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 요구하면서 협상 틀어져
트럼프, ‘완전한 제재 해제’ 정치적 부담 탓 ‘노딜’ 판단 한듯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담판이 불발됐다. 결국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2시 15분(이하 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는 생산적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상당히 대단하고 굳건한 관계에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 물론 몇 가지 옵션이 있었지만 일단 합의를 도출 하지 않았고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제재 완화 문제 때문에 결렬 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바로 제재 완화 문제 때문에 회담이 결렬됐다”며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핵 프로그램 상당 수를 비핵화 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는 할 수 없어서 회담을 끝냈다”며 “현재 제재는 계속해서 유지 될 것”이라고 회담에서 미국이 양보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종합해보면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해체로 국제사회의 전면적 제재완화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 비핵화 조치를 제시하면서 협상이 틀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언급은 안했지만 고농축 우라늄 시설 아니면 기타 시설의 해체도 필요했지만 김 위원장이 그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얻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언론의 비판이 있더라도 언제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며 “제가 원했으면 100%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지만 오늘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고 서두르는 것보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재차 신중한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북제재를 일종의 레버리지(협상 지렛대)로 인식하고 있다. 미 하원은 북미정상회담 당일인 이날에도 트럼프 대통령 독자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할 정도로 경제 제재 완화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해제를 합의하게 될 경우 비판 여론 등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을) 갑자기 일어나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호적으로 악수도 하면서 마무리 했다”며 “저희는 앞으로 굉장히 특별한 것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고 생각 한다”고 말해 향후 협상이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향후, 수일, 수주 동안 진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진전이 더 됐으면 좋겠지만 지난 며칠간 결과를 보면 앞으로 긍정적 결과 도출 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28일 “두 정상이 좋고 건설적인 만남을 가졌다”며 “비핵화, 경제 분야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번에는 합의가 안됐다”고 회담이 불발됐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현재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양측은 향후 또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