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황교안 전 총리가 나온다고 밝혔을 당시 여권 내부에서는 ‘황나땡(황교안 나온면 땡큐)’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한 여당 의원은 당시 ‘황 전 총리는 현재도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당 대표까지 거머쥐게 되면 여당으로서 부담스럽지 않겠는가’라는 본 기자의 질문에 대해 웃으며 “(황 전 총리는) 걸리는 게 많다”고 답한 바 있다.
해당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에겐 너무나 좋은 일”이라며 여유까지 보였다.
의아스러웠지만 ‘박근혜 정부 공동책임론’, ‘박근혜 프레임’,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등 공세로 황 전 총리를 옭아매겠다는 의도로 분석했다.
때문에 황 전 총리가 한국당 대표로 취임됐을 당시에도 ‘박근혜 리스크’를 막아내고 살벌한 현실정치에서 살아남아 내년 총선을 이끌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이제 겨우 한달이 지난 현재 황 대표의 발목을 잡게 된 건 역시나 과거의 ‘덫’이였다.
휘발성이 강하고 폭발적인 이슈인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 연루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당은 ‘드루킹 재특검’이라는 맞불전략과 함께 ‘김학의 CD’ 존재를 황 대표에게 알렸다고 주장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 고발이라는 역공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곤혹스러운 표정은 역력하다. ‘드루킹 재특검’ 카드는 그간 한국당에서 많이 써왔던 소재라 국면 전환을 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법적 대응도 황 대표에 대한 의혹들이 즉각 거짓으로 밝혀지지 않는 이상 범여권의 공세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여권의 공세는 황 대표에게 의혹이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비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황 대표가 이 정치적 고비를 정치적 맷집을 키우는 계기로 승화시킬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중도하차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융단폭격식 의혹 제기하는 與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황 대표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사건 연루설을 파헤치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김학의 CD’ 사건과 관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기억 안난다’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가 김학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숨겼으나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잘못 드러날까 두려워 어떻게든 숨기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가리킨다”며 “김학의 사건 모른다고 발뺌하는 황 대표 모습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진실을 감추려고 해도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한국당도 김학의 동영상 CD 경위를 밝혀야 하는 등 사건 본질 흐리지 않는 시도 그만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김학의 사건 실체적 진실”이라며 “누가 경찰 수사에 개입해 은폐 축소 하려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권력 작용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2013년 3월 13일 황교안 대표를 만난 일정이 드러났고, 2013년 6월 17일 법사위 속기록, 국회방송 동영상에서도 황 대표가 김학의 사건을 알았다는 것으로 보이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다”며 “아직도 황 대표는 ‘택도 아닌 소리’라고 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 앞에 진솔하게 ‘제가 거짓말 했습니다’라고 자백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김학의 게이트인지 최순실 게이트인지 아니면 그 윗선의 게이트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윤중천씨가 최순실씨가 이 사건과 관련 있다고 말한 내용까지 보도 나왔다”고 최씨와의 연관성을 제기했다.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 28일 김학의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대표가 지인에게 ‘이 사건이 최순실과도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인은 김 전 차관 성접대 별장으로 지목되는 원주 별장의 등기부등본상 공동소유주 중 한명이다.
그는 27일 해당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 전날 윤씨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인은 윤씨에게 “다 털어버려라”라고 말했지만 윤씨가 “이 사건이 최순실과도 관계있다”, “여러 사람 피곤해진다. 아직 말 못한다”, “여러 사람이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해당 매체는 윤씨에게 ‘최순실씨가 이 사건에 연관돼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질문하기도 했지만 답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명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박 최고위원은 김 전 차관 임명 당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라인이던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김 전 차관과 이 전 민정비서관이 특수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김 전 차관이 2008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춘천 지검장이었고 똑같은 시기에 이 전 민정비서관이 춘천 지검 산하 영월 지청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관계가 형성이 돼 있었고 또 관련 동영상들의 촬영 시기는 2008년에서 2009년으로 추정된다”며 “대검진상조사단이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당시 별장 성폭력은 춘천에서는 매우 알려진 사건으로 춘천지검 차장, 부장 검사 등 간부진들도 그 별장에 드나들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제 수사 가운데 이중희 영월지청장이 자신이 상관으로 모신 김학의 춘천지검장을 덮어준 부분에 대해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이중희 영월지청장이 당시 그 별장에 다녔는지, 김 전 차관의 범죄를 인지했는지 목격했는지, 방치 했는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씨는 현재 김 전 차관 임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최씨는 해당 의혹과 관련 자신의 입장을 진술서 형식으로 작성해 변호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씨는 진술서에서 “김 전 차관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이것은 완전히 조작된 가짜뉴스”라고 했다.

