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의 격한 발언이나 이에 호응하는 태극기부대의 모습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 극우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극우 세력의 발호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한국당 내에도 적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다양한 성향의 보수 지지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정당이다 보니 비록 소수지만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부분이고,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정당 안에 극렬 좌파 세력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만큼 이번 사안은 ‘침소봉대’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당은 그 정체성인 이념을 빼놓고 정의될 수 없듯 이에 따라 보수든 진보든 각각 정당 내엔 일부 극우나 극좌 성향의 지지층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정도에 있어 농담의 차이가 있을 뿐 해당 정당에 소속된 지지층들도 진보 혹은 보수적 색채를 조금이라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즉, 극좌와 극우 더 나아가 좌파와 우파를 제외한 ‘중도’라는 별개의 회색지대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에만 존재하는 신기루일 뿐 한국의 현실정치를 살펴보면 좌파와 우파가 가지를 뻗어가고 일부 중첩되기도 하는 과정이지 이 양쪽에서 모두 벗어난 중도진영이라는 지지층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허상이란 의미다.
이는 이미 제3세력을 표방하고 나섰던 많은 정치신인들의 도전이 결국 좌절로 끝난 데서 확인할 수 있고, 가장 분명한 최근 사례가 안철수 전 대표로 꼽을 수 있다.
극좌와 극우는 소수지만 분명히 목소리를 내는 데 반해 실체조차 불분명하지만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되는 그 ‘중도층’의 함정에 빠져 기존 좌우를 벗어난 세력을 포섭대상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펼쳤으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계층을 지지기반 삼으려 하니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그 안철수조차 현실정치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는지 주요 지지기반으로 호남지역을 반드시 포섭하고자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이전 투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여기서 봐도 한국의 현실정치에 있어 ‘지역’은 있을지언정 이념상 ‘중도’는 없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중도’를 노렸던 안철수의 실험은 보수진영인 바른정당과 손을 잡고 바른미래당을 출범시키면서 사실상 종언을 고했고, 이 불편한 동거마저 용납 못하겠는지 당내 진보진영 인사들은 민주평화당을 세우며 마치 물과 기름처럼 분리돼 나갔다.
사실상 보수와 진보의 일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유권자 표심이 극단적으로 갈렸던 18대 대선 결과를 보면 51.55%를 얻은 보수진영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 48.02%를 기록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의 이 득표율만으로 99.57%에 이를 만큼 이미 중도세력의 존재 자체가 의심됐었는데, 심지어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비록 이전 같은 단일화가 없었다지만 18대 때와 큰 차이가 없는 41.08%로 나왔고, 탄핵 역풍에도 한국당은 2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중도 확장’ 전략의 한계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차라리 중도 진영이라는 이 애매한 계층을 공략하기보다 지역을 매개로 한 정당이 뭉쳤을 때 보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었는데, 대표적 사례가 이념적 색채는 일부 달랐어도 ‘호남’과 ‘충청’이 서로 손잡아 정권 창출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는 DJP연합이다.
다만 지역감정을 바탕 삼은 정략적 측면이 강해 한국정치의 미래를 생각하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부 있을 수 있겠으나, 영남이 우파, 호남이 좌파로 갈려 있는 상황 속에 인구 분포상 다수인 영남권을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DJ는 충청권을 쥐고 있는 JP와의 제휴가 불가피했고, ‘지역’을 매개로 한 이 전략은 결국 DJ가 경쟁상대인 이회창 후보를 1.5%의 근소한 차이로 누르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마찬가지로 호남만으로는 표심 확장이 어렵기에 DJ는 차기 대선주자로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낙점했고, ‘노사모’란 적극적 지지층을 갖고 있던 그 노 전 대통령조차도 막판에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모색했을 만큼 경쟁후보(이회창)를 겨우 2.33%포인트 차로 제치며 간신히 당선됐다.
비단 이들 외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6월 항쟁으로 민주정권의 탄생이 당연해보였던 1987년 13대 대선에서 민주진영의 분열로 신군부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결국 1990년 신군부 출신인 여당과 손잡는 ‘3당 합당’이란 초유의 결단을 내려 14대 대선에선 경쟁후보와 상당한 격차로 확실하게 대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이런 사례들만 봐도 ‘확실하게’ 힘이 될 수 있는 지역이나 세력 등을 매개로 하지 않는 이상 선거 승리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여전히 존재조차 불확실한 ‘중도’로 외연을 확장시키겠다는 무리한 전략은 이제 그만 접어두고 한국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자 보수우파의 중심지인 영남권을 굳게 다지는 방향으로 우선 나아가야 한다.
어디 있는지도 모를 ‘애매한’ 산토끼를 잡으러 헤매다 집토끼까지 놓치는 우를 범하거나 보수인지 진보인지 갈팡질팡하다 모두 잃어버리는 안철수의 전철을 밟기보다 ‘보수우파’라는 본연의 색채를 확고히 하는 편이 실체가 확실한 지지층을 늘려나갈 수 있는 첩경이기에 한국당은 진정 선거 승리 의지가 있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일부 후보처럼 확장성 운운하면서 아직 잡지도 못한 산토끼 욕심이나 내기보다 부디 집토끼를 확실히 잡아나가는 길을 택하길 거듭 강조한다.
이명박 박근혜가 다 말아먹었다.
이제 제3당이 보수,진보 통일시켜 이나라를 키워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