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칼로 아내 베기?
부부싸움은 칼로 아내 베기?
  • 김봄내
  • 승인 2007.03.03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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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해하는 잔혹한 남편 증가

부부싸움으로 끝날 일에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전주시 덕진구의 박모(36)씨는 아내 박모(29)씨와 말다툼을 하다 분에 이기지 못하고 각목으로 아내를 살해했다. 박씨는 몇 달 전부터 눈에 띄게 화려해진 아내의 옷차림과 화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귀가시간까지 차츰 늦어지자 박씨는 ‘한번만 걸려봐라’ 란 심정으로 아내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밤 11시가 넘도록 아내는 들어오지 않았고 박씨는 이를 갈며 아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아내는 밤 11시 30분경 집에 들어왔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박씨는 “딴 남자가 생긴거냐”고 다그쳐 물었고 아내는 뜻밖에도 “만나는 남자가 있다”고 실토했다. 변명을 기대했던 박씨는 오히려 떳떳하게 외도사실을 밝히는 아내를 보며 극도로 흥분했고 마침 옆에 있던 각목으로 아내를 마구 때려 숨지게 만들었다. 정신이 돌아온 박씨는 숨진 아내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경찰에 “아내가 약을 먹고 숨진 것 같다”며 거짓신고까지 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남편들이 날로 잔인해지고 있다. 말다툼으로 끝날 일이 흉기가 난무하는 전쟁으로 변하고 결국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
남편들이 아내를 살해하는 경우를 따져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은 치정이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다가 정황을 포착하거나 확신이 들면 가차 없이 아내를 살해하는 것이다.

우발적 살인, 자살로까지 이어져

지난 2월에는 탈북자 부인이 노래방도우미를 하며 다른 남자들과 만난다는 이유로 살해하고 암매장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가출신고까지 한 30대 조선족이 경찰에 검거됐다.
조선족 황모(37)씨는 지난해 10월 노래방도우미생활을 하며 만난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이유로 싸움을 하다 격분해 흉기로 부인 김모(34)씨를 살해했다. 평소 노래방에 나가는 아내를 못마땅해 했지만 집안형편상 묵인해 왔던 황씨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까지 핀다는 사실을 알아채자 분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황씨는 아내를 살해했던 평택시 안중읍 금곡리 소재 정토사 뒤편 야산에 사체를 암매장했다. 황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내의 살해현장과 암매장을 목격한 여섯살박이 아들이 이를 따져 묻자 인근 축산 분뇨저장시설에 아들을 빠뜨려 숨지게 하는 파렴치한 범죄까지 저질렀다. 그 후 황씨는 범행을 은폐하고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범행 일주일 뒤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가출한 것 같다고 경찰서에 허위신고를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2월에는 김모(55)씨가 부인 이모(49)씨의 외도를 의심하고 이모씨가 일하던 미아동의 음식점 주방에서 흉기로 부인을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당신과 함께 못 살겠다”며 “다른 남자와 살겠다”는 아내의 발언을 듣자 화가 치밀어 자신도 모르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아내를 살해했다가 뒤늦은 후회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남편들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구로구에서는 남편 A(46)씨와 아내 B(50)씨가 함께 숨져있는 것을 B씨의 여동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부부의 사체에는 할퀴고 때린 자국이 있어 부부싸움을 한 끝에 벌어진 참극임을 알 수 있었다. 말다툼과 몸싸움 끝에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후회와 자괴감에 넥타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한편, 지난달에는 가정불화를 겪던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을 기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간 사건도 발생했다. 전남의 모 고등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이던 A씨는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산리의 인근 도로에서 아내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흉기로 아내를 살해했다. 계속되 온 가정불화로 처지를 비관하던 남편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뒤늦게 후회감이 몰려온 남편은 차를 몰고 비탈길을 내려와 10M 아래의 옹벽을 들이받은 뒤 멈춘 후 아내를 찌른 칼로 자신의 복부를 찔러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처럼 패륜을 서슴지 않는 남편들이 늘고 있는 것은 가정폭력의 증가와 일맥상통한다. 매맞는 주부가 10명중 3명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가정폭력 전문가들은 가족간 갈등해결방법과 가정환경에 맞는 개인별 맞춤식 심리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 가정폭력 예방교육과정이 신설돼 체계적인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경찰관계자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가정폭력사건은 대부분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한다”며 “한 순간의 감정기복을 잘 다스린다면 패륜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내살해’라는 극단적인 범죄가 증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가족간 의사소통의 부재를 꼽는다. 몇 분간의 대화로 충분히 오해가 풀릴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피를 부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도 묻혀 넘기지 말고 대화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린다면 한 이불을 덮고 자던 아내를 살해하는 비극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경기불황, 가족윤리의 붕괴 등도 참극을 부르는 실마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은 호미로 막아야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배우자 살해의 시초는 가정폭력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폭력에서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초 폭력행위 시부터 주위에 가능한 널리 알리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 외부에 가정폭력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건을 축소 혹은 은폐하는 것은 배우자로 하여금 향후 폭력을 반복해도 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 전에 자신의 몸은 자기 스스로가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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