◆'김학의 CD' 진실공방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제보 받은 동영상 CD’를 보여주며 김학의 차관 임명을 만류했다고 한 발언은 현재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앞서 박 후보자는 지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사위원장 당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임명 며칠 전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왔을 때 따로 뵙자고 해서 ‘제보 받은 동영상 CD’를 꺼내 황 장관에게 ‘제가 이 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기에 이분이 차관으로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이날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는데 그때 어떤 권력이 비호한 것 아닌지 그런 의혹 파악했어야 했는데 당시 일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고 지적하자 “그 말씀도 맞다”며 “야당 법사위원장이지만 간곡히 건의 드린다. 법사위원장실에서 따로 말씀 드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지난 27일 해당 발언에 대해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런 CD 본 적이 없다”며 “김학의 차관 관련해서 문제가 없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관 된 뒤에 차관이 임명 됐는데 그 전에 검증을 해보니까 ‘문제가 없더라’ 얘기를 들었다”며 “임명 직후 그런 얘기가 나와 본인에게 물어보니까 그런 적 없다고 했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지난 28일 트위터를 통해 “황교안 법무장관과 만난 일정을 일정파일에서 찾았다”며 “저와 약속한 시간은 2013년 3월13일 오후 4시 40분”이라고 황 대표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황 대표의 법무장관 취임일은 2013년 3월11일로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15일 차관으로 취임했다.
박 후보자의 주장이 맞다면 이 기간 중 만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8일 “박 의원(박영선 후보자)이 저한테 전화로 낄낄 거리면서 '황교안 장관한테 (김학의 CD) 이야기를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거들었다.
박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제가 3월 초에 경찰 고위 간부로부터 CD 동영상, 녹음 테이프, 사진, 이걸 입수를 했다”며 “박영선 의원이 뭘 입수를 하면 저에게 공유를 하고, 제가 하면 박영선 의원과 공유한다. 그래서 내가 이런 게 있다 하고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택도 없는 소리라고(하는데). 누구 턱이 없는지는 확인해 봐야겠다”고 폭로전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면서 2013년 6월 17일 열린 법사위에 대해 소개했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박 후보자는 “법사위원장으로서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황 증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김용판 전 청장 통화내역 수사하십시오. 누구누구와 통화했는지 거기에 바로 우리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몸통이 숨어 있다”고 말하자 황 대표는 “말씀하신 부분 중에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조치를 해서 다시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최근까지 질문을 드리지 않은 겁니다’ 그러면서 김용판 경찰청장의 수사를 촉구하는데 그때 국회 방송에 박영선 위원장, 황교안 장관의 두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돼서 나란히 보인다”며 “거기에 보면 황교안 장관이 미묘하게 눈을 깜빡거려요. 그러면서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거리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박 의원은 이날 ‘당시 황 법무장관이 신임 인사차 2013년 3월 13일 오후 5시 15분 국회의원회관으로 법무부 기조실장과 방문’ 했다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당시 황 장관이 신임 인사차 국회를 찾았다면 당시 법사위원장인 박 후보자를 봤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2013년 1월 정도에 그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며 “저도 법무부에도 근무했었고, 중앙지검 특수부에서도 근무해서 그런 말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어떻게 구해서 봤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 청와대가 모를 수 없었다고 본다. 지금 당시 경찰 측에서도 청와대에도 3월 5일쯤에 가서 이야기했다고 한다”며 “3월 11일자로 각 장관이 임명됐고, 차관 내정은 3월 13일인데, 그렇다고 한다면 장관 임명과 차관 내정 전에 당연히 청와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황교안 장관과 상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청에서조차 청와대에 가서 보고를 했는데, 당시 차관을 임명할 대상에 대해서 법무부에서 검증을 당연히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황 대표가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당 ‘역공’ 준비하는데 범여권 ‘협공’…진퇴양난
이와 관련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28일 의원총회에 참석 “김 전 차관 내정 발표는 2013년 3월 13일 오전에 있었고, 임명은 3월 15일이었다”며 “오늘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내정 발표된 3월 13일까지 동영상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경찰 수사라인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내사 착수(3월 18일) 직후인 3월 19일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고위관계자 누가 수사 기밀인 동영상 CD를 야당 박지원 의원에게 건넨 것인가”라며 “기자들에게는 3월 19일 동영상을 입수했다고 한 경찰 발표와 박지원 의원에게 김학의 차관 임명(3월 15일) 며칠 전에 동영상을 건네주었다는 것 중 어떤 것이 사실인가”라고 따지고들었다.
하지만 박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영상 관계는 김 차관 임명 4개월 전 부터 고발된 사건으로 보도됐건만 3월19일 내사 수사 착수까지 경찰도 모르는 동영상을 입수했다는 근거 없는 문제제기?”라며 “당시 민정수석이 동영상을 몰랐다면 무능하던지 아니면 거짓말하는 거 아닐까”라고 반박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곽 의원이다.
이처럼 범여권에서 협공에 나서면서 자유한국당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때문에 4·3 국회의원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따라 황 대표 거취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게 되면 황 대표와 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입증되기에 김학의 별장 성접대 연루 의혹을 타개하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