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주주총회 바짝 긴장하라고?
기업들, 주주총회 바짝 긴장하라고?
  • 이준모
  • 승인 2007.03.02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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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기업들 울고 웃는 사연
2월말과 3월의 기업의 최대 이슈는 무엇보다 '주주총회'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업체 35개사, 코스닥시장 23개사 등 총 58개사의 주총 일정이 2월 28일에 일제히 개최됐다. 특히 삼성전자 계열사 대부분과 일명 '장하성펀드(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KCFG)'가 투자한 태광산업, 지주사 전환을 둘러싼 주주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SBS 등의 주총이 일제히 열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또 코스피·코스닥 12월 결산법인 420개사의 주주총회가 오는 3월 16일 집중될 예정이다. 코스피 상장법인 208개사, 코스닥 상장법인 112개사의 정기주주총회가 오는 16일 개최된다. 코스피 상장법인은 16일 외에 9일(44개사), 23일(89개사)에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코스닥 상장법인 160개사는 23일 주주총회를 연다.


주총과 관련해 재무적 투자자인 운용사들과 소액주주 모임들이 지배구조개선 등을 요구하고나서는 등 주총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도 3년만에 '기업 주총 참석 투쟁' 을 벌여 회사측과 뜨거운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자금은 없다(?)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윤종용 부회장 및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경영진과 주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삼성전자는 여성 현악4중주단인 벨라트릭스의 공연과 함께, 행사장 내부에 ▲미래를 창조하는 기업 ▲주주에게 사랑 받는 기업 ▲글로벌 초일류 기업 ▲지속 성장하는 기업 등 4개의 대형 배너를 설치해, 주주들과 함께 하는 '축제의 주총'을 연출했다. 또한, '창조적 혁신과 도전'이라는 주제의 영상물을 상영하면서, 삼성전자는 '창조적 혁신과 도전'의 정신으로 세계 정보기술 업계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강화하고, 시장 선도제품을 지속적으로 창출함으로써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인류사회에 기여한다는 경영이념을 더욱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안건에서 재무제표승인, 이학수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이사보수한도 상향조정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개회를 선언한 윤종용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바람개비론’을 펼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안팎의 경영여건이 나빠지더라도 창조적 사고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참석하지 않아 별다른 마찰 없이 80여분 만에 끝났다. 그런데 이날 삼성전자 주총에서 난데없이 정치자금 공방이 펼쳐졌다. 매년 삼성전자 주총현장에 나타나는 이명재씨. 관악산 회장으로 통하는 이명재씨는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천 700억원의 기부금을 냈다고 돼 있는데 이중 정치자금은 얼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종용 부회장은 "정치자금은 한푼도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다시 "없다더니 작년에도 500억원이 나간 걸로 돼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윤 부회장은 "그건 옛날 얘기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불거진 삼성X파일 사건을 염두에 둔 설전으로 보인다. 정치자금 돌출발언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아직도 옛날 옛적의 '정치자금' 악몽은 여전히 국민들 뇌리속에 박혀있는 듯 하다. 또 한 소액주주는 “삼성전자 지분 중 외국인 주주가 50%가 넘는데 배당을 많이 해봤자 외국으로 돈이 가지 않느냐”며 “배당에 연연하지 말고 주가를 잘 관리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장펀드 요구 수용


태광산업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전성철씨의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신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장하성펀드(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요구한 사항을 모두 승인했다. 태광산업 주주총회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기치로 내걸고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장하성펀드가 태광산업의 주총에서 첫 결실을 맺게 될 지 관심을 모았었다. 태광산업은 한때 장하성펀드와 법정공방까지 벌이는 등 대립각을 세웠으나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했다. 이날 주총에서 태광산업은 장하성펀드가 추천한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태광산업은 또 남익현(서울대 경영대 교수), 유국형(동문당 P&I㈜전무) 씨 등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이재인(대한화섬 임원) 씨를 사내이사에 각각 선임했다. SBS의 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SBS 주요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꾀하고 있는 SBS의 주주총회도 최대 관심사항 중 하나였다. SBS가 추진하고 있는 회사분할 및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대해 한주흥산과 귀뚜라미홈시스 등 SBS 기존 주요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그룹(소유지분 15.01%), 일진그룹(4.99%), 대한제분(5.56%), 한주흥산(3.70%) 등 창립주주 28명은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12월 SBS 이사회가 제안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회사분할 안'에 반대했다.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를 설립하려는 SBS의 계획은 주요주주들의 반대로 지난해에 이어 다시 실패한 셈이다. 지난 2004년 방송위원회가 실시한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심사에서 SBS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지배구조, 이익의 사회 미환원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었다. 이번 주총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실패함에 따라 올 7-8월께 있을 예정인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심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지적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 측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주주총회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영방송노조협의회는 SBS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영방송 주요 주주들의 부당한 행태를 고발한다"며 "방송위원회는 이들의 탈·불법적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교차소유 금지 등 방송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CJ주식회사는 서울 힐튼호텔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손경식 회장 이사 재선임안과 현금배당 건 등을 통과시켰다. CJ가 이날 주총에서 액면가 대비 25%의 현금배당을 실시키로 함에 따라 보통주의 경우 액면가 5천원 기준으로 천 250원을 배당받게 되고, 우선주에 대해서는 26%의 현금배당이 실시된다. 현금배당 총액은 345억원 정도다. CJ는 지난 1월 22일 2002년도 실적을 잠정집계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2조 2천 705억원, 천 970억원, 천 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6일 뜨거운 공방(?)


상장기업들이 대거 주총을 여는 16일에는 '뜨거운 감자'가 더욱 많다. 동아제약은 강신호 회장의 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의 이사선임을 놓고 표대결이 예상된다. 영창실업도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편 2004년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시민단체들의 '기업 주총 참석 투쟁'이 3년만에 다시 부활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교수)는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등에 반대하기 위해 내달 16일 열리는 두산중공업 주총에 참석, 박 전 회장의 등기 이사 선임 등을 저지하겠다고 지난달 26일 밝혔었다. 김 교수는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 선언은 두산이 '형제의 난' 이후 시장과 투자자에게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배치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두산 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주총장에 직접 참석해 이러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사 선임안에 대한 표결에도 대비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필요한 법적 절차도 밟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껄끄러운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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