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분열조짐 확산···‘3월 위기설’ 전운 감도는 한나라당
막내 손학규까지 범여권으로 이탈하면 대안은 이회창뿐?

그러나 이젠 막내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반발하고 나섰다. 조기 경선실시는 집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며 경선불참선언도 불사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지지율 초고공비행을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솔솔 부는 ‘3월 위기설’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둘의 감정싸움은 경선 전 이탈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경선 후에도 이긴 후보와 진 후보의 악감정으로 향후 ‘범여권 대 한나라당’ 구도에도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이들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눈은 과거 검증이 끝난 이 전 총재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빅2의 분열과 막내의 이탈로 한나라당이 가라않기 전에 이 전 총재가 구원투수로 나온 다는 것. 이회창의 삼수 도전, 가능할까.
한나라당 대권주자 빅2의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치닫자 당 안팎에는 “과연 이들이 대선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란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계속된 ‘李-朴’의 진흙탕 싸움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극명히 나타난다. 국민의 50%이상은 한나라당이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분열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지지율 초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분열한다면 대권구도는 대지진처럼 흔들릴 것이 뻔하다. 이 같은 이유로 빅2의 분열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 전체에 대한 관심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들의 분열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997년 이인제 후보의 이탈이 곧 패배를 의미하는 ‘이인제 학습효과’를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조기경선실시 합의다. 그러나 이는 손 전 지사의 이탈을 의미한다. 경선을 조기 실시하게 되면, 저평가 우량주로 꼽히는 그가 들러리로 서게 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선불참을 공공연히 흘리는 측근들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미 줄서기에 나선 의원들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대권주자들의 승리에 달려있기 때문에, 독자 출마 등을 종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차기 대통령이 2008·2012년 총선 공천에 어떠한 식으로건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최근 “각 대선주자들이 전국을 돌면 조직이 거대해지고,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없다”며 “새 정당을 만들 만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으면 정당을 만들고 싶은 충동을 가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들의 분열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대권주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후보검증과 경선시기와 방법 등을 두고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다할 범여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빅3에게 쏠려 있는 시선과 지지율은 그들로서도 유혹의 그림자와 같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분당한다고 해도 1·2위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차지하고 지지층의 70%가 자신이 선호하던 주자를 계속 지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내에서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싸움보다는 딴 살림을 차린 후 진검 승부를 벌이고 싶은 유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손 전 지사가 “냉전·수구 세력과 같이 못하겠다”고 당을 뛰쳐나온 다면 한나라당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타락의 길로 접을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잃을 것 없는 昌, 직접 나선다?
최근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같은 당내 사정 때문이다. 이미 이 전 총재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분열한다면 이 전 총재가 직접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
이는 보수논객 조갑제 씨의 발언으로 더욱 불거지기 시작했다. 조 씨는 “한나라당의 대권후보 경선과정에서 폭로전의 상처가 클 것”이라고 전제한 뒤 “두 사람의 지지율을 다 떨어뜨릴 수 있는 자멸의 길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라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경선과정에서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경우에 이 전 총재가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회창 씨가 장외에 있다가 일종의 구원투수로서 11월에 한나라당의 재·경선을 통해서나 또는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등장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이어 “손학규는 좌파진영에 합세할 것이고 이명박, 박근혜의 분열은 한국의 보수우파의 분열시킬 것”이라며 “이회창 씨가 이 때 국가와 민족의 부름에 응해 출마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조 씨는 또 “한나라당이 조정능력을 상실하여 후보들 간의 이전투구에 의한 공멸을 막을 수 없다면 보수적 유권자들은 핀치 히터나 구원투수감을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며 “그런 후보로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인물이 이회창씨”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회창씨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최근의 강연을 통해 개헌반대, 햇볕정책 반대, 한국의 핵무장 등 이명박, 박근혜 씨보다도 더 확실한 안보관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이 전 총재 측도 이와 관련해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라며 일축했지만 “국민들의 뜻과 시대적 요청이 있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전 총재도 지난 1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의 현실에 눈을 감고 수수방관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시는 이러한 좌파정권이 출현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 제가 이 나라와 시대에 진 소명”이라 말해 장외 정치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이 전 총재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 한나라당 대권주자 간의 싸움이 상처를 안길수록 이 전 총재의 이름이 오르내릴 것”이라며 “이 전 총재의 검증은 이미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끝났다.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대권후모 될 자격은 충분?
만약 이 전 총재가 직접 대권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한나라당으로서는 재앙과도 같다. 그가 구원투수와도 같은 역할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분열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권에서 설(說)은 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회창이라는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만 자체로도 한나라당이 그만큼 위기에 처해있다는 방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