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과 위선, ‘진보’의 전매특허인가
포퓰리즘과 위선, ‘진보’의 전매특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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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칼럼니스트
박강수 칼럼니스트

포퓰리즘 선동으로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격히 인기를 얻어온 오카시오-코르테스(29)란 미국 최연소 하원의원이 최근 자신의 공언과는 모순된 행보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간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해온 코르테스는 초선 의원임에도 부유세 70%, 대학 등록금 무상화,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그린 뉴딜), 의료보험 전면 확대 등 상당히 급진적인 공약들을 내세워 그가 소속된 미국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포퓰리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인데 지난 22일엔 자신이 주장해온 공약 중 하나인 ‘생계임금’을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서부터 솔선하겠다고 천명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의회 직원들의 의회 사무실 내 고위급 직원들의 연봉을 깎아 저 연차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사회주의식 실험 자체도 그렇지만, 정작 사무실 내에서 가장 높은 자신의 연봉은 예외로 둔 채 단 한 푼도 깎지 않아 자신의 인기를 위해 보좌진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위선적 행태 아니냐는 비판이 당장 쏟아졌다.

미 의원 사무실 고위직 평균 임금인 약 1억6000만원 중 7000만원이나 깎겠다고 선언하면서 오히려 평균 연봉이 2억 원 가량 되는 본인 연봉엔 전혀 손도 대지 않으니 아무리 취지는 좋았다고 해도 당연히 코르테스 의원 사무실 내부에서마저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데, 이에 대해 해당 의원은 여전히 아무 답변도 없는 상황이어서 그를 향한 언론의 성토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물론 바텐더 출신 최연소 초선 의원으로 아직 정치경력이 일천한 그녀에게 당장 지나친 질타를 쏟아 붓는 것은 일부 가혹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겠으나, 이 초선의원이 추진하려는 공약이나 정책들이 마치 우리나라 정부여당의 그것을 판박이 한 것 같아 마냥 남의 나라 일로만 보이진 않는다.

그녀가 공약한 ‘그린 뉴딜’ 정책은 흡사 현 정권의 탈원전·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오버랩 되고, 대학 등록금 무상화는 무상교복, 무상급식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는 우리나라의 여권 지자체장들을 보는 듯하며 ‘부유세 부과’ 공약은 현 집권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나왔던 ‘명예세’(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초과분의 1% 부과)를 떠올리게 한다.

야당 시절 경제관이 바뀌지 않은 채 집권한 현 정부는 당장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 줄도산을 초래하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 사실상 실업률만 더 높이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도 반성은커녕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과의 만남 자리에서도 확답을 주지 않은 채 기존 입장을 고수할 모양새다.

심지어 이 같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입안해 정권 초기부터 적극 추진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 본인은 강남에 살면서도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모순된 발언으로 만인의 공분을 자아낸 바 있는데, 자신의 연봉은 삭감 대상에서 예외로 뒀던 미국의 그 20대 초선 의원과 다를 바 없어 좌파들의 위선은 가히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듯 싶다.

이 뿐 아니라 지금까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장 실장은 지난해 9월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며 이전 정부와 달리 ‘도덕성’과 ‘책임정치’, ‘신뢰’를 내세우고 들어선 신정부라곤 믿기지 않는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는데, 장 실장을 교체하고도 현재까지 정부의 전반적 기조가 크게 달라진 바 없어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올해로 문 정권도 집권 3년차에 접어들어 이제 반환점을 돌게 되는 만큼 부디 인기영합에 눈먼 철없는 20대 초선의원 같은 모습은 그만 지양하고, 인기나 이상보다는 현실을 직시하여 항상 자신이 직접 영향 받는다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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