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낮은 봉우리 오밀조밀 모여 있어
꽃망울 터진 동백꽃 등산객 기다려

봄을 시샘하는 싸늘한 바람 탓에 춘삼월의 정취를 느끼긴 힘들지만 기대하지도 않았던 한낮의 햇살은 콧잔등을 간지럽힌다. 바야흐로 봄이 왔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시냇가에도 퐁퐁 새물이 솟아오른다. 추위에 잔뜩 움츠렸던 몸을 펴고 등산화 끈 바짝 조여 매고 배낭하나 짊어지고 마음 맞는 친구와, 가족과, 연인과 함께 산에 오르는 것은 어떨까. 눈 덮힌 겨울 산의 낭만도 좋지만 푸릇푸릇한 새싹을 발끝으로 느끼는 봄산을 오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날. 전라북도 고창군의 선운산을 올라보자.
선운산은 대표적으로는 도솔산을 가리키지만 선운산 도립공원안의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지칭한다고 봐야 한다. 이 산은 고도에 관계없이 무척 굴곡이 심하고 군데군데 위험한 암릉도 적지 않고 길이도 길다. 또한 산기슭에 우리의 정겨운 문화유산이 널려 있어 문화적 향취에 흠뻑 빠져 들 수 있는 산이다.
봉우리로 점철된 아기자기한 산
선운산은 능선을 따라 능선의 양편에 전개되는 다양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선운산산행은 경수산만이 444m일 뿐 도솔산(336m), 개이빨산(345m), 청룡산(314m), 비학산 (307m)등 300m를 조금 넘는 산들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산군을 이루고 있다. 이름은 모두 산이며 봉우리라지만 각각의 산과 봉우리를 하나의 산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작아 염주 꿰듯 한꺼번에 올라야 진정한 선운산 산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경수산 에서 시작해 삼인초등학교로 내려오는 종주산행은 U자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형으로 산과 봉우리만 도 15개정도는 되는 산맥을 형성하고 있어서 산행의 진미는 아기 자기한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코스는 하루 꼬박 걸리는 10시간 이상 계획을 잡아야 구경도 하면서 종주할 수 있는 긴 거리이다. 도솔계곡의 산자락과 골짜기에는 유서깊은 불교의 도량인 선운사, 참당암, 도솔암, 미륵장륙 마애불, 사자암, 동윤암이 골골마다 자리를 잡고 있어서 비유해 말하자면 분향냄새가 산곡에 가득한 셈이다.
이들 절과 암자들을 내려다보면서 하늘 위쪽으로만 도는 산행이 선운산산행의 묘미. 또 한쪽으로는 선운사, 참당암, 도솔암이 내려다보이는 선운계곡과 도솔계곡 골짜기가 전개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서해안을 따라 점점이 떠있는 섬들과 해안이며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조망을 즐기는데 있어 선운산을 따를 산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솔산에서 조망이 좋은 계곡을 내려다보며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참당암길이 된다. 그것은 산행을 참당암에서 끝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너편으로 육중하게 일어선 국사봉으로 가려면 도솔산 정상 포인트를 지나자마자 국사봉으로 가는 날등을 찾아야 한다. 처음엔 급경사라 길이 희미해 뭐가 뭔지 모를 정도지만 날등을 견지하면서 내려가다보면 붉은 색 리본들이 나타나고 희미하게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등이라는 게 펑퍼짐하지만 참당암쪽으로 조금 가다가 보면 날등이 분명하게 목측된다. 급경사를 올라가면 능선길에 올라서는데 왼쪽은 능선아래에서 올 라오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천마봉과 낙조대로 가는 코스며 봉우리가 국사봉, 곧 개이빨산이다. 개이빨산 서쪽으로는 역시 단애를 이루어 조망이 좋다. 송림을 빠져나오면 제법 넓다란 습지가 나타나고 우물도 보이지만 물빛 이 탁해 먹을 수는 없다. 본격적인 습지는 아니지만 습지가 으레 그렇듯이 그곳의 물은 흙성분이 진하게 마련이다. 묘도 2기가 보이고 갈대밭이 있으며 길은 발이 푹푹 빠지는 습지로 나있다.
이 곳을 빠져나오면 곧 산죽이 거대하게 자란 산죽밭이 나타난다. 산죽은 아무리 커도 주간의 지름이 1,2센티미터 이상으로 크지 않는다. 남도에는 이런 대밭형 산죽밭이 많다. 기후조건과 토양이 그런 환경을 만들 때 대나무밭 같은 산죽밭이 형성된다.
이 산 죽림속으로 난 길을 따라 대숲을 지나가는 맛 또한 각별하다. 한데 여기부터가 선운산 산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경관지대가 나타난다.
거대한 바위가 각각의 능선에서 마지막으로 서서 마주보고 있는 사이로 협곡이 전개되는 곳이다. 이곳
이 선운계곡과 도솔계곡에서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기상이 넘치는 곳이다.
선운산 능선은 송림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데 그 사이에 혹은 왼쪽에 혹은 오른쪽에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전망대가 있어서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데는 전혀 거침이 없다. 더구나 이 암곡을 내려다보는 기막힌 수직 절벽위의 암봉 천마 봉이 넓은 말 등을 하늘에 드러내 놓고 뒤로 낙조대를 이끌고 있는 품이 놀랍다. 낙조대는 서해의 일몰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인 이름일 것이다. 변산반도 월명암 뒤 낙조대처럼 말이다. 서해안의 봉우리 가운데 낙조대란 이름이 흔한 것은 제주도나 강원도에 일출봉 이란 이름이 흔한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막 터져 나오는 꽃망울 볼 수 있어
선운사 뒤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유명한 동백숲이 있다. 지금 선운산에 가면 이제 첫물 꽃이 피어있는 상태인 동백꽃을 맞이하는 뜻밖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밖에도 연분홍빛 진달래꽃, 노란빛 가득한 산수유꽃도 나들이객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봄볕 가득한 주말, 늦잠 계획은 잠시 미뤄두고 선운산에 올라보자.
교통
1) 서해안고속도로
① 선운산 IC ⇒ 국도 22호선 (부안면 방향) ⇒ 부안면 소재지 통과 ⇒ 오산 저수지 ⇒반암삼거리 우회전 ⇒ 2.8km 직진후 좌회전 ⇒ 선운산도립공원 진입
② 고창 IC ⇒지방도 796호선(아산면 방향)⇒ 아산면 소재지 삼거리에서 우회전 ⇒ 반암 삼거리 좌회전 ⇒ 2.8km 직진후 좌회전 ⇒ 선운산도립공원 진입
2) 호남고속도로
① 정읍 IC ⇒ 정읍시내 반대편 도로 진입 후 1.8km 직진 ⇒ 국도 22호선과 국도 29번 도로 갈림길(주천 삼거리)⇒ 국도 22호선 주행 ⇒ 흥덕면 소재지 진입 ⇒ 흥덕 검문소 우회전 ⇒ 국도 22호선 주행 ⇒ 부안면 소재지통과 ⇒ 오산저수지⇒ 반암삼거리 우회전 ⇒2.8km 직진후 좌회전 ⇒ 선운산도립공원 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