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붙는 야권發 정계개편, 합종연횡 본격화되나
[기획] 불붙는 야권發 정계개편, 합종연횡 본격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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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론부터 제3지대론까지 각 정당마다 ‘동상이몽’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중),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중),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3보궐선거로 한계를 체감한 정당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약 혹은 생존을 위해 벌써부터 ‘합종연횡’ 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야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같은 군소야당 뿐 아니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까지 보수통합론 등 정계개편 추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정국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정계개편 ‘키’ 쥔 바른미래당, ‘내부 주도권’ 쟁탈전 돌입

총선을 1년 앞두고 당 향방과 관련해 당장 내부부터 들끓고 있는 곳은 바른미래당이다. 4·3보궐선거 패배를 계기로 현 지도부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된다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이 같은 요구를 끝까지 일축하며 버티고 있는 손학규 대표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내홍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는데, 그간 당 정체성에 대한 시각차 등 여러 면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음에도 각자 결별하기보다 당내 주도권 쟁탈전을 택한 데에는 ‘개별 이적’보단 ‘당대당 통합’과 같은 형태의 정계개편이 보다 유리할 것이란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 국민의당 출신인 손금주·이용호 의원은 소속정당 없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을 시도했다가 불허 결정을 받은 바 있고, 구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계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도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려다 시·도당의 불허 통보로 중앙당에 이의제기만 신청한 이래 지금까지 새 지도부로부터도 확답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바른미래당에선 일단 정계개편 방향을 정하기 위한 ‘당권 쟁탈전’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당 등 보수통합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경우 지도부 회의 불참을 비롯해 손 대표에 대한 압박을 점차 노골화하고 있는 반면 현 지도부인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이 같은 갈등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불참자 중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사퇴나 재신임 총당원 투표를 요구해 사실상 ‘의도적인’ 보이콧임을 시사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손 대표 체제에 있다. 손 대표는 버티면 길이 있다고 하나 그건 바른미래당이 망하는 길”이라며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더 큰 외면을 받게 된다. 다시 한 번 손 대표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고 손 대표에 사퇴 압박을 가했고, 마찬가지로 바른정당 출신인 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에 왜 연연하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내가) 대표를 그만두면 누가 할 것인가. 나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의도가 뭔지는 언론도 다 알고 있지 않나”라며 “지금 기다렸다는 듯 선거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지도부) 바꾸라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당내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퇴요구를 한국당과 보수통합 추진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봤는지 “한국당 나온 사람들이 어떻게 당세를 모아 거기 가서 다시 통합한다고 얘기하겠나. 절대 용인 못 한다”며 “제3정당을 구축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통합하고 영호남을 통합해서 통합의 정치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체성이 불분명하면 국민들이 표를 줄 수 없고 더군다나 지금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생각은 나라를 걱정하면서 보수가 뭉쳐서 제대로 정권을 견제하라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으로 내년에 출마하는 것은 별로 의미 없다. 보수가 분열되지 않도록 함께 같이 뭉쳐서 싸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보수통합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심지어 이 의원은 “대표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식으로 지난주에 이미 표명을 했기 때문에 당내투쟁이란 게 의미가 있는가”라며 당권 쟁탈전조차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다만 지상욱 의원의 경우 이날 “당내 갈등을 통합하는 것은 국민에게 약속한 선명한 정체성 확립에 있다”고 강조한 만큼 비록 보수 정체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데 있어선 이 의원과 동일하더라도 당 향방 등 세부적인 면에서 있어선 제각기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민주평화당도 정계개편 방향 놓고 내부 ‘흔들’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복원엔 부정적이나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평화당 입당 가능성은 밝혔었던 박지원 평화당 의원. ⓒ시사포커스DB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복원엔 부정적이나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평화당 입당 가능성은 밝혔었던 박지원 평화당 의원.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민주평화당에서도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자격 복원에 파열음이 일어나며 소속의원들 간 견해차가 불거지고 있는데,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의당과의 연대에 대해 “이제 선거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정체성 문제에 대해 섞일 필요가 없다”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고 8일 같은 당 김경진 의원도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자신과) 박지원 전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 등 최소한 4명 이상 의원들이 비슷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탄력근로제, 탈원전 정책 등을 꼬집어 “경제정책이라든지 노동정책과 관련해 정의당하고 교섭단체를 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차이들이 분명히 보인 점이 있어서, 과연 이렇게 다른데 이걸 하는 게 맞느냐”며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도 사실 이미 실기해버렸다고 보고 있어서 지금 이 시점에서, 6개월짜리 한시적인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 국가 전체를 위해서, 또 국회 운영을 위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교섭단체 복원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바른미래당 쪽에 관심을 보였는데, “당대당 연합을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한다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바른미래당 내부의 색깔이 워낙 복잡다기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현재 당 상황이나 방향성하고 맞지 않아 탈당해서 평화당으로 오시겠다고 하면 좋은 분들 같은 경우 쌍수 들어 환영”이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바른미래당보다 의석수가 적다는 점에서 당대당 통합으로 자칫 주도권을 잃을 수 있을 가능성엔 선을 그으면서도 자신이 소속된 평화당 중심으로 사실상 양당 통합을 이루겠다는 심산인데, 이미 바른미래당에서도 호남 출신인 박주선, 김동철 의원이 평화당의 장병완 원내대표와 지난 2월 12일 ‘한국정치발전과 제3정당의 길’이란 토론회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을 대체할 제3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양당 통합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복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도 “4·3보궐선거 결과의 핵심은 거대 양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다.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정치를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요하다”며 “평화당은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는데, 여기서 지칭한 ‘중립·실용의 정치세력’은 사실상 바른미래당을 염두에 둔 표현이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같은 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대해선 “저희 당이 독자적으로 제3당의 길을 가고 있고 이념을 떠나 ‘실용정당’을 지향하고 있는데 왜 한국당과 통합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정치란 게 생물이기에 바른미래당 현재의 정당 구도가 그대로 내년 총선까지 유지되기는 쉽지 않고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다. 여당의 실정이 어우러지면서 총선이 다가올수록 다양한 방법들이 정치권에서 모색되고 추진될 것”이라고 총선 전 다른 당과의 정계개편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반면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 같은 당내 일각의 움직임과 달리 지난 4일 4·3보궐선거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 “당내에 다른 의견도 있지만 정치는 대의명분과 원칙, 일관성이 중요한 만큼 교섭단체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8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이합집산으로 성공한 정치는 없다. ‘떴다방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바른미래당이 아닌 정의당과의 연대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

