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덩어리 꽉 찬 카페라떼를~
언제 어디서나, 덩어리 꽉 찬 카페라떼를~
  • 이훈
  • 승인 2007.03.0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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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우롱 논란에 휩싸인 2006 브랜드 대상 매일유업 ‘카페라떼’

▲ 고형분 덩어리로 꽉찬 매일유업 카페라떼
언제 어디서나, 나의 카페라떼’ 매일유업의 대표작 ‘카페라떼’의 카피 문구이다. 우유 대체음료의 개발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유가공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보여주었던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매일유업의 ‘카페라떼’란 우유가공식품이다.
우리나라 성인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손에 들고 다녔을 법한 제품이면서 동시에 매일유업의 간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카페라떼.’

하지만 최근 ‘카페라떼’의 유통, 보관 과정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변질사고에 이어 매일유업의 불친절한 고객상담 사례가 표출되면서 ‘언제 어디서나’라는 광고 카피에 걸맞지 않는 대 소비자 대응으로 매일유업이 적지않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여느때와 다름없이 매일유업 카페라떼를 손에 들고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 P씨(26여)는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매일 바쁜 아침 출근길에 한 모금의 여유를 안겨줬던 매일유업의 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신 순간 출근길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입안 가득 밀려오는 이물감에 그만 P씨는 지하철 바닥을 커피로 물들일 수밖에 없었고 고스란히 주변사람들에게까지 본의(?)아닌 피해를 끼치게 된 것.

결국 P씨는 주변 몇 몇 사람들의 세탁비를 변상해주는 소동을 겪고 나서야 악몽 같았던 주말 출근길을 벗어날 수 있었다.


지하철 바닥의 ‘카페라떼’
P씨가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은박 포장을 벗긴 카페라떼 안에는 정체불명의 고형분 덩어리들이 가득 차 있었고 그동안 셀 수도 없이 자신이 즐겨왔던 음료에 대한 환상은 한 방에 깨어져 버렸다.

하지만 P씨의 깨어진 환상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주말인 관계로 매일유업의 고객상담실과 통화를 하지 못한 그녀는 결국 이틀이 지난 월요일에 매일유업 고객상담실과 통화를 할 수 있었고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토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불거졌다. P씨가 즐겨 마시던 음료는 캔 제품이 아닌 컵 제품이었던 것. 제품 한 켠에 쓰여 있는 ‘냉장보관요’라는 문구를 무시한 채 판매업체에서 컵 카페라떼를 온장판매 했던 것이 화근이었던 셈이다. 결국 주말을 망쳐버린 P씨에게 되돌아 온 것은 상담원의 친절한 “그거 냉장제품이거든요, 저희 회사측 잘못이 아니니 판매점으로 가져가서 교환해 드세요”라는 기계적인 대답뿐이었다.

매일유업의 효자종목 카페라떼는 인스턴트 캔 커피에 식상해있던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맛으로 어필하면서 고급원두커피 음료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형성한 제품이다. 10년전 출시 된 매일유업의 카페라떼는 최고급 원두와 생우유를 원료로 사용, 깔끔하고 부드러운 커피의 맛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판매된 카페라떼는 모두 약 5억개 정도. 이는 지구 두 바퀴를 돌고도 남을만한 수량이다. 단일품목으로서 이처럼 높은 판매실적을 기록하면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유제품 업계에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 해 왔다.

‘사랑한다면 카페라떼처럼’이란 광고카피로 젊은세대들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영화같은 광고시리즈로 젊은층에 강하게 어필한 마케팅 전략에서부터 유지태, 강동원, 장동건 등 내로라 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총 출동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카페라떼는 지난 1997년 출시 이후 하루 평균 50만개씩 판매되는 대박상품으로 우리나라 음료시장에 고급 컵커피 시장을 형성했던 매일유업의 대표제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점차 수요를 늘려나가던 카페라떼는 연이어 신상품을 쏟아내며 고급 컵커피 시장의 선두주자를 고수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유통과정에서 한 두번 변질 사고가 발생했었고 P씨의 경우처럼 또 다시 유사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한 고객을 상대로 한 기업의 소비자 상담실의 불친절한 상담태도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P씨는 “그동안 매일유업의 카페라떼를 마셔왔던 소비자로서 분을 참을 수 없었다”라며 “단지 1천원짜리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닌 문화와 기업윤리를 같이 판매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회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P씨에 따르면 매일유업측은 그의 거센 항의에 “(컴 카페라떼가)온장 보관, 판매 제품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사내 교육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우유제품이라 뭉친 덩어리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판매처에서 냉장 제품을 온장판매 하는 것을 일일이 전부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일 인만큼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전한다.

결국 고형분 덩어리가 뭉쳐진 카페라떼는 판매처의 보관 잘못이지, 매일유업측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매일유업의 대표종목 컵카페라떼는 보통 추운 겨울엔 온장판매를 하는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미 소비자들에게 인식된 카페라떼의 이미지에 ‘냉장과 온장’의 구분보다는 그저 가격 대비 부드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로 인식돼 있는 카페라떼 보관, 판매에 대한 체계적인 매일유업측의 지도가 필요한 것은 기정사실일 것이다.

결국 P씨의 거센 항의에 매일유업 CS팀이 나서서 해명을 하고 상담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미 사태는 ‘엎지러진 물’이 돼 버린 것. 현재 문제의 제품은 매일유업측에서 성분분석을 위해 수거조치 한 상태다.

지난달 말 가공식품들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매일유업의 카페라떼 역시 20% 상승한 1천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0여년간 국내 고급 컵커피시장을 이끌어가며 지난해 매출 600억원을 달성한 매일유업의 카페라떼. 단일 품목으로 높은 인기의 이면에는 기업윤리보다는 상품판매가, 고객만족보다는 매출창출이 더 우선시 된 결과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매출 600억 뒤 숨겨진 소비자 우롱
2007년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고객만족과 고객우선주의를 최선의 목표로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 한창이다. 이번 카페라떼 사건으로 되짚어 본 매일유업의 기본적인 기업이미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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