 노무현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규정한 뒤 “위기의식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에서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 정권은 유연한 진보가 아니라 무능한 좌파이자 얼치기 진보”라며 “지난 4년간 이념논쟁과 보·혁 갈등을 부추겨 톡톡히 재미를 본 세력들이 국정파탄의 책임을 회피하는 정책으로 다시 이념논쟁을 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스스로를 진보좌파라 여기는 민주노동당은 “가진 자를 위한 개방과 경제논리에 발목 잡힌 대통령의 시각은 민주노동당이 가는 길과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민노당 의원은 “진보도 유연해야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의 유연성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좌·좌 이념논쟁이 이러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짚고 넘어갔을까.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분열된 범여권이 대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주도권싸움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결국 범여권에서도 비주류로 치부되는 진보 진영에서의 갈등이라는 것.

한 정치 평론가는 “최 교수는 김대중 정부의 관료 출신으로 전통적 진보 진영으로 보면 된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은 비주류(전통적 진보 진영)의 비주류 격으로 새로운 진보 입장을 펴고 있어 마찰이 일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DJ-盧의 주도권싸움?
최근 탈당 사태 등 내홍을 겪고 있는 여권. 이들의 논란의 정점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보 진영과 노 대통령의 새로운 진보의 주도권 싸움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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