이 역시 총선이 다가오자 바른미래당과는 다른 의미에서 당내 주도권 쟁탈전이 전개되는 분위기로 읽혀지고 있는데, 바른미래당은 참패했으나 평화당은 여당 후보를 꺾고 기초의원 1석을 얻은 4·3선거 결과를 계기로 현재 호남이 지역구인 바른미래당 의원 중 일부가 일단 내년 총선 당선을 위해 호남 지역정당 성격인 평화당으로 이적하는 한편 평화당 내 일부 의원들이 이들 신규 입당하는 호남 의원들과 손을 잡고 현재 당권을 쥔 정 대표와 ‘총선 공천권’ 등과 관련해 힘겨루기에 들어가려는 전략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맞서 현 지도부에선 전당원 투표나 여론조사를 통해 정의당과의 교섭단체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반대파 의원들’을 압박하려는 모양새인데, 허영 평화당 최고위원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과의 교섭단체를 거절하는 것은 당원들이 바라는 바도 아니다. 내일 의총 결과를 기다려 전당원 투표나 여론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당내 양측의 충돌이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중 어느 쪽과 손을 잡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한국당에서도 4·3선거 이후 보수통합론 ‘솔솔’

복당파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복당파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한편 이들 군소야당 외에도 제1야당인 한국당 역시 4·3보궐선거 창원 성산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석패한 이후 보수통합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채널 ‘신의한수’에 출연해 “이번 창원 성산 선거에서 대한애국당이 얻은 표가 저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 우파는 통합해야지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록 황교안 체제 이후 당내 요직 상당수를 잔류파가 차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바른미래당 쪽보단 대한애국당을 예로 들었다지만 그간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꺼내지도 않았던 보수통합론을 오랜만에 다시 언급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는 발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지난 5일 방향은 다르다지만 한국당의 복당파 김학용 의원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생각이 같은 분들끼리 뭉쳐야 되기에 평화당 중 민주당과 색깔 같은 분들은 거기 가는 게 맞고, 거기서 극히 소수지만 또 한국당과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 바른미래당에 우리와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 또 바른미래당에서 도저히 한국당과 같이할 수 없는 분들은 민주당으로 헤쳐모여 하는 게 진정한 내년도 진검승부를 위해 필요하다”며 “헤쳐모여가 늦어도 가을, 아주 드라마틱하면 좀 더 늦게 이뤄질 수 있다”고 정계개편을 암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와 달리 김 의원의 발언은 ‘제3지대론’에 가까운 형태인데, 한국당을 포함한 빅텐트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우의 수로선 분명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본 것처럼 국민들이 한국당에 희망을 맞는다기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민주당에게 학을 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된다”고 전망한 데 비추어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 평화당 내 함께 할 수 있는 의원들과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칫 보수통합이 아니라 분열로 비쳐질 가능성이 없지 않음에도 이런 구상을 하고 있는 이유는 나 원내대표가 통합대상으로 거론한 대한애국당의 반응을 비쳐볼 때 불가피한 부분이 없지 않은데, 당장 애국당은 8일 브리핑에서 “탄핵을 주도했던 배신자들과는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조건을 내걸 정도로 복당파와 상호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황교안 체제인 한국당 내에서 복당파 인사 중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최근 보수단체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주관하는 ‘2020 보수혁신과 통합은 가능한가’란 내용의 세미나에 참석키로 한 만큼 그가 보수통합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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