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범여권, 언제 하나 되려나?
속 타는 범여권, 언제 하나 되려나?
  • 이준기
  • 승인 2007.03.0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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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대통합신당 돌파전략은?

통합신당 추진 제자리걸음···탈당파·민주당도 목소리 못내
외부인사 영입도 답보상태···정운찬·한명숙 띄우기로 돌파?



▲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범여권의 움직임이 멈춘 듯하다. 각 정파들이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외부인사 영입도 제자리걸음이다.

물론 한명숙 총리가 당으로 복귀하고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띄우기도 탄력을 받고 있지만,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지난 2월 14일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자부하지만, 신당 추진 작업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정세균 의장의 어깨도 무거워 보인다.

정동영 전 의장 세력과 재선의원 그룹은 나갈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달이라는 시간을 줬지만 20여일이 지난 지금 아무런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탈당파들도 마찬가지다. 김한길 의원이 이끄는 통합신당모임은 정책 차별성이 없어 목소리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민생정치준비모임도 개혁적 선명성을 내걸고 독자 세력을 이루고 있지만 통합신당 추진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대통합신당. 향후 범여권의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정세균 의장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정 의장은 ‘대통합신당추진위원회’를 만드는 등 대통합신당 창당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흔들리는 정세균호와 탈당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정 의장이 지도력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거래법 개정과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당내 개혁파와 실용파간의 논쟁을 잡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채수찬 의원은 지난 2월 2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과정이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당직사퇴를 선언했다. 김현미 의원도 “야당의 정치공세에 명분없이 굴복하는 당 일부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도 합세했다. 그는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정 의장이 스스로 업적에 침을 뱉고 당원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면 안 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정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날 정 의장의 악수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채 의원과 김 의원, 정 의원 모두는 친 정동영계 의원들이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내 최대 주주인 정동영 전 의장의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찌됐든 대통합의 밑그림을 그려도 시원찮을 판에 계파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소강상태에 놓인 탈당분위기가 시동을 걸 것으로 보여 우리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임에는 틀림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세력 영입도 여의치 않다. 이미 당내 정동영·김근태 두 명의 대권주자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승선할 외부인사가 없다는 것이다. 기득권 완전 포기를 내세웠지만 믿는 이가 없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탈당파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김한길 의원이 이끄는 통합신당모임은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차별화된 모습을 찾긴 어렵다. 말 그대로 열린우리당 2중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탈당 명분인 통합신당 추진 작업이 답보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만든 대통합추진위원회와 비교했을 때도 규모나 조직면에서 뒤지고 있다. 당초 3월중에 ‘원탁회의’를 하자고 주장했으나,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민주당도 난항···혼란 속으로
천정배 그룹인 민생정치모임도 마찬가지다. 개혁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 말고는 통합신당모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천 의원은 지난 2월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호남세력 확보에 나섰지만 “열린우리당을 나왔지만 단일한 통합정당을 만들거나 최소한 선거연합을 이뤄내 단일한 후보를 내세우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욕(?)만 듣고 왔다.

외부인사 영입과 대통합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이들의 의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의 행보가 답보상태에 머물다 보니 우리당내의 추가 탈당흐름도 멈춘 상태다.

특히 한달 안에 추가 탈당할 것이라는 정 전 의장 그룹과 재선의원 그룹도 멈칫하고 있어, 탈당세력이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탈당파들은 다르게 주장한다. 통합신당모임의 노웅래 의원은 “당장은 통합신당 추진에 성과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선발대인 우리가 대통합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천 의원이 이끄는 민생정치모임은 우선적으로 4·25 재·보선을 시작으로 향후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범여권에서 단일 후보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탈당파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정 전 의장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들 얘기한다. 2·14 전당대회 이후 한달이라는 시간을 지도부에 줬던 정동영계가 어떠한 움직임을 취할 지에 따라 향후 탈당파들의 항로에 상당한 영향을 줄 변수가 될 것은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통합신당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선 외부인사영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또 향후 경선과정에서 흥행을 돋우기 위해선 잠재적 대선주자를 띄어야 한다는 주장도 맞는 말이다.

여기에서 주목받는 이가 한명숙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에선 박영선 민병두 선병렬 의원 등이 정 전 총장을 영입을 위한 모임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정 전 총장은 잠재적인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노출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충청권 주자이자 개혁적 이미지가 높아 한나라당 빅3의 대항마로 일찌감치 낙점되기도 했다.

한 총리 역시 현재 범여권의 침울한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중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란 타이틀을 가진 한 총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비교를 통해 경선의 흥행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운찬·한명숙 띄우기로 돌파?
여기에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민주당도 허덕이는 것은 마찬가지. 특히 원내의 제3지대 통합파와 원외의 독자생존파가 여전히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범여권의 대혼란, 그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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