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피장사’ 나선 국민기업 SK家-SK케미컬
본격 ‘피장사’ 나선 국민기업 SK家-SK케미컬
  • 이훈
  • 승인 2007.02.23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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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 ‘피’ 빨아서라도 기업은 키워야?

지난해 11월 SK케미컬(대표이사 부회장 김창근)은 동신제약 합병을 마무리 지었다. 1970년 설립된 동신제약은 주로 백신과 혈액제제 등을 주력으로 생산해오며 성장을 거듭했던 회사이다. 특히 독과점 상품인 알부민 제제 판매로 막대한 이득을 올리며 급성장세를 거듭해오던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 2003년 SK계열 편입에 이어 3년 만에 합병된 것. SK케미컬은 동신제약 합병으로 생명과학부문 연 매출 2천800억원대의 국내 8위 생명과학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한때 논란이 됐던 ‘피장사’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직접 손을 댔다는 사회적 비난이 섞인 눈초리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1월, SK케미컬은 그동안 SK계열로 편입돼 있던 동신제약과의 합병사업을 마무리 했다. 지난 1970년 설립된 동신제약은 백신과 혈액제제를 주력사업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제약회사. 1997년에는 당시 동신제약 유모 회장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도를 맞으면서 이른바 ‘동신제약 비자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국민의 피’가 알부민으로?


그동안 조용히 사업을 확장해 온 동신제약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게 된 건 ‘피장사’라는 여론의 지적 때문이었다. 동신제약이 주로 생산, 판매해왔던 혈액제제 알부민 제품이 봉이 김선달의 ‘물장사’ 보다도 훨씬 쉽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었다. 여기에 알부민 제제 생산 과정에서 불법비자금을 조성, 결국 이 비자금으로 사업확장에 나서 부도, 합병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처럼 한때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알부민 사업 즉, 일명 ‘피장사’에 굴지의 대그룹 SK家가 개입하면서 다시 비난 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있는 실정이다.

▲ SK 케미컬 최창원 부회장
알부민이란 물에 녹는 수용성 혈액제제로 단백질의 총칭이지만 주로 혈청알부민을 의미한다. 혈청 단백질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알부민은 사람 혈액속의 여러 호르몬과 결합해 그 물질의 분해를 막고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며 혈액의 삼투압을 유지하는 일을 한다. 즉, 필수불가결한 혈액제제인 셈이다.

알부민은 중요한 효용성만큼이나 많은 수요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의약제제로 꼽히고 있다. 알부민의 주요 원료는 혈액이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혈액이 유통되는 경로는 헌혈. 즉,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하는 헌혈행위를 통해 알부민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헌혈된 혈액은 모두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으로 향하게 된다. 이 중 수혈용 혈액 약 40%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60%는 분핵과정(혈장과 혈소판 등을 분리해내는 과정)을 거쳐 알부민으로 재탄생 하게 되는 것이다.

전 동신제약 대표 김모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승인한 우리나라 혈액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알부민 생산, 공급은 동신제약과 녹십자 두 곳에서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알부민 제제 사업을 두 회사가 독과점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이 헌혈한 피로 만들어지는 알부민 원료는 적십자사에서 분핵을 거쳐 두 제약사로 공급된다. 김 전 회장은 “분핵과정을 거친 알부민은 별다른 의료공법 없이 곧장 용기에 나눠담아 판매하면 된다”고 말한다. 즉, 정해진 용량에 맞춰 나눠 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그야말로 ‘한강 물 팔기’보다 훨씬 쉬운 것이 바로 알부민 장사”라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알부민 시장은 어음결재가 관행인 의약품 업계에서 유일하게 바로 현금결재로 이어지는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금 유통이 용이한 까닭에 동신제약이 손쉽게 수백억대의 비자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당시 동신제약은 또 알부민에 ‘증류수’를 타는 수법으로 생산량을 늘려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 알부민 제품은 대표적으로 20%(100ml당 20ml), 5%(100ml당 5ml) 등 두 가지 제품군으로 통용되고 있다. 최근 이보다 함량을 낮춘 0.5% 제품도 시판되고 있다.

하지만 알부민과 관련된 혈액관리법에 따르면 ‘순도 90% 이상이 정상제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20%짜리 알부민 한 병에 알부민 함량은 18%만 돼도 정상규격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적십자사 혈액원에서 분핵을 마친 알부민을 공급받아 18% 정도의 순도만 맞출 경우 이는 곧장 20% 알부민 100ml로 시중에 유통돼도 법적인 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물타기’ 공법(?)으로 2%의 알부민을 남겨 이를 다시 정상품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김 전 회장은 “알부민 판매는 그야말로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두 제약회사만이 20여년간 독점하고 있는 사업이기에 여러 가지 특혜 의혹이 의심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분핵된 알부민을 별다른 공정없이 나누는 작업만을 거친 후 곧장 현금시장으로 향하게 되는 혈액제제 사업은 현금유통이 어려운 제약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셈이다.

SK케미컬이 국민의 헌혈된 피로 사업을 하는 ‘피 장사’에 과감히(?) 뛰어든 것 역시 이런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국민의 피’ 판매 나선 재벌기업


‘OK! SK’를 외치며 고객만족을 모토로 삼고있는 SK家. SK케미컬의 동신제약 합병은 생명과학기업으로의 재도약이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는 ‘피장사’에 대한 비난의 시선은 쉽사리 가시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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