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시계 200여개를 온몸에 차고 입국을 시도한 밀수범들이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붙잡혔다.
서로 친구사이인 정모씨(50세, 남), 고모씨(56세, 남), 오모씨(50세, 남)는 인터넷으로 가방을 판매하고 노점에서 의류판매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고생한 만큼 큰 돈이 벌리지 않고 생활마저 위태위태해지자 크게 한몫 벌어볼 생각이 간절해졌다.
어떤 아이템이 좋을까 작전모의를 하던 세 사람은 문득 짝퉁시계를 밀수해 와 비싼 값에 팔아먹자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방이나 의류 등을 판매하면서 주위에 이미테이션시계나 가방 등을 판매해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을 심심찮게 봐왔던 터라 이들은 큰 망설임 없이 짝퉁 천국 중국행을 감행했다.
중국에 도착해 한 재래시장에 간 일당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없이 펼쳐진 노점위에 불가리, 까르띠에 등 휘황찬란한 짝퉁시계가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쉬쉬하며 음지에서 가짜명품이 거래되고 있는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한번도 전문적으로 짝퉁시계를 다뤄본 적이 없는 세 사람에게 시계의 질이나 디테일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슬쩍 보기에 진품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데다 값까지 싸니 세 사람은 정신없이 시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복대 속에서 쏟아지는 짝퉁시계들
이들이 산 것은 짝퉁시계 175개와 시계줄 21점. 브랜드별로 보면 불가리 39개, 까르띠에 24개, 샤넬 23개, 브라이틀링 14개, 기타 42개 등이다. 한 사람당 대략 50~60만원을 각출해 산 물건이다.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했다는 생각에 신이 난 세 사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친구들은 이 물건들을 가지고 무사히 공항세관을 통과할 일이 걱정이었다. 세 사람이 나눠 몰래 챙겨가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또 다시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결론은 온몸에 복대를 차고 그 사이에 시계를 숨기자는 것. 복대로 칭칭 감은 채 시계를 차고 겉옷을 여러 겹 껴입으면 세관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이다. 밀수 전과가 없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들은 한 사람당 약 70여개의 시계를 팔뚝, 배, 신발속 등에 숨긴 채 복대를 감고 지난 7일 중국 청도발 MU2033편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그러나 이들의 기막힌 아이디어도 검색대 앞에서는 힘을 잃고 말았다. 금속물질을 몸에 부착하고 검색대를 통과할 경우 100% 적발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치밀한 행각이 들통 난 것에 놀란 범인들. 그러나 그보다 놀란 것은 세관원들이었다. 한사람 한사람의 겉옷을 들출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포장도 뜯지 않은 엄청난 수의 짝퉁시계들 때문이다. 만약 진품이라면 2억 6천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의 양이다.

보통 가짜명품을 밀수할 때는 가방에 숨겨 오는 게 대부분인데 이번 경우처럼 복대를 칭칭 동여매고 숨겨오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 놀라움을 더했다. 인천공항세관의 정병규 홍보담당관은 “밀수를 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번에 잡힌 밀수범들은 그 수법이 대단히 독창적이다”라며 “초범이기에 이 같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었던 듯하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처럼 가짜명품을 밀수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짝퉁시계를 몰래 밀수하려다 상표법으로 처벌받은 여행자는 모두 51명으로 그 수는 무려 1,188점에 달했다. 진품일 경우 시가를 따져 봤을 때 116억원어치다. 또 상표법 위반 여행자에게 부과된 벌금은 1억 1천 1백만원으로 1인당 평균 214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셈이다.
밀수범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로렉스로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02개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까르띠에, 라도, 불가리가 뒤를 이었다.
인천공항세관의 윤기배 조사관은 “10만원대 초저가 해외 여행상품이 등장하는 등 해외여행 기회가 많아지면서 짝퉁을 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 물건들은 국내로 통관이 안될 뿐만 아니라 상표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니 구매시도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 몫 잡겠다는 헛된 욕망, 철창 속으로
결국 이 어설픈 세 친구들은 상표법위반으로 전과자가 되는 것은 물론 고액의 벌금까지 물게 돼 때늦은 후회로 가슴을 쳤다. 밀수로 한몫 잡아보겠다는 단꿈은 철창 안에서 산산조각 나게 된 것이다. 이들이 보물처럼 가슴에 품고 들어온 200여개의 시계는 모두 폐기처분될 예정이다. 질 나쁜 시계를 헐값에 들여와 비싼 값에 팔아먹으려 했던 비양심적인 생각도 폐기처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