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15대 총선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 이 전 시장 측으로부터 거액을 받는 대가로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한 김유찬씨는 사건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전 시장의 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김유찬은 서울대 출신이며 장교로 군복무를 마쳤고 한 때 정치에 뜻을 두고 이명박 캠프에 참여했다. 김 씨가 지난 1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1995년 5월 당시 신한국당 소속 의원이던 이 전 시장의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었고, 15대 총선이 끝난 지 약 두 달 후인 96년 6월 중순까지 비서관직을 유지했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이 전 시장을 곁에서 보좌했던 셈이다. 김 씨와 이 전 시장의 악연은 총선 직후 김씨가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김 씨는 선거법 재판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의 다른 비서관으로부터 봉투 2개에 9천달러씩 1만8천달러를 도피자금조로 받아 홍콩으로 떠났고, 이 전 시장은 김 씨를 도피시킨 혐의가 재판에서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김씨는 1995년부터 약 1년 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시장 측이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위증을 사주했다는 주장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위증을 요구하며 이 전 시장 측이 건넸다는 법정 예상 질문지와 위증 대가로 받은 금품 수수 내역서를 공개했다. A4지 한장 분량으로 워드로 친 이 문건에는 지난 96년 11월 서울 양재동 환승주차장에서 이광철 전 비서관으로부터 5500만원을 받는 등 20여 차례에 걸쳐 위증 대가로 1억 2천5십만원을 나눠 받았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김 씨는 또 이명박 전 시장의 자전 에세이집인 '신화는 없다'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은 당시 종로지구당 조직책들과 부인들이 총동원돼 책을 사재기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말이 왔다갔다 하는 김대업같은 사람의 발언에 일일히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김유찬 씨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전 언론과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뭔가 있는 것 아니냐? 는 의심어린 눈초리로 이 전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전시장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긴 김유찬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이명박-김유찬, 10년 전에 무슨 일 있었나?
제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당선된 후 김유찬은 선거운동기간 중의 자신의 공로를 내세워 국회의원의 5급 비서관직을 요구했다. 그러한 요구가 거절되자 6급 비서직을 사임하고 그 무렵부터 자신의 진로를 모색함에 있어 이미 확보하고 있던 이명박의 선거관련자료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1996. 9. 10. 새청치국민회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하여 이명박의 불법선거운동 및 선거비용 부정지출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김유찬의 제의에 따라 이△철, 강△용 및 김△량은 1996. 9.14. 18:20경 서울 소재 서교호텔 913호실에서 김유찬과 만난 다음, 같은 날 18:55경 그와 함께 이△철의 승용차로 대전으로 이동한다. 같은 날 23:00경 대전광역시 유성구 소재 유성관광호텔 733호실에서 김유찬의 폭로기자회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면서 김유찬이 현재의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고, 홍콩을 거쳐 캐나다로 갈 테니 홍콩까지만 항공권을 구입하여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철, 강△용 등은 출국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봐주되 도피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이명박과 언론사에 편지를 발송할 것을 제의한다. 출국에 필요한 항공권 예약 등 필요한 절차는 이△철이 적극 도와주고, 김유찬은 출국 전 자신의 폭로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하기로 하여 김유찬을 홍콩으로 출국시키기로 결의한다. 같은 해 9. 15. 08:00경 이△철이 이명박에게 김유찬을 홍콩으로 출국시키고자 한다는 보고를 하여 위 이명박으로부터 눈에 띄지 않게 잘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같은 날 10:14경 이△철이 유성호텔에서 대한항공에 전화하여 김유찬 명의로 김유찬 및 그의 처와 딸의 같은 날 18:35발 홍콩행 편도 항공권 3장을 예약한다. 같은 날 10:30경 김유찬 등 4명이 이△철 운전의 승용차로 상경하여, 같은 날 15:00경 이△철 등 4명은 김유찬의 처가로 가서 김유찬 및 그의 처와 딸의 여권 3장을 받아 같은 날 15:30경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 이△철은 동생으로 하여금 15:40경 김유찬의 처가로 가서 김유찬의 처와 딸을 데리고 오도록 하여 김유찬과 합류케 하는 한편, 이명박의 승낙을 받아 자신이 차 트렁크에 보관하고 있던 이명박이 맡긴 돈 2천만원으로 김유찬 및 그의 가족 3명의 서울-홍콩 간 왕복 항공권 3장을 현금 1천7백6천5백원에 구입하고, 현금 1천5백만원을 신한은행 공항 환전창구에서 김유찬, 처의 여권으로 각 8천불과 1만불, 합계 1만8천불로 환전하여 김유찬에게 도피자금으로 교부한다. 이△철은 김유찬이 탑승할 18:35발 대한항공 615편과 비슷한 시간대인 18:30발 일본 오사카행 대한항공 722편 항공권을 구입하여 위 615편 출입문까지 따라가, 김유찬이 처, 딸과 함께 18:35 홍콩행 대한항공 615편으로 출국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법을 위반하여 죄를 범한 김유찬을 도피하게 하여 은닉하였다. 공범관계에 있는 범인을 도피·은닉하는 행위는 자기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가 함께 있다고 하더라도 범인은닉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단기 공소시효가 불과 1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공선법위반의 공범관계에 있는 위 김유찬을 해외로 도피·은닉한 행위는 범인은닉죄에 해당하여 이 전시장은 범인 은닉죄를 선고받았다. 이것이 판결문을 근거로 한 이명박 전 시장과 김유찬씨의 악연이다.
정치에 입문할 수 있다(?)
김 씨는 현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137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짓는 사업을 추진중인 'SIBC'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2003년초부터 서울시와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사업을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또 "대단히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기자회견에서) 소회를 밝히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볼 때 김 씨가 과거 선거법 위반 사건 당시의 원한과 함께 자신의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서도 이 전 시장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김 씨가 회견에서 "조만간 정치에 입문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김 씨는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를 담은 '이명박 리포트'란 회고록 성격의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회견 직후 책의 목차를 언론에 공개했다.
목차에는 ▲17년간 봉사한 운전기사를 해고한 이유는 전셋돈 200만원 때문 ▲이명박 재산관리인 김재정의 고백 ▲이명박 재산이 178억원뿐이라고 ▲이명박의 여인들 ▲종로 선거 후 기자접대비 1천만원에 얽힌 이야기 등의 소제목들이 포함돼 있어 이 전 시장의 재산과 여자 관계 등에 대한 폭로를 예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고싶다(?)
“제대로 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이명박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며, 어차피 한나라당의 집권이 유력한 상황에서 후보검증 과정에 일조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이번 폭로의 배경을 설명하는 김유찬씨. 그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유력한 대권후보 이 전 시장은 가장 강력한 악재를 만났다. 김유찬씨는 과연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이 전시장과 김유찬씨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