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색'의 연구
'붉은 색'의 연구
  • 이문원
  • 승인 2004.06.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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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색: Forever RED" 전
'붉은 색'은 인간에게 있어 어떤 의미로 다가섰던가. 우선 인체상으로 보았을 때엔 '피'의 색, 살갗을 드러냈을 때 보여지는 인체내부의 색이며, 계급적으로 보자면 고대에는 권위의 색, 왕권의 색이었고, 사회적으로 보자면 공산주의의 색, 혁명의 색이었다. 그리고 성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한 데 아우르는 색으로써, 남성의 강한 힘과 여성의 월경을 상징하는, 보기 드문 '양성적 색'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인간이 처음으로 이름 붙인 색이자,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색에 대해 국내 미술사를 되짚어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천년의 색: Forever RED> 전은, 시기적으로는 12세기 고려로부터 2004년 대한민국에 걸친 약 1000년 간의 역사를, 그리고 장르 상으로는 자기류와 목기류, 민화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우리 미술사를 총괄하는 작품세계를 단번에 아우르고 있는 전시이다. 진사백자, 진사청자 등에 보여지는 아스라한 붉은 빛, 홍칠장, 홍칠상, 주칠병 등이 보여주는 강하고 권위적이며 사치스런 붉은 빛에 이어 현대미술로 넘어가 보면, 권진규, 김환기, 김흥수, 신학철, 안창홍, 유영국, 이상현, 이우환, 임옥상, 장욱진, 홍성담, 그리고 뜨거운 열정의 화가 이중섭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대표 거장들의 '붉음'이 작열하듯 화폭 가득히 펼쳐져있다. 앞선 '붉음'의 언급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감성'으로서의 '붉음'이다. '붉음'은 수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성'으로서의 색을 뿐 아니라, 인간의 가장 강렬하고 진한 감정 -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 을 색으로 옮길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색이기도 한 것이다. 사랑도 미움도 동경도 집착도 허영도, 모두 붉은 색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그만큼 붉은 색은 가장 감성적이기에 '절대미'의 영역에 들어서 있는 색이기도 한 것이다. <천년의 색: Forever RED> 전은 이렇듯,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한 데 휘어잡고 있는, 가장 압도적이며 가장 신비로운 '붉음'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장소: 가나아트센터, 일시: 2004.05.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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