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치질서 확립하는 중···새로운 리더십 나와야
쉽게 낙마했던 고건과는 달라···맷집 없으면 나오겠나?

그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특히 “현재는 초이스(choice)가 별로 없다”며 “열린우리당이 잘해왔다면 굳이 정운찬이란 이름이 거론됐겠는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그가 왜 대권주자로 주목받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과 이유를 듣기위해 김 의원을 찾았다.
- 정운찬 멘토(mento)라는 닉네임을 갖고 계시고 20년 지기라고 들었다. 정 전 총장과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나는 누구를 멘토하는 사람은 아니다. 정 전 총장이 대통령 직선제 서명운동을 주도했던 1986년에 처음 알게 됐다. 당시 국립대학 교수가 그런 삼엄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고 교수들을 대변하는 식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주도한 역할을 했었다. 그의 행동을 보고 지성인으로서 용맹스럽다고 생각이 들어 한번 만나자고 했다. 당시 형사처벌을 해야 하느니, 교수직을 박탈하려는 등 말이 많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내가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넘어가야지, 더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없던 것으로 하고 넘어가자고 했다. 당시 정 전 총장의 모습은 용맹스럽게 보였다.
- 올 대선의 화두와 시대정신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는지.
나는 금년 대선에 경제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지금까지 주장해 왔다. 별 다른 것이 아니라, 비부격차로 인한 양극화 현상의 심화를 막자는 것이다. 유권자는 변했다. 민주평화세력이라느니, 개혁세력이라느니 라는 말로는 일반국민들에게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실생활에 관련된 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다. 둘째는 남북관계다. 현재 (남북관계가) 상상하기 힘들게 변하고 있는데, 한·일, 한·중, 한·미 관계 등 외교문제를 바탕으로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겠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 정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한 듯 하다.
기정사실화가 된 것은 아니다. 본인이 의사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대선 출마는 본인이 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왈가불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 대통합신당 추진위와 함께 ‘대선주자 정운찬’ 추대모임을 구상중이라고 들었는데.
신문에서 그렇게 보도한 것이지, 그런 적이 없다. 물론 만나긴 했는데, 다른 얘기를 했지 정 전 총장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정치의 진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일들을 거론한 거 밖에는 없다.
- 과거 조 순 전 경제부총리의 서울시장 선거를 도운 것을 제외하면 정 전 총장은 정치 경험이 없는데.
정치 경험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이 있어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물론 직업적으로 하는 경우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의 시대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찾아야 하는 시기다. 경험이 없다고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만약 정치에 뛰어들게 되면 네거티브 공세 등에 맞설 맷집이 있다고 보시는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네거티브 정도가 두려워 뛰어 나오겠는가. 일각에선 고건 전 총리와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하고는 다르다고 본다. 고 전 총리는 과거 관료 체험 전제를 바탕으로 대권에 도전하려 했다. 그러나 난 고 전 총리가 끝까지 뛰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을 한 바 있다. 정 전 총장은 그런 것(고 전 총리의 낙마)도 다 봐 왔던 사람이다. 또한 그는 높은 자리에 올라서 국민들에게 이름이 알려졌던 사람도 아니었다. 단지 서울대 총장만 역임했던 것이 다였다.
- 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나.
한국의 정치 상황이 정상적이라면 그가 대권후보로 뜰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집권여당이 무너지는 등 혼란에 빠졌다. 구 범여권이 혼란에 빠져있고 야당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가 없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의 싸움이라는 것은 지나갔다. 지금 경제개발도 민주주의도 성숙된 상황이라 이제는 새로운 정치질서가 확립돼야 할 시기가 왔다. 이런 사회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선 정치가 바꿔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소위 학자출신의 정운찬 씨가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 여당이 붕괴돼지 않았다면, 굳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거론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당이 잘 왔다면 여당 내의 기존세력 중에 나왔을 것이다.
- 그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말해 달라.
다시 말하지만 현재는 초이스(choice)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람 선택에 대한 여지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특별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 정 전 총장의 출신이 경기고-서울대-미국유학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비교를 하기도 한다.
엘리트 코스 자체가 마이너스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상적인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본다. 이회창 전 총재는 법률공부를 한 사람이고, 정운찬은 사회과학을 광범위하게 공부했다. 이 전 총재는 판사를 거쳐 대법관까지 30년 동안 독방생활을 했다는 말이다. 사회에 대해 접근하는 모습이 단순할 수밖에 없고 여러 가지 안목으로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 정 전 총장은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사회의 제반선상을 잘 이해하고 있고 단순한 사회학자로도 살아오지 않았다. 사회현상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광범위하다. 물론 이로 인해 서민의 생활을 모르지 않겠냐는 말도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그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힘들게 살아왔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서민의 애환을 겪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본다. 엘리트코스는 약점이 될 수가 없다.
- 어떠한 식으로 정치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는가.
본인 혼자만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봤을 때 열린우리당이라는 정당은 지지기반을 잃었고 설 땅이 없어졌다. 이런 당에 꽃가마를 태워준다고 해도 안탈 것이다. 빅3가 싸우는 한나라당에서 오랄 리도 없고, 그의 성향을 봐서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물음이 있을 것이다. 정치라는 것은 현실을 다룬다. 즉,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다는 리더십을 보여줬을 때, 목표한 바를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이 뭘 해준다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무슨 리더십을 말하는 것인지.
본인 스스로가 대권을 출마하겠다고 결심을 했으면 사람을 모을 수 있는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렇지도 못하면서 그 자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위 깃발을 꽂았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느냐가 관건이다. 본인이 확신이 없으면 깃발을 꽂지 않을 것이다.
- 일각에서는 제2의 고건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지금 범여권이라는 말은 쓰는데 이것은 잘못된 말이다. 열린우리당은 아직 108석을 갖고 있는 거대정당이다. 결국 범여권으로 나온다면 열린우리당 주자로 나온다는 말인데, 이렇게 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의미도 없고 찬사를 받을 수도 없다. 참고로 정치사회에서 집권당은 책임을 져야한다. 열린우리당도 후보를 내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 현재의 지지도를 보면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찾는 중이기 때문에 여야의 싸움으로 대권이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 정 전 총장이라는 사람을 평가한다면.
현재 거론되는 대권주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장점이 있으면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지낸다. 물론 (나의 생각이 모두) 옳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정 전 총장이)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본다. 본인 스스로가 너무 겸양하기 때문에 (정치적)열정이 조금 모자랄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을 보는 시야, 우리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모습, 당면한 상황인식에 대한 통찰력 등에 있어서는 내가 보기에 누구도 그의 능력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 학자출신이자 정 전 총장의 스승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대권 앞에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그때와는 정치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김대중이라는 야당의 후보가 건재했다. 지지기반이 부족한 조순으로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마땅한 대권주자들이 없다. 또한 학자 출신이 안 된다는 법도 없다. 대통령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우리나라가 어떠한 위치에 처해있는지를 인식을 하고 해결을 해서 국민들의 행복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느냐, 그리고 나라의 위상을 어떻게 높이 수 있느냐라는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해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 대통령 중 존경하는 분이 없다고들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 전 총장은) 상당히 내용이 충실하다고 본